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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지 못한 순간에 관하여

찍지 못한 순간에 관하여

: 글로 쓴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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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73g | 140*210*20mm
ISBN13 9788965640837
ISBN10 89656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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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매너」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꼭지가 없었던 것 같다. 「포토 디스트릭트뉴스」지에서도 현장의 사진가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조언한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너무도 이상한 상황이라 사실 어떤 충고가 떠올랐을 것 같지도 않다. 머릿속은 너무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 ---p.26

바로 이 장면이었다! 이게 바로 생생한 사진이다. 이 장면은 내가 지난 몇 주 동안 이곳에서 목격해온 자아파괴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내 책을 완성시켜줄 바로 그것. 내 머릿속에 다시 그 목소리가 울렸다. “사진을 찍어! 이 남자를 내버려두고 네 카메라를 들라고!” 나는 …… ---p.41

캐리커처가 아니라 진정한 인물 사진을 내가 과연 찍을 수 있을까? 모델을 이용하지 않고 사진을 싸구려로 만들지 않으며 그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면서 그 인물이 지니는 연약함과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을까? 어느 누군가를 정형화하거나 불완전한 모습으로 격하하지 않고 그 사람의 모습을 찍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인물의 사진이 그 사람의 총체적 모습, 즉 그 사람의 다양성과 모순점, 특수성을 실제로 묘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진이란 중요한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변덕을 부리고 항상 바뀐다. ---p.92

우리는 곧 다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을 울리는 매혹적인 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 메웠다. 프리실라를 포함해 모든 소녀들이 노래를 부르던 도중 울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냥 물리적으로 그랬다. 사진가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p.191

이틀 동안, 20번이 넘게 전화 통화를 하고 세 대의 자동차, 한 번의 타이어 펑크, 두 명의 운전기사를 거쳐 세 시간 동안 쿠바의 시골길을 달린 끝에, 우리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피델은 어느 공동 목장에 차를 세우게 한 뒤, 다른 것에 비해 훨씬 큰 외양간 안으로 들어갔다. 10분쯤 지나서 그가 돌아왔다. “안 좋은 소식을 들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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