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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메 그린다 (큰글자책)

그리메 그린다 (큰글자책)

: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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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210*297*30mm
ISBN13 9791185962276
ISBN10 118596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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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견은 대나무가 아니라 대나무 그림자를 그린 것이니, 삶이 이러할 것이다. 우리가 어찌 사는 본령을 죄다 안다 할 것인가? 실은 그 비친 형상만 취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며, 그게 삶의 본질 아니겠는가? 인생이 깔아놓는 삶의 진실은 무엇이며, 설령 그림자인들 이에 미치지 못할쏘냐? 결국 우리가 그려내는 것은 삶의 잔영에 불과한 것이다. (...)삶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림 또한 그림자를 그려대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다들 무에 그리 연연하는가? 헛되고 헛되기만 한 인생사이거늘.
--- p.43~44

없는 것으로 있는 것을 만드니 그림으로 모습을 그릴지언정 어찌 무슨 말을 전하랴! 세상엔 시인이 많고 많지만 누가 이미 흩어진 혼을 불러 주리오.
--- p.134

어떤 사람이 산수(山水)를 그려 달라 청하였는데, 산만 그리고 물은 그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괴이히 여기며 따지니, 칠칠은 붓을 던지고 일어서며 말하였다. “어허, 종이 밖은 모두 물이잖소.”
--- p.137

운명의 칼날 앞에서도 어수룩하게 바보같이, 의연하게 내게 들씌워진 소임을 다하고자 하였소. 내 인생은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은 곧 사라질 이슬에 불과하오. 보시오, 내 그림만이 이렇게 남아 있지 않소.
--- p.227

정선이 아끼는 바는 그림 자체에 있지 않았다. 대신, 치열하고 중단 없는 창작열에 있었다. 그의 그림이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사람을 비추는 달빛처럼 풍요롭게 보는 이를 감싸 안기 때문일 게다. 그 속에서는 그림자마저 황홀하고 넉넉하다. 우리는 그 너른 품속으로 들어가 켜켜이 먼지 묻은 영혼의 거문고도 꺼내어 튕기고, 해금도 쟁쟁거리며 타고, 다른 모든 삼현육각을 울리면서 한바탕 문풍(文風)이 흐르는 ‘예술 소풍’을 즐겨봄이 어떠한가!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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