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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 곰곰 | 2022년 12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27건 | 판매지수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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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30g | 135*205*20mm
ISBN13 9791196714772
ISBN10 11967147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어디든 가는 나쁜 여자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우렁이 각시
소란 떨고 냄새 피우는 여자│방귀쟁이 며느리
불타는 땅, 천 명의 죽음으로 태어난 당신│여우 누이
내 배꼽 밑, 검은 선의 힘│내 복에 산다
수탉이 울어도 선녀는 닭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선녀와 나무꾼
머리 뚜껑이 열리는 여자│밥 많이 먹는 색시

범과 도깨비가 판치는 세상의 진짜 주인공

그 여자의 최후의 만찬│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곰의 불알을 쥐고 마을로 돌아온 소도둑│호랑이와 곶감
영원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과 ‘나 때는 말이야’│범 이야기 두 편
여자를 좋아하는 도깨비와 꽃뱀│과부와 도깨비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나아갈 두 갈래 길│도깨비방망이

여자는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는다

살해된 작은 몸들을 위한 진혼│아기장수 이야기
‘아들의 마더’에 관한 서늘한 탄생 신화│꽁지 닷 발주둥이 닷 발 새
말하는 아이, 콩쥐│콩쥐 팥쥐
새로 태어난 어머니는 모성에 갇히지 않는다│손 없는 색시
토끼 같은 내 새끼와 남의 새끼│팥이 영감과 토끼
아버지와 아들은 다르게 이어질 수 있다│아버지의 세 가지 유산

옛이야기는 영웅을 믿지 않는다

인생 역전한 사내의 피 튀기는 입지전│꾀보 막동이
쥐 좆도 모르는 이야기│둔갑한 쥐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돌 노적 쌀 노적
반쪽 어둠을 찾아 떠나라│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를 가두면 사람을 잡는다│이야기 주머니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떤 이야기에도 휘둘리거나 잡아먹히지 않고 자유로이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내공을 기르는 것. 그리하여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그것이 옛이야기의 영원한 결론인 해피엔딩이며, 고전에서 말하는 생생불이(生生不已)의 가르침이다. 하늘은 무심하고, 인생은 공정하지 않지만 삶은 이어져 왔고 나 또한 지금 살아 있다.
--- p.11

색시에게 우렁이 껍질은 ‘자기만의 방’이다. ‘때가 되어’ 서로의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사랑조차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각은 ‘천하일색’인 겉모습과 밥상을 차리는 손에 안달을 낼 뿐 색시의 내면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 p.21

냄새는 누구나 나지만 아무나 피울 수 없다. 위계 사회에서는 냄새도 권력이기 때문이다. 시아버지의 영토는 그의 냄새가 지배한다. 그의 사적 공간인 집 안에서 씨족으로 보나 젠더로 보나 외부자인 며느리가 감히 냄새를 피울 장소는 없다. 억압받는 방귀는 가부장 사회에 포위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상징한다.
--- p.25

더 오싹한 것은 여느 여성 악당들과 달리 그녀에게는 피해자 서사가 없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젠더 폭력에 대해 복수하려는 ‘한 많은’ 여자가 아니며, 꼬집어 응징해야 할 가해자가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악당에게 앳된 여성의 얼굴은 성능 좋은 가면일 뿐이며, 성 역할은 비장의 공격 무기가 된다.
--- p.30

‘내 복’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부장의 부와 권력은 그가 훌륭해서 독점할 수 있었던 게 아니며, 돌을 금으로 만드는 복은 공감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관계에서만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40

아이를 셋이나 낳고 살도록 나무꾼은 아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으므로 어디로 떠났는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처음 만났던 그 연못에조차 가 볼 엄두를 못 내고, 자기 연민에 빠져 울고 있다가 또다시 노루 덕에 간신히 아내의 뒤를 좇는다.
--- p.46

