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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eBook

아버지의 해방일지

[ EPUB ]
정지아 | 창비 | 2022년 09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051건 | 판매지수 1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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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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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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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파일/용량 EPUB(DRM) | 72.71MB ?
ISBN13 978893649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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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죽음에서 시작하는 삶의 이야기] ‘아버지가 죽었다.’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전직 빨치산’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장례를 치르는 3일간, 오고 가는 사람과 말들 속에 그의 시대가 촘촘하게 얽혀있다. 읽는 동안 울컥, 깊이 맺혀있던 마음들이 토해져 나와 울다가 웃다가 그래서 따뜻해지는 삶의 이야기 -소설 P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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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만우절은 아니었다. 만우절이라 한들 그런 장난이나 유머가 오가는 집안도 아니었다. 유머라니. 유머는 우리 집안에서 일종의 금기였다. 그렇다고 유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유머일 수밖에 없고 유머여야 하는 순간에도 내 부모는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했고, 그게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p.7

개 이름 같은 아리는 내 이름이다. 아버지가 활동했던 백아산의 아, 어머니가 활동했던 지리산의 리,를 딴 이름 덕분에 나는 숱한 홍역을 치렀다(사실 아버지가 주로 활동한 곳은 백아산보다는 백운산이었다. 그런데도 백아산의 아를 따온 것은 백운산의 백이나 운이 여자아이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그러니까 제 아무리 남녀평등을 주장했다 한들 반봉건시대에 태어나 가부장제의 그늘을 아주 벗어나지는 못한 반봉건적 사유의 발로였던 것이다). 학교에서나 관공서에서나 고아리, 내 이름을 말하면 아유, 이름이 참 예쁘네, 얼굴도 참…… 하면서 나를 쳐다보았고 이내 말줄임표가 뒤따랐다.
--- p.29

유물론자다운 대답이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럼 제사는?”
“지사는 무신 지사. 헹제라도 많아서 핑계 김에 얼굴이나 볼라먼 모릴까 니 혼찬디 지사는 무신 지사.”
아버지는 뼛속까지 유물론자였다. 부모가 여든 넘도록 장지 마련은 고사하고 영정사진 찍어둘 생각조차 못한 불효자식이었으나 아버지의 유지가 그러하였으니 따르면 될 터였다. 역시 유물론은 산뜻해서 좋다.
--- p.94

“오죽흐먼 나헌티 전화를 했겄어, 이 밤중에!”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 p.102

“노동이…… 노동이…… 힘들어.”
그때까지 위태위태 잘 참고 있던 나는 노동이 힘들다는 빨치산의 고백에 그만 풉, 웃음을 뿜고 말았다. 스스로도 염치가 없었는지 그가 비식 웃으며 덧붙였다.
“사흘 노가다 뛰고 석달 입원했네. 나는 암만해도 노동과 친해지질 않아.”
“저놈의 부르주아 근성은 머리가 희캐져도 뿌리가 안 뽑히그마이. 그런 놈이 멀라고 뽈갱이는 돼가꼬……”
--- p.150

월남전에서 다리를 잃었다고 했으니 아마도 육십년대 후반이나 칠십년대 초반, 원래의 다리보다 더 오래 다리 노릇을 해온 때문인지 노인은 지팡이를 능숙하게 움직여 비틀거리지도 않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따 조문은 무신…… 나랑 쐬주나 마시장게.”
다리 불편한 노인네를 확 낚아챌 수도 없는 노릇, 황사장이 어쩌지도 못하고 졸졸 뒤를 따르며 다그쳤다.
“왜? 나는 베트콩 때려잡던 사램잉게 뽈갱이 조문하먼 안 된다는 것이여! 나가 고상욱이 때려잡았간디?”
--- p.193

