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지식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우주를 이해한다. 생명이 또 다른 소우주임을 깨닫는 순간 자연과 사람, 지구와 우주는 더 이상 별개가 아니다. 우연과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고 필연은 우연을 통해 드러난다. 과학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
순수한 물 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음을 목격한 레벤후크의 현미경, 과학자도 아닌 성직자 멘델이 알아낸 유전의 법칙, 사과는 왜 아래로만 떨어지는지 궁금해했던 뉴턴Isaac Newton의 만유인력 등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교과서에서 한발 더 들어가 이들의 거대한 발견을 만나고 그 뒤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열정과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 과정과 그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했다. _p. 7 ‘프롤로그’ 중에서
우주로 날아간 지 5년째 되던 해, 허블우주망원경은 아주 놀라운 발견을 한다. 이른바 ‘허블 딥 필드’를 밝혀내면서 약 130억 년 전의 우주 모습을 인류에게 보여준 것이다. 1995년, 과학자들은 북두칠성 부근의 별빛과 은하가 전혀 관측되지 않는 가장 어두운 영역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11일 동안 촬영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 342장을 하나로 모으자 그동안 숨겨져 있던 우주의 놀라운 모습이 나타났다. 인간의 엄지손톱 크기만 한 작은 영역에서 무려 3,000개 이상의 은하가 발견된 것이다. 더구나 이 은하들은 다양한 나이와 크기, 색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노란색 은하는 많은 별들이 진화해 지금은 늙은 별들만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붉은색 은하는 우주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생성되어 130억 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존재해온 은하이다.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우주에서 가장 먼 곳을 보는 것은 가장 오래된 빛을 보는 것과 같다. 또한 가장 오래된 빛을 보는 것은 우주 탄생 후 가장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인류는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130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보았고, 이를 통해 우주의 역사가 130억 년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 탄생의 기원을 밝혀내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이다._p. 17 ‘1부. 우주 탄생의 비밀, 빅뱅’ 中
우주를 관찰하던 과학자들은 어느 날 뉴턴의 중력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다. 수성의 궤도가 약간씩 변하는 현상이었다. 행성운동 법칙에 의하면 수성의 궤도는 항상 일정해야 하지만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 즉 근일점이 아주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이 현상의 비밀은 푼 사람은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무거운 물체의 질량이 시간과 공간을 휘게 만들어 다른 물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무거운 베어링을 풍선 위에 얹으면 풍선 표면이 찌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가벼운 베어링을 근처에 놓으면 무거운 베어링 쪽으로 굴러간다. 무거운 베어링이 가벼운 베어링을 끌어당겨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굽은 공간 때문에 굴러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태양에 가깝게 접근하던 수성이 태양이라는 거대한 물체로 인해 휘어진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공간(우주)은 물질의 존재에 의해 왜곡되는데 이렇게 되면 일직선으로 가는 빛이 휘어진다는 설명이다. _p. 75 ‘2부. 태양, 태양계의 원리를 찾아서’ 中
홈스는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 평생 고대 암석을 수집하고, 납과 우라늄의 비율을 계산했다. 그가 처음 계산한 지구의 나이는 10억 년, 그다음에 계산한 나이는 30억 년이었다. 고작 6,000년에 불과했던 지구의 나이는 홈스가 나이를 먹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구의 나이가 45억 6,000만 년으로 최종 계산된 시기는 1956년이다. 20대의 젊은 과학자였던 홈스가 백발이 성성한 66세의 노인이 되었을 때다.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클레어 패터슨은 새로운 발명품인 질량 분석기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45억 6,000만 년(오차범위 7,000만 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나이는 현재까지도 별 이견 없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_p. 93 ‘3부. 지구, 45억 6,000만 년의 기록’ 中
무기물에서 합성된 유기물은 어떻게 최초의 생명체로 나아갔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를 지닌 단세포 생물들도 세포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특히 인간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생명 활동이 세포와 연관되어 있다.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증식까지 하는 생명의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세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이었다. 현미경을 개량해 동식물을 상세하게 관찰하던 훅은 코르크 조각에서 벌집 모양의 구조물을 발견한다. 그는 1667년에 출간한 《마이크로그라피아》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현미경으로 본 코르크 조각은 마치 수도원의 작은 방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라틴어로 작은 방을 의미하는 ‘Cell’, 즉 세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모든 생명체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자인 훅 자신도 알지 못했다. 식물과 동물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던 당시의 과학자들은 식물에만 세포와 세포핵이 있다고 믿었다. 동물세포는 세포벽이 얇아서 모양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세포라고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_p. 160 ‘4부. 생명의 시작, 그리고 진화’ 中
유전 현상에 대한 최초의 고민은 체코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중반, 사람들은 생명체가 세포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유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부모의 체액이 물감처럼 섞여서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그레고르 멘델이었다.
수도사인 멘델이 유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좋은 농산물을 개발해 농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수도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그런데 10년 동안 서로 다른 완두를 교배하던 중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전 현상이 일정한 확률로 나타난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콩의 모양과 같은, 어떤 형질을 결정하는 물질이 우성과 열성으로 나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둥근 완두와 주름진 완두를 교배하면 둘의 유전물질이 반반씩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때 첫 번째 세대에서 나타나는 둥근 형질이 우성이다. 주름진 형질의 열성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세대에서 나타나는데, 이때 우성과 열성의 형질 비율은3대 1로 나타난다. 바로 이것이 멘델이 발견한 유전의 법칙이다. _p. 188 ‘5부. 생명의 사슬, 유전’ 中
17세기의 근대 과학혁명을 통해 밝혀진 과학적 진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 즉 ‘세계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결국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우주와 자연과 생명은 과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오늘날 우리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기는커녕, 정말 수없이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정말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한 생명이라고 우기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지난 400여 년 동안 놀라운 수준으로 축적된 우리의 과학 지식 덕분이다.
《호모사이언스 1》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 우리가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준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영된 「과학혁명의 이정표」와 함께 현대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줄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_p. 222 ‘감수의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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