신랑은 ‘사람’이다. 밥의 주인인 그는 밥을 지어 주는 ‘여자’가 식욕이 왕성하다는 걸 알았을 때 두려움에 휩싸인다. 여자가 감히 분수를 모르고 ‘사람’처럼 먹을 것을 탐하다니!
오늘날까지 여성의 몸은 음식으로 취급되어 왔다. 앵두 같은 입술부터 조개인 성기까지 부위가 나눠진 채 먹을거리로 표현된다. 귀한 딸은 ‘고명’이 되어 음식의 때깔을 보태고, 술 취한 여성은 ‘골뱅이’가 되어 ‘따먹힌다’. 식욕과 성욕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라지만, ‘먹히고’ ‘대 주는’ 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 p.51

현실의 호랑이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야기에서는 호랑이가 나쁜 놈임이 처음부터 드러나 있지만, 현실에서는 번듯하고 점잖은 악마가 오히려 많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는 사람’의 폭력은 좀처럼 드러내기 어렵고, 드러낸다 해도 폭력으로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에는 팥죽 할머니보다 호랑이를 위해 준비된 말이 훨씬 더 많다.
--- p.59

팥죽 할머니는? 당연히 잘 살았을 것이다. 남자인 구세주에게 거룩한 열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면, 하늘 아래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꿀릴 것 없던 여자에게는 열두 이웃이 있었기 때문이다.
--- p.63

소도둑의 성별을 굳이 사내로 못 박을 필요는 없다. 단군 신화에서도 큰곰(환웅)의 정기(불알)를 얻어낸 자는 웅녀였으니 말이다. 다만 웅녀는 아들을 낳아 주고(?) 신화에서 지워졌지만, 소도둑은 옛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영원히 살아남았다.
--- p.69

여자는 단호하게 도깨비를 내보낸다. 쫓겨난 도깨비는 ‘여자를 좋아한 죄’밖에 없는 자기가 도리어 피해자라며 소란을 떤다. 이른바 ‘꽃뱀’한테 억울하게 당했다는 소린데, 떠들어 댄들 여자가 대문을 다시 열어 줄 리는 없다.
--- p.81

민중이나 영웅과 같이 웅장한 담론으로는 이 작은 몸의 안타까운 죽음을 담아 내기 어렵다. 말이 좋아 ‘아기장수’지, 부모 손에 살해된 핏덩이가 아닌가. 이 이야기에는 오랫동안 광범하게 행해져 온 영아 살해의 공공연한 비밀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 p.92

괴물 새가 간 길은 그동안 엄마가 해 오던 노동으로 이어져 있다. 모 심고, 담배 심고, 까치와 멧돼지를 먹이던 길이다.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태산 같은 빨래를 씻어서 삶아서 헹궈 풀 먹여서 농 안에 넣어 줘야” 한다거나, “변소간의 구더기를 다 주워서 아랫물에 씻고 윗물에 헹궈 까마귀 입에 넣어 주는” 행로를 길고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아들은 논일, 밭일, 집안일에 양육과 보살핌 노동을 떠맡으며 살아온 엄마의 고단한 발자취를 따라 새의 집에 이른다.
--- p.100

사실 콩쥐는 처음부터 ‘말하는 아이’였다. 엉엉 울면서도 암소와 두꺼비와 참새와 이웃집 할머니에게 왜 서러운지,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말했다. 그 말들은 분노와 서러움을 달래는 노래였으며 세상과 연대하는 무기가 되어 왔다.
--- p.111

양반집 안주인인 어머니가 가부장에게 부여받은 책임과 권력은 딸에 대한 단속이다. 계급 사회일수록 하층 계급의 여성은 성적으로 착취되고, 상층 여성은 성적으로 구속되기 마련이다.
새로 태어난 어머니는 모성에 갇히지 않는다.
--- p.11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끝내 살아남은 여자들의 영원한 이야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여성 서사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전국의 노인들이 들려준 구술 기록들을 원본으로 삼아 입말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옛이야기는 대부분 여성들의 말이었으며, 남성의 문자로 재해석된 것에 한해 간신히 문학 대접을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말한 당사자는 쉽게 지워진다. 더구나 어린이 교육용으로 재구성되면서 주류 사회에 교훈을 담는 수단으로 쓰이곤 했다. 이 책은 밋밋한 훈계가 아니라 상징과 은유와 풍자로 가득한 옛이야기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 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고전과 옛이야기를 탐구해 온 작가 심조원의 구수하면서도 신랄한 입담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웬 늙은이가 밭을 매니까루 산에서 호랭이가 내려왔더랴.”