“넘의 딸이 담배 피우먼 못된 년이고, 내 딸이 담배 피우먼 호기심이여? 그거이 바로 소시민성의 본질이네! 소시민성 한나 극복 못헌 사램이 무신 헥명을 하겄다는 것이여!” 그때 어머니 나이 환갑을 넘었다. 환갑 넘은 빨갱이들이 자본주의 남한에서 무슨 혁명을 하겠다고 극복 운운하는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블랙 코미디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자리를 떴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오직 담배를 태우기 위해 나는 동네 사람이 절대 다니지 않을 산중턱까지 올랐다. 담배 세대를 연달아 태우는 동안 바라본 우리 집은 성냥갑 같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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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같은 일화들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아버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빨치산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다.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아버지는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생판 초면인 이들의 어려움도 무시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한다. 누구나 배불리 먹고 차별없이 교육받는 세상이 이미 이뤄진 마당에 혁명을 목전에 둔 듯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블랙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행선을 달려온 ‘나’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 노동절 새벽,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이 이야기는 크게 네 줄기로 이뤄진다. 첫번째는 아버지와 평생을 반목해온, 그의 동생인 작은아버지와의 이야기다. ‘빨갱이’ 형 때문에 집안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은아버지는, 형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대꾸도 없이 끊을 만큼 냉담하다. 평생 술꾼으로 산 작은아버지는 이따금 집에 찾아와 “니는 그리 잘나서 집안 말아묵었냐?”(38면)라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맞서지 않고 묵묵부답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차라리 작은아버지가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등장 여부는 장례식장에 모인 모두의 관심사인 한편, 독자들도 책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 궁금하게 지켜보게 된다. 죽은 아버지와 산 작은아버지는 화해할 수 있을까.

두번째는 구례에서 아버지가 사귀어온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고 입체적이라 살펴보는 것만으로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아버지의 소학교 동창이자 시계방을 운영하는 박선생. 그는 평생을 군인과 교련선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대척점에 있지만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구다. 정치적 지향 차이로 발생하는 두 노인의 투닥거림은 어딘지 귀엽고, 그 끝에 “그래도 사램은 갸가 젤 낫아야”(47면)라는 말은 지금의 정치권이 배웠으면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장례식에 어울리지 않게 등장한 샛노란 머리의 소녀.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아버지의 “담배 친구”(139면)란다. 열일곱살 소녀와 허물없이 친해지는 것은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 와중에도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소녀에게 ‘미 제국주의’ 운운하는 것을 잊지 않는 아버지의 캐릭터는 여전히 웃음을 자아낸다. 그밖에 ‘학수’를 비롯해 아버지의 아들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 총부리를 맞서고 싸웠지만 이윽고 친구가 된 웃지 못할 사연들이 속속 등장한다.

내가 알던 아버지는 진짜일까?
그가 남기고 간 수많은 에피소드


세번째는 ‘나’와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가장 큰 줄기는 ‘빨치산의 딸’로 힘들게 살아온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사회주의자이고 혁명전사였기에 생활력은 없었고, 그런 주제에 “보증을 서”(57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늘 가난했던 집안 형편은 전부 아버지 탓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가 늘어놓는 장광설은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았고, 그런 만큼 ‘나’는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는 내가 알던 아버지의 얼굴이 아주 일부였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면들이 밝혀지고, 사람들을 감화시킨 담대한 모습들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내가 잊고 있었던, ‘나’를 사랑했던 순간순간들이 떠오른다. 마침내 ‘나’는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들고, 아버지를 가장 아버지다운 방식으로 보낼 한가지 결심을 한다.

마지막 네번째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일화들이다. 이들은 서사의 무게를 한층 발랄하게 만들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평생의 동지이자 그 역시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는 현실적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런저런 일로 늘 구박을 받는다. 옷을 털지 않아서 술 담배를 끊지 못해서 같은 비교적 소소한 일도 있고, 빚보증을 서서 농사를 내팽겨져서 같은 큰일도 있다. 어찌 보면 앙숙 같은 이들은 ‘유물론’과 ‘민족’ 앞에서 경건하게 하나가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티키타카’는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유쾌한 촉매제가 되어준다.

