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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의로운 삶_원은지 첫 번째 삶 우리가 ‘생존자’라고 말하는 이유 ―나는 친족 아동 성폭력을 증언한다_푸른나비 두 번째 삶 디지털 성범죄 공동 투쟁기 ―불법촬영,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회복기_최은 세 번째 삶 엄마의 죽음 이후 20년 ―가정폭력 피해자여, 분노하라_아린 네 번째 삶 세월이 저절로 해결해주지 않는 것들 ―15년 전의 성폭력을 대면하다_이레 다섯 번째 삶 생존을 위한 어떤 선택 ―부모의 폭력과 ‘탈가정’의 딜레마_예나 여섯 번째 삶 500원을 들고 다시 시작한 삶 ―남편의 폭력에서 탈출, 사랑과 예술을 찾아_임작가 일곱 번째 삶 나는 살아남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억압의 어두운 동굴을 나간다는 것_박정순 여덟 번째 삶 범인이 잡혀도 끝나지 않는 사건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가 홀로 감당하는 것_하나 아홉 번째 삶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는 법 ―데이트폭력 경험 이후 삶을 바꾸다_연아 열 번째 삶 성폭력은 ‘정치적인 일’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이긴 싸움’의 기록_보라 엮은이의 말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은 어떻게 오는가_윤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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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내 말을 듣고 “언니가 반항하지 않아서 그런 일이 생긴 거야”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평생 겪은 셀 수 없는 폭력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집안에서 나 하나만 침묵하는 것으로 모든 게 괜찮을 수 있다면 다 감내하겠노라고 생각했던 가족의 비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내게 일어난 불행을 알게 된 아주 오랜 친구는 ‘자신의 딸을 단속해야 하고 남편을 의심해야 해서 괴롭다’라고 말했다. 그 친구에게 나는 ‘내가 너무 불행해서 미안하다’라고 사과하고 거리를 두던 때였다. 그런데 동생까지…….
---「우리가 ‘생존자’라고 말하는 이유-나는 친족 아동 성폭력을 증언한다」중에서 나와 친구들만 의기투합했던 것은 아니다. 가해자들도 서로를 전폭적으로 도왔다. 그들의 연대는 새로운 형태의 가해였다. 피해자들의 신상은 뉴스 보도와 동시에 학교와 졸업생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내 개인정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가해자의 친구는 거짓된 주장을 바탕으로 나를 도와준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도 했다. 사건 공론화를 막으려는 방해 공작도 있었다. 그 결과 많은 뉴스와 방송들이 재편집되거나 삭제되었다. 우리는 반성 없이 발악하는 가해자들을 보고 다짐했다. 끝까지 싸우자고. ---「디지털 성범죄 공동 투쟁기-불법 촬영,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회복기」중에서 사소한 실수에도 ‘내가 살아 있는 게 잘못이야’라고 귀결시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였다. 상담 치료가 계속되면서, 죄책감이 분노로 바뀌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제도가 있었다면, 가해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증언할 수 있었을 텐데! 주민등록 열람 금지 제도와 비밀 전학 제도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내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오지도 못했을 거고, 어머니와 살던 그 집에 내가 아버지를 데리고 가지 않았을 거고, 어머니도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서 경찰서에 찾아갔을 때, 경찰들이 집안일이라며 덮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죽음 이후 20년-가정폭력 피해자여, 분노하라」중에서 중학교에 입학하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교복을 입었고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랐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남자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나로 멈춰 있다는 사실이었다. 남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나를 작은 어린이로 만들었다. […] 남자 짝꿍의 팔이 내 책상으로 조금만 넘어와도 무서웠고, 모둠 활동으로 책상을 원형으로 배치하면 남자아이들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복도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거나 웃는 남자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나를 겨냥한 것 같아 위축되었다. ---「세월이 저절로 해결해주지 않는 것들-15년 전의 성폭력을 대면하다」중에서 내가 예전의 증오심을 그대로 가지고 이 생활을 했다면, 지금쯤 나는 그 부정적 감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만으로도 기진맥진한 상태였을지 모른다. 차라리 나는 마음 넓은 내가 합의금 좀 받고 봐준다는 생각으로 그들과 함께 살며 준비된 독립을 위해 돈 모으는 길을 택했다. 