이렇게 시작하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어린이 그림책으로도 여러 권 출간되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옛이야기로, 할머니와 알밤, 자라, 개똥 등이 힘을 합쳐 호랑이를 물리친다는 신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버전으로 해석하면, 이른바 ‘정상 가족’을 꾸리지 못하고 궁벽한 산골에 혼자 살고 있는 늙은 여성의 몸을 노리는 작자를 알밤, 자라, 지게 등 누추하고 하찮은 이웃들이 팥죽 한 그릇으로 얼었던 몸을 녹이고는 저마다 할 수 있는 한 가지 몸짓을 보태며 연대하여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분노와 서러움을 달래는 노래이자 세상과 연대하는 무기

안방과 빨래터, 우물가에 삼삼오오 모인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된 삶을 때로는 으스스하게 때로는 깔깔대며 끝없이 이야기하였다. 가부장제의 굴레에 갇혀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그들은 끝내 살아남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고명이 되기를 거부하고 남성 가부장인 아버지를 미러링하고 있는 ‘빌런’ 여우 누이와 여우가 재현하는 폭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슈퍼히어로’인 용왕의 딸 거북(〈여우 누이〉), 시아버지의 냄새가 지배하는 영토에서 소리 내고 냄새 피우기를 포기하지 않은 며느리(〈방귀쟁이 며느리〉), 엉엉 울면서도 암소와 두꺼비와 참새와 이웃집 할머니에게 왜 서러운지,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말하는 아이, 콩쥐(〈콩쥐 팥쥐〉), 폭력적인 가부장 앞에서 자의식을 드러내어 쫓겨났지만 세상의 이목에 개의치 않고 발언을 계속 이어가는 막내딸(〈내 복에 산다〉), 부정당한 욕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차곡차곡 머릿속에 저장한 색시(〈밥 많이 먹는 색시〉) 등은 이야기판 여성 당사자들의 이야기라고 이 책은 말한다.

여자는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에서 악역을 맡는 계모. 작가는 계모가 어머니의 다른 얼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편의 존재는 사라지고 전처소생과 본인의 딸, 그리고 끝없는 집안일을 떠맡아야 했던 팥쥐 엄마이자 콩쥐의 의붓어미, 의붓딸을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모함하여 아비로 하여금 딸의 손목을 자르게 하는 계모. 모성이라는 구실로 양육과 돌봄 노동을 떠맡은 약자이자 모성을 앞세워 모진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될 때도 있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어머니를 옛이야기에서는 계모라고 한다는 것이다. 환대받지 못한 아이를 낳고 살해한 산모, 아들의 어머니이자 며느리의 시어머니라는 두 얼굴, 죽을 고비에서 새로 태어난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는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도깨비는 아침을 맞을 수 없다

이 책은 온갖 망가지는 배역을 맡아 오히려 친근해진 호랑이와 도깨비 이야기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호랑이는 사실 가족 제도나 국가 권력 등의 힘을 상징하지만, 범을 캐스팅하는 주체는 이야기 자리에 모인 여성, 아이, 머슴, 소금 장수, 짚신 장수 등이다. 범을 모시고 섬겨야 할 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범의 껍데기를 벗기고, 수수깡으로 찌르고, 동아줄에 줄줄이 꿰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깨비는 가부장제에서 대접받는 ‘남성성’을 풍자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도깨비에게 덜미가 잡혀도 자신이 긴 밤을 버티고 살아남은 주인공임을 잊지 않는다. 도깨비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아침을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지막 이야기를 〈이야기 주머니〉로 배치했다.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풀어놓지 않으면 이야기가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얘길 해요. 오늘 저녁에 들은 거 아무 데라도 댕기면서 얘기를 해야 얘기가 얻어먹구 살잖아.”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제목은 선언이다. 설화 혹은 옛이야기들은 흔히 푸근하고 정감 있는, 우리 전통을 담아낸 신성불가침의 서사로 생각되곤 한다. 그런데 구전되던 옛이야기들은 한반도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기록통이기도 하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혼자 사는 가난한 여자는 영화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처럼 기발하게 산중의 왕을 물리친다. 여성의 생존기로 읽는 〈콩쥐 팥쥐〉는 ‘여성의 적은 여자’같은 단순한 해석을 거부한다. 옛이야기는 한층 더 풍성해지고, 우리는 그 속 여성들을 새롭게 만난다. 섣불리 넘겨짚을 삶은 하나도 없다.
- 이다혜 (작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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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작가와 책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목* | 2023.01.02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나로서는 거의 1년 만에 받은 서평단 도서이다. 3년 전까지는 거의 매주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리뷰를 썼고, 1년 전까지도 가끔은 책을 읽기도 했는데 작년에는 아예 응모조차 안 했었다. 다른 지역 행사에 몰입하다 보니 리뷰는커녕 책을 읽을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다시 독서에 몰입하자고 작심하고 신청한 책이다. 아마 서너 번쯤 신청하면 한 번쯤 선;
리뷰제목