“빨치산의 딸, 한국문학의 딸로”
정지아라는 센세이션


32년 전 정지아의 등장은 한국문학에서 하나의 센세이션이었다. 판매금지와 공안 당국의 기소 같은 일련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핍진한 서술과 역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때문이었다. 이제 정지아는 그 태도에 더해 사실과 허구를 섞어가며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다루는 관록과,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의 손을 꼭 붙들어놓는 대가의 면모까지 갖추었다. 32년 만에 내놓는 이 소설로 정지아가 다시 한번 그 존재감을 증명하게 되리라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지아는 빨치산의 딸일 뿐 아니라 우리 문학의 귀하디귀한 딸”(소설가 김미월)이 되었다는 말에,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작가의 말

고향에 돌아오니 서울서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 천지다. 섬진강변의 벚꽃길, 반야봉의 낙조, 노고단의 운해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벚꽃은 정 읎어 싫고 산수유는 속 읎어 싫다는 동네 할매, 필요 없다고 해도 밥을 묵어야 힘이 난다며 기어이 가져다주는 식당 주인, 심지어는 먹도 못할 억센 나물을 삶으면 부드럽다고 뻥쳐서 파는 장터 할매, 주방에서 가장 먼 안쪽 테이블에 앉았더니 사람도 없는데 가차이 앉으라고 호통치는 식당 아줌마(알고 보니 그이는 관절염이 심했다)까지, 이곳엔 사람 냄새 넘치는 사람이 그득하다. 오죽하면 할매가 뻥을 치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급하면 뻥도 치고 호통도 치는 것이 사람 아닌가.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 들을 걸 그랬다.

아버지. 아버지 딸, 참 오래도 잘못 살았습니다. 그래도 뭐, 환갑 전에 알기는 했으니 쭉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딸을 대장부의 몸으로 낳아주신 것도, 하의 상의 인물로 낳아주신 것도 다 이해할 터이니 그간의 오만을, 무례를, 어리석음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감사합니다, 아버지. 애기도 하는 이 쉬운 말을 환갑 목전에 두고 아버지 가고 난 이제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게 아버지 딸인걸. 이 못난 딸이 이 책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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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과 갈등의 말, 금기어로 여겨져온 ‘빨갱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유령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의 세계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나는 얽히고설킨 사연들에 빠져들다보면 그들이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그저 저마다의 삶을 꾸려온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무채색의 크고 작은 파문을 서로에게 일으키며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이들에게서, 이념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엔 나약하고 또 강인한 우리 인생이 보인다. 정지아의 소설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 박혜진 (아나운서)
소설을 읽고 운 것이 대체 얼마 만의 일인가. 빨려들듯 몰입하여 책 한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또 얼마 만인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먹먹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 나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사건 하나로 잊히거나 지워진 우리 현대사의 상흔들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고 관련 인물들을 죄다 불러내 각각의 사연을 풀어놓는, 그것들이 종으로 횡으로 오지랖 넓게 뻗어나가다 결국은 헤쳐 모여 이미 소멸한 아버지를 불멸의 존재로 소생시키는,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서글프지 않은 일화가 없는데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고, 억울하지 않은 삶이 없는데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램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런 소설은. 정지아의 전작을 따라 읽어왔으니 이만하면 성실한 독자라 자부할 만한데도 나는 모른다. 그가 등단작부터 천착해온 주제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책을 펼쳤는데도 어찌하여 처음 보는 내용인 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지, 어찌하여 새삼스레 경탄하고 오히려 더 깊이 감화하게 되는지를. 알 도리가 없으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긍게 정지아제.
- 김미월 (소설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강물처럼 떠내려 가는 시간 속에서, 작가는 ‘아버지’라는 조각배를 주워, 기억의 선반 위에 고이 올려놓았다. 사람이 존귀할 수 있는 건 그를 기억해 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인 것
- 차인표 (배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가족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사투리라면 정신줄 놓는 사람에게 이 책은 너무 심한 치트키였다. 책 읽을 때부터 올해의 책은 고민할 일 없겠다 싶었다.
-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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