내가 폭력을 당한 그 시점에, 혹은 성인이 된 순간에 바로 집을 박차고 나갔다면 가해자들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살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 혼자서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어졌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 내가 비빌 언덕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과 공포, 외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심각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생존을 위한 어떤 선택-부모의 폭력과 ‘탈가정’의 딜레마」중에서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겨서 함께 지낸 지 1년이 되어간다. 서로가 하는 일을 돕고 있다. 전처럼 무조건 밝게 지내진 않는다. 그러나 화를 내더라도 이 화가 나의 과거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화가 내게 전이된 것인지, 스스로 먼저 돌아본다. […] 나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시작은 ‘마음대로, 점프!’라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에서였다. […] 안전한 공간에서 그동안 숨겼던 이야기들을 꺼내고 농담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었던 가지각색의 일들은 너무나도 공통점이 많아서 꼭 한 사람이 저지른 폭력인 것만 같았다. ---「500원을 들고 다시 시작한 삶-남편의 폭력에서 탈출, 사랑과 예술을 찾아」중에서 결혼과 동시에 임신이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순간부터, 원치 않는 섹스와 피임 실패로 셋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나에게는 ‘사랑한다’는 감정을 갖는 일도 쉽지 않았다. 첫아이를 낳고 추운 겨울에 혼자 방에서 산후우울증과 싸워야 했던 시기, 백일이 지나도록 “엄마야, 아가야”라고 불러준 적이 없다. […] 외식할 돈을 아끼려고 치킨이나 피자, 쿠키 등을 직접 만들고 생일 파티 준비도 거하게 했다. 그러나 뒷정리를 하다 지치면 결국 애들한테 짜증을 냈다. […] 특히 남편이 안 보이면 아이들을 더 닦달했다. 숙제 끝내고 놀아라, 정리해라 등등. 남편이 들어와서 애들이 나태해져 있다며 엄동설한에 내쫓고, 나를 괴롭힐 목적으로 애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나는 내 손으로 애들 버릇을 잡으려 했고 모진 말을 하며 달달 볶았다. ---「나는 살아남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억압의 어두운 동굴을 나간다는 것」중에서 피해 이후의 내 삶에서, 초기에 비해 현재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포기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것도 시간이 약이라고, 협박이 오면 다음 날 밤에 나를 검색해본다. 내 사진이 올라와 있으면 신고를 하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 사진이 바로 지워질 때도 있고, 한 달이 넘게 걸릴 때도 있고……. […] 얘는 혹시 봤을까? 그래서 나한테 요즘 연락이 없는 걸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이런 일을 당한 내가 감히……’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잘 떨쳐지지 않는다. 전에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친구가 한 말이 맞다. ‘주홍글씨’이다. 알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해도 또 사진이 돌고 돌고, 지겹도록 끝나지 않는다. 사실, 끝나는 것이 가능한 것일지 의심스럽다. ---「범인이 잡혀도 끝나지 않는 사건-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가 홀로 감당하는 것」중에서 “가계부 쓰게 하고 감시하는 건 아내폭력이에요. 그 남편 혹시 다른 폭력적인 행동도 하지 않나요?” 내 말에 동료는 놀라며 실제로 그 남편이 아내에게 욕을 하고 신체적 폭력도 가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동료의 지인은 이혼하고 싶어도 자식이 있고, 본인에게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겪은 데이트폭력,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보고 공부해서 그런지 폭력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고, 어떤 행동이 폭력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는 법-데이트폭력 경험 이후 삶을 바꾸다」중에서 사건 발생부터 합의까지 10개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뒤 법률자문을 구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고, 고용노동부와 지방노동위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수많은 사이트를 검색하고 콜센터에 전화하고, 몇 번씩이나 내 사건을 글로 정리하고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고용평등상담실에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것까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이 사건에 쏟아부었다. […] 합의로 사건이 끝났어도, 여전히 원청의 책임은 남아 있었다. 책임을 회피하는, 힘 있는 자들의 위로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뼈아프도록 느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고위직 사람들의 행태를 참을 수가 없었다. […] 나는 이 사건을 국회로 보냈다. ---「성폭력은 ‘정치적인 일’이다-직장 내 성희롱 사건 ‘이긴 싸움’의 기록」중에서 |