 

나로서는 거의 1년 만에 받은 서평단 도서이다. 3년 전까지는 거의 매주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리뷰를 썼고, 1년 전까지도 가끔은 책을 읽기도 했는데 작년에는 아예 응모조차 안 했었다. 다른 지역 행사에 몰입하다 보니 리뷰는커녕 책을 읽을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다시 독서에 몰입하자고 작심하고 신청한 책이다. 아마 서너 번쯤 신청하면 한 번쯤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신청한 책을 덜컥 받게 되니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1년 만에 받은 책이니 열심히 읽고 정성껏 써야 하겠지만 지금 나의 상황이 최악이다. 책을 받기 이틀 전에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는데, 왼쪽 손목까지 석고 붕대를 감은 것이다. 책을 잡기가 힘들고, 책장을 넘기기도 쉽지 않으며, 치명적인 것은 글을 쓰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것이다. 차라리 펜 글씨는 괴발개발 쓰겠는데, 자판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판은 왼쪽이 자음, 오른쪽이 모음인데 왼손을 못 치니 오른손도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른손으로 하나하나 누르면 될 듯한데 그게 아니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엉뚱하게 검색이 뜨거나 한영 키가 뒤죽박죽이 된다. 분당 600타를 자랑하는 나의 타자 실력이 분당 30자 안팎이 되었으니 어찌 리뷰를 쓸 것인가? 나는 수준 높은 글은 못쓰지만, 분량에서는 2천 자 이상의 방대한 양의 글을 썼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니 작가와 작품에게 미안할 뿐이다.

 

나의 왼손은 1월 말에나 정상이 된다고 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메모 형식으로 몇 가지만 남기겠다.

 

첫째, 옛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어서 흥미 있었음.

 

둘째, 주로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음. 나는 남성이지만 상당 부분 공감했음. 나의 어머니, 아내, 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

 

셋째, 내가 지금까지 읽었거나 들은 옛이야기들은 완결된 모두가 아니었음. 교과서나 민담집에서 생략했거나 더 진화한 후일담이 있었음.

 

넷째, 작가의 창작이 아니라 수많은 전승자의 채록을 정리했음.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는 의미를 찾으며 펼치고 있음.

 

다섯째, 이 책과 관계없이 내가 아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떠올랐음. 초등 국어책에는 사슴이 나무꾼에게 알려준 말이 "선녀가 아이를 셋을 날 때까지 날개옷을 주지 말라." 이었으나, 나무꾼이 둘을 낳았을 때 옷을 주자 선녀는 아이를 양손에 안고 하늘로 올랐음.

 

그러나 발전된 버전에서는 선녀가 낳은 아이가 끝없이 늘어남.

 

1) 아이 셋 : 선녀는 둘은 양손에 안고, 한 명은 업고 하늘로 오름.

2) 아이 넷 : 목말을 태우고 하늘로 오름.

3) 아이 다섯 : 다리에 끼고 하늘로 오름.

4) 아이 여섯 : 입에 물고 하늘로 오름.

5) 아이 일곱 : 머리에 이고 하늘로 오름…….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저 재미있고 기발하다는 생각만 했으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됨. 결국 선녀가 아이를 아무리 많이 낳아도 나무꾼은 선녀를 잡지 못함.

