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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물건

엄마와 물건

: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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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80g | 128*188*30mm
ISBN13 9791157846122
ISBN10 115784612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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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산업화 기간에 새로 생긴 물건들을 엄마가 어떻게 수용하고 생활 속으로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을 썼다. 엄마라는 한 사람으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당시 신문 기사도 참고했다. 하지만 이 물건들로 인해 엄마의 삶이 마냥 편해지기만 했다고 읽히는 것을 경계한다. 내가 책에서 다룬 것은 이전에 없던 물건들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이지만, 집 바깥도 마찬가지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소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에 도로가 깔리고, 사람들은 이제 버스나 지하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고 저마다의 삶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세탁기가 생겨 빨래가 편해진 건 분명하지만, 이 물건으로 생긴 여유와 활력을 스스로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서문」중에서

돌로 때를 밀던 엄마도 아이들이 태어난 뒤엔 이태리타월을 썼다.
“이태리타월로 미니까 때가 줄줄 나오고 힘이 하나도 안 드는 거야.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아쉽게도 너무 빨리 해어지고 찢어진다는 것이다.
“도저히 쓸 수 없을 때까지 썼어. 구멍 났다고 버리던 시절이 아니니까. 뭐든 아꼈어.”
부실하게 만든 이태리타월에 화가 났는지, 서울에 사는 김경례 씨가 동아일보 ‘독자가 만드는 독자란’에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투고했다.
---「이태리타월」중에서

“제일 어려서 한 건 청소였지. 5살 때 이사를 갔는데 마루가 넓어서 청소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았는데, 빗자루는 수숫대나 갈대로 만들었어. 제일 좋은 건 갈대 빗자루. 갈대에 씨가 들기 전에 베어다가 솥에다 넣고 쪄. 쪄서 말리면 갈대가 질겨지는 거지. 그걸 엮어서 방을 쓸면 최고였어. 옛날엔 바닥이 다 흙이니까 발에 흙이 많이 묻잖아. 마당에서 발을 씻고 들어와도 흙이 발에 묻는단 말이야. 그래서 늘 방이 서걱서걱하지. 근데 갈대 빗자루로 쓸면 흙이 하나도 없어. 수수 빗자루는 흙이 잘 안 쓸려. 갈대 빗자루는 귀한 편이어서 대체로 수수 빗자루를 많이 썼지. 갈대 빗자루 하나 있으면 닳고 닳아서 빗자루가 주먹만 해 질 때까지 썼어.”
---「진공청소기」중에서

“그때만 해도 고무장갑이 소중해서 구멍 안 나게 쓰려고 늘 조심했거든. 사려면 다 돈이잖아. 많이 아끼고 살아서 그런지 살림에 대한 건 잘 안 잊히더라고.”
얘기가 나온 김에, 고무장갑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엄마가 처음 고무장갑을 썼을 때부터.
“글쎄… 언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어. 동네 사람들이 쓸 때도 나는 안 썼으니까. 결혼 후인 건 분명해.”
엄마는 1973년, 24살에 결혼했다.

“그즈음에 한겨울에만 한 개씩 사다 쓴 것 같아. 그땐 지금처럼 질기지 않아서 잘 찢어졌어. 설거지나 빨래할 때 만 낀 게 아니라, 옛날엔 채소 같은 거 다 우물 가서 씻었 으니까 꼭 고무장갑을 꼈지. (설거지, 빨래 등 용도에 따라) 구 분 안 하고 하나로 다 썼어. 오죽하면 부엌도 추우니까 고무장갑을 끼고 칼질을 했단 말이야. 그러면 잘못해서 장갑 끄트머리를 칼로 잘라먹는 거야. 장갑이 비싸니까 그걸 또 본드로 붙여서 쓰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어.”
---「고무장갑」중에서

동아일보 1937.11.13.
겨울이 되면 밝기 전에 부억에를 나갈 것이니 손으로 더듬(어) 서라도 석냥을 찾도록 두어두고 아궁이에는 탄불이라도 남엇 으면 모르거니와 불이 없거든 장작이나 나무를 너허 불을 사 르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밥해 먹은 아궁이에 장작을 너허두면 마르기도 하고 이튼날 밥도 쉽게 됩니다.
---「가스레인지」중에서

“어렸을 때 ‘(말표)이뿐이비누’라고 빨갛고 동그란 비누 있었어. 어렸을 때부터 썼어. 그걸로 세수도 하고 그릇도 닦고. 애기 손바닥만 하게 쪼끄만데 하나 사면 3개 들어있어. 다 쓰고 떨어지면 한참 있다 사고 그랬지. 이뿐이비누 없을 땐 쌀뜨물로 하거나 아니면 빨랫비누를 쓰는 거야. 시커먼 쌀겨 보릿겨 잿물로 만든 비누. 그러다가 나는 1980년대 들어서 트리오 사다 썼어. 돈 주고 사야 하니까 함부로 못 쓰겠더라. 뭐든 처음 나왔을 때는 쓰기가 조심스러웠고, 무조건 아꼈어. 기름기 있는 거 없는 거 따로 구분해두는 건 옛날 버릇이 그냥 이어진 거고. 그러면 설거지 빨리 끝낼 수 있고 편하잖아. 세제도 아끼고. 아마 다른 집들도 다 그랬을걸?”
---「주방 세제」중에서

“16살 때 처음 했는데, 그리 놀라진 않았어. 그냥 어느 날 옷에 뭐가 묻었길래 ‘아, 이거구나’했지. 그전부터 네 할머니가 하는 걸 봐 왔거든. 그땐 밤에 요강을 썼잖아. 아침마다 요강을 비우고 씻어서 엎어놓는데 어쩔 땐 그 안에 물을 부어서 뭘 담가 놓았다가 저녁에 또 한 번 요강을 씻으시더라고. 그런 날엔 잘 안 보이는 곳 빨랫줄에 얼룩이 묻은 얇은 천이 널려 있고 그랬어. 그런 걸 오랫동안 보니까 우연히, 자연히 알게 되는 거야.”
---「생리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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