피해자들은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생존자들이 살아남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는 친족 아동 성폭력, 가정폭력, 교제 폭력, 직장 내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 등 젠더폭력이 얼마나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나는지를 일깨우는 동시에, 그 폭력 이후의 삶도 얼마나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성폭력을 당하고서 그 사실을 덮어버리고 살아간 경우, 폭력을 가한 친족을 떠났으면서도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 긴 시간이 지난 후 상담사를 찾아가 치료를 시작한 경우, 치유를 위해 공동체 활동과 예술 창작에 몸담게 된 경우, 젠더폭력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시위에 나서거나 자신이 당한 폭력을 정치적이고 공적인 담론의 장으로 끌고 간 경우, 피해자를 위한 연대가 가해자를 위한 연대와 맞서게 된 경우,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로서 자기 삶을 재구축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에 들어간 경우, 폭력 배우자에 대한 분노와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인 경우, 자기 비하나 자기 포기로 자해를 가하는 경우, 가스라이팅과 자책감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경우, 오래된 트라우마에서 자신을 구출하는 길을 찾아낸 경우 등 이 책으로 만날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들은,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고착된 이미지를 버리고, 비극적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 이해를 심화·확장하도록 촉구한다. 이 열 가지 삶의 주인공들이 각자 처한 조건, 가치관과 환경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면서도(혹은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면서도) 공통으로 바라는 것은, 평범한 삶으로, 즉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길고도 머나먼 여정이라는 것을 그들은 이제 받아들인다. 거친 풍랑을 헤치고 이제 막 뭍에 도달한 사람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한가? ‘반항하지 않아서 당한 거야’, ‘네가 더 조심해야 했다’, ‘상처는 별이 될 거예요’, ‘이런 사건 하나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예민한 종자들’, ‘아빠도 맞고 자랐으니 때리는 걸 네가 이해해야지’, ‘이런 일 가지고 이렇게까지 따진다니 정말 유별나시네요’, ‘가끔 때리는 건 가정폭력이 아니니 남편 기분 안 좋을 땐 더 잘해주세요’ 등과 같은 주변 반응으로, 젠더폭력 피해자들은 때때로 지난 폭력 사건보다도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나아가 젠더폭력에 대한 공적 토론과 성찰의 기회가 차단되고, 제도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현실에서 폭력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자들이 공포의 기억을 밖으로 꺼내는 데 들인 ‘내 몸 세포와 세포 사이를 갈라’ 한마디 한마디 내놓는 값진 용기에 상응하는 화답은, 그 용기로 길어 올려진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표현 못 할 아픔을 헤아려보고, ‘당신 잘못이 아님’을 알게 하는 따뜻한 연대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는 피해자의 회복과 건강한 생존을 위해 무엇이 진정한 지원이 될지, 그리고 모두의 안전한 공생이 어떻게 가능할지 생각하게 한다. 또한 젠더폭력을 ‘가해자 개인의 문제’ 내지는 ‘피해자 개인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일각의 논리에 맞서, 이것이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이제 막 스스로 해석하고 성찰하고 자리매김하게 된 필자들, 자신이 학대당한 것을 이제야 이해하고 분노할 줄 알게 된 이 삶의 주인공들은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 닿는 말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말하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개인적이면서,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딛고 있는 넓고도 촘촘한 사회를 정확히 향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란 비단 법과 제도만이 아니다. 폭력 피해 생존자가 홀로 모든 고통을 감당하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 이 열 가지 삶의 용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도 사회적 안전망을 이루는 중요한 조건이다. 젠더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라고 말해주는 ‘우리들’이야말로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원은지(불꽃 단), ‘추천하는 말’에서)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따뜻한 관심과 지지, 신뢰와 친절, 가까운 사람들과의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연대, 그런 것이다. […] 열 명의 필자들은 살아남았고, 이미 누군가를 일으키는 소리로 우리를 깨우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그리고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갈 길을 알려주고 있다. (윤정은, ‘엮은이의 말’에서) 나도 하고 싶은 일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이제는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찾아 듣게 되고, 먹고 싶은 음식도 종종 떠오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너무나 소중한 일상으로의 한 걸음들이다. 이제는 나에게도 5년 후, 10년 후의 삶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57쪽, 「디지털 성범죄 공동 투쟁기-불법촬영,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회복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