 

나무꾼은 남성, 약탈자, 민중의 배신자인 아전이나 탐관오리 등 권력자를 상징함. 그는 선녀의 옷을 훔치고, 그녀를 나락으로 떨굼.

선녀는 여성, 서민. 소수 약자 등을 상징함. 그녀는 자신의 옷을 훔친 나무꾼에게 몸과 노동력을 갈취 당함.

 

여섯째, 이 글 전편에 흐르는 주제는 자유를 향한 민중의 의지는 어떤 권력이라도 꺾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임.

 


              82쪽 여자를 좋아하는 도깨비와 곶감

 

도깨비에게 농락당하던 과부가 도깨비를 속이자, 도깨비의 복수는 돈벼락을 안김.  과부가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돈이라고 한 말을 도깨비가 곧이곧대로 믿은 것임.

 

조선 시대의 여성, 특히 과부는 사회적 약자임. 도깨비는 그녀에게 추근대는 주변 남성, 또는 권력자. 비록 이야기 속의 현실이지만 그녀는 약탈자인 남성에게서 벗어남.

 

우렁이 각시의 총각과 시어머니는 결국 우렁이 각시를 등친 약탈자들. 여러 버전 중에서 우렁이 각시가 이웃의 부자(또는 권력자)에게 가는 결말은 그녀의 비극이 아니라 더 큰 행복을 찾은 것이고, 약탈자인 총각과 시어머니는 들어온 복을 놓친 것임.

 

위 예문에서 도깨비는 여성(또는 사회적 약자)을 약탈한 남성(또는 사회적 강자)으로 대체 가능. 즉 도깨비=호랑이, 남성(시아버지, 남편, 원님, 감사 등 권력자)

 

이런 주제를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 또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

 

일곱째, 새삼스럽게 표지의 의미를 생각했음. 모든 여성들의 얼굴이 같은데, 그녀들은 강요받은 가면(착한 딸, 일 잘하는 며느리, 어진 어머니)을 쓰고 있음. 인간으로서의 본성과 존엄을 상실한 채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

 

저자와 출판인에게 약속한다. 왼팔을 쓸 수 있게 되면 이 리뷰를 완성하겠다고. 아무튼 나는 한 손으로 3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이 글을 썼으니 의무를 어느 정도 완성한 듯하다.

 


지금 나의 왼손(타자가 불가능)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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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파워문화리뷰 방귀를 트자!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뻑* | 2023.01.16 | 추천2 | 댓글1 리뷰제목
  시아버지가 가만 보이 걱정이라. 이래서, “며느라, 니가 와 얼굴이 와 철색(鐵色)이 지노?” 이러카이, “예, 아버지예 제가 방구를 몬 뀌서 그랬읍니더.” 카더란다. “야, 야, 방구로 뀌라. (…) 방구로 안 뀌고 살 수가 있나? 방구로 뀌라.”   “새이(올케)는 저 모퉁이 기둥 잡고, 아범은 앞 기둥 잡으소.” 이래 카거든. 이놈우 방구가 얼매나 크게 낄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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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가만 보이 걱정이라. 이래서,

며느라, 니가 와 얼굴이 와 철색(鐵色)이 지노?” 이러카이,

, 아버지예 제가 방구를 몬 뀌서 그랬읍니더.” 카더란다.

, , 방구로 뀌라. () 방구로 안 뀌고 살 수가 있나? 방구로 뀌라.”

 

새이(올케)는 저 모퉁이 기둥 잡고, 아범은 앞 기둥 잡으소.” 이래 카거든. 이놈우 방구가 얼매나 크게 낄란지 그러 카이께네, 그 시아버지 앞 기둥 잡고, 신랑캉 모퉁이 기둥 잡고 있으니께, 방구를 한 대 펑 터자 놓이께, 집이 꺼떡하게 넘어가 뿌거든.

