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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인사

태양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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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0*205*20mm
ISBN13 9788954430319
ISBN10 89544303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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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경해
인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사교육학을 전공했다. 1998년 『문학사상』에 「보물선을 찾아서」로 등단했고, 2003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위대한 유산」 「드므」 「내 무덤 속으로」 등을 발표했고, 출간된 장편소설로 『내 마음의 집』 『하프라인』 등이 있다. 굳이 청소년 소설이라고 구분 짓지 않아도 되는, 어린 그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계속 쓰고 있으며, 쓸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은 행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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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좋아한다

나는 뜨거운 여름을 좋아한다. 한여름이 짧다는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건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한여름에는 소설을 쓰려고 애쓴다. 이 소설 역시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쓰려고 고군분투했다.
그날,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비싼 햄버거를 먹고 나온 날도 너무 뜨거웠다. 그 햄버거를 먹으며 들었던 얘기들, 그 아이들. 나보다 훨씬 삶의 이면을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족만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세상의 부모가 다 훌륭하지 않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어린아이가 사랑을 듬뿍 받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자기가 너무 힘들고 아프다는 평범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돈 많지 않은 부모 때문에, 공부만 하라고 닦달하는 엄마 때문에, 야단만 치는 아빠 때문에 성난 아이들이,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그들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견딜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뭔가 대단한 교훈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우리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매일 비슷한 반찬이 올라오는 밥상이 주는 소중함을 한 번쯤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이 아닌 곳에 살고 있는 태양이의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곳도 그렇게 행복하거나 아름답지만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어리고 젊은 그대들에게는 태양 같은 눈부신 미래가 길게 이어져 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짧다고 하지만 아직 그대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있다는 걸 감사히 여기면서 산다면 조금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본문 중에서
낯선 이름이 있었다. 이러닝을 하는 모든 회원은 서로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같은 시설에서 살던 아이들은 쪽지로 소통하기도 했다. 여기 사는 애들은 서로 욕을 주고받았다. 내게 쪽지를 보낸 아이는 남자가 아닌 여자 이름이었다.
나사랑.
전혀 모르는 아이였다.

안녕?
내가 누군지 모르지?
사실 나도 너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네 이름은 알겠더라고.
그때 거기서 너와 내가 한 일주일 동안 같이 지냈을 거야.
난 그런 곳이 처음이었고, 너는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잠깐 와 있었고.
어쨌든 반갑다.
내가 아는 그 태양이가 맞는 거겠지?
쪽지 읽으면 답장해라.
(…)
sun salutation.
어때 사진 죽이지?
330개의 유리판이 아드리아 해의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
이고 있지. 이 거대 유리판은 한낮의 태양열을 그대로 모아두었다가
밤이면 그 에너지로 불을 밝힌다고 해. 어둠이 찾아와도 한낮이 태양
의 인사를 하는 거래. 참, 근사한 말이지.
지금, 너도 한낮의 태양을 모두 모았다가 한꺼번에 뿜어낼 그런 날
들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해서, 아니 그래야 하겠지.
직접 가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나사랑은 사진 밑에 이런 글을 또 달아서 파일을 첨부했다. 계속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나에게 이런 글을 보냈을까. 더구나 날 기억도 못한다면서.
나사랑.
그 이름도 시설에 사는 아이의 이름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본문 p.17~20)

나는 차라리 시설이 그런 외딴곳에 있었으면 가출 따위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그 섬에 가서 했다. 다른 사람하고 차단된 세계. 학교도 가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아도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곳. 해가 떠오르는 것도, 바닷물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도, 볼 수 있는 곳. 그야말로 태양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 태양이 언제나 환하게 비추는 게 아니라 어둠 속에 잠겨 있다가 다시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내 이름을 조금 좋아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나사랑, 태양의 인사를 알게 해준 아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본문 p.47)

영준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영준이는 아빠와 함께 살 때, 엄마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고 했다. 홍은동에 살 때, 아빠와 새엄마가 사는 집이 오 분 거리였다. 새엄마가 전처의 자식들과는 못 살겠다고 해서 잠은 따로 자고 밥만 같이 먹는 이상한 가족으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빠가 사는 집으로 가서 밥 먹고 학교에 갔다. 학교 끝나고는 그 집에서 밥 먹고 집으로 돌아와 형과 텔레비전을 보다가 잤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빠가 사는 집이 텅 비어 있었다. 형과 자기를 버리고 이사를 간 게 아닐까, 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아빠가 달려왔다. 아빠의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돈은 물론이고 살림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다 가지고 도망친 거였다.
“진짜 나쁘다.”
나도 모르게 말이 그렇게 나왔다.
“더 나쁜 건 친엄마야.”
영준은 그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영준은 새엄마를 욕하지 않았다. 친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남편과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도망친 친엄마를 할아버지가 며칠 만에 붙잡아 집에 데려왔다.
집으로 잡혀온 엄마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영준과 약속을 했다. 화장실이 대문 옆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는데, 엄마는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나갔다. 영준은 문 앞에 있는 엄마의 자주색 구두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안심하고 기다렸다. 잠깐 과자를 먹다가 봐도 자주색 구두는 그대로 있었다.
문득, 과자의 빈 봉지를 털어서 입에 쏟아놓고는 올 때가 됐는데 안 와서 혹시나 하고 보니까 엄마의 자주색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금방까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까 엄마가 없었다. 영준이는 엄마가 도망쳤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준은 아직도 엄마의 자주색 구두는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본문 p.121~123)

사랑이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너에게 어울리는 꽃을 발견했어.
엽록소가 없어서 조그만 동물의 주검 뒤에 피는 반투명한 순백의 꽃.
비가 많이 내려서 땅이 촉촉해지면 피어나는데, 태양이 필요치 않대.
빛이 없는 지하 세계의 아름다움!
은룡초!!!
그 은룡초는 깊은 산속, 음지에서 산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은룡초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위로라도 하고 싶은 걸까.

도대체 사랑이라는 아이는 왜 자꾸 나를 흔들어대는 걸까.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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