 

또 이쪽으로 끼 노이까 이쪽으로 집이 꺼떡한다 말이지. 집을 이리 자빠치다가 저리 자빠치다가 그마 집이 다 찌그저 가거든. 어떻기(어찌나) 보골이 나는지 에레이 빌어무을 거 이년을 데려주야 되겠다.” 인자 데리다 주러 간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방귀쟁이 며느리 27~28페이지)

 

시집온 며느리가 처음과 다르게 얼굴색이 썩어가고 있더라. 이를 이상하게 본 시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며느리가 방귀를 뀌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에, 시아버지 너그럽게 방귀를 뀌라고 한다. 방귀, 그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얼굴색까지 변하게 한단 말인가. 그래서 며느리 방귀 뀔 준비를 하며, 시집 식구들 모두 모아 집안의 기둥 하나씩 잡고 있으라고 하니, 며느리 방귀 우습게 알고 이게 무슨 준비인가 싶었겠지. , 이제 카운트다운~ 빵빠라바라빵! 며느리의 방귀 한방에 집이 이쪽으로 쓰러지고, 다시 또 한방에 저쪽으로 쓰러지고. 오메, 세상 이런 방귀는 또 처음 보네. 뭔 놈의 방귀가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폭탄급이란 말이냐. 안 되겠다. 이 며느리 방귀 한 번만 더 뀌면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네. 같이 못 살겠으니 친정으로 데려야 주야 쓰겠네.

 

속이 다 시원해서 박장대소하며 읽었다. 방귀, 이게 뭐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놈의 방귀를 박살을 내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이 며느리 이야기 읽으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더란 말이다.

 

방귀가 마려워.”

화장실로 가.”

소리가 들릴 거잖아.”

그래도 화장실로 가서 해결해.”

싫은데. 나는 그냥 여기서 뀌고 싶은데?”

그건 안돼. 우리 사이에 방귀는 아직인 것 같아.”

 

신경 쓰는 일 생기면 변비에 시달리고, 언제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다. 그러다 가끔 터지는 방귀가 내 속을 좀 시원하게 해주곤 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 앞에서 방귀를 뀌지 못하겠는 거라. 남편은 처음부터 방귀는 트지 말자고 했고, 나는 그럼 방귀가 마려우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화장실이나 방으로 들어가서 뀌고 나오라고 하더라. 그럼 냄새는 어쩔 거냐고 했더니, 그것도 같이 해결하고 나오라나? 어쩌란 말이여. 방귀를 뀌란 말이여 뀌지 말란 말이여.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직도 나는 방귀를 편하게 못 뀌고 있는데, 오래된 이야기 속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얼마나 방귀를 참으면 얼굴색이 철색이 되고, 참았던 방귀를 얼마나 시원하게 뀌었으면 집이 쓰러질 정도냔 말이다. 이 부분을 남편한테 읽어주면서, 방귀를 참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다. 내가 방귀를 참다가 뀌면 우리 집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싫단다. 방귀 트는 사이는 되지 말자고. 마침 그때 TV에서 방송인 박수홍 부부가 나왔는데, 박수홍은 아직도 다른 사람 앞에서 방귀를 뀌지 않는다고 했고, 아내는 진즉에 방귀를 텄다고 한다. 그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 남편과 이 장면을 같이 보면서, 저렇게 방귀를 귀엽게 트는데 너무 즐겁지 않냐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대. 이거 방귀 터도 괜찮다는 말, 맞지 

 

우리가 흔히 알던 옛이야기가 여성 서사 중심으로 들려온다. 전래동화 구술 채록본의 일부로 구성된 책인데, 입말 그대로 들려주다 보니 문장을 한참 읽어야 무슨 말인지 들린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그동안 우리가 알던 동화의 결말이 아니어서 재밌다는 거,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동화여서 해석도 다르게 들려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 흔한 예가 선녀와 나무꾼이 아니었던가. 이건 매체에서도 흔하게 들었던 여러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하니, 아마 지금도 여러 방향에서 새롭게 접근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한 가지 방향에서만 다가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봐야 할 것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까지 언급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옛이야기가 어린이 교육용으로 재구성되며 교훈적인 내용으로 전해진 것에 비해, 구술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좀 더 심오하기도 하다. 여성의 삶을 더 깊게 비추기도 한다. 아마 앞에 몇 페이지만 읽어도 웃고 울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거다.

 

신랑의 상식으로 여자는 원래고기 같은 건 안 좋아하고, 누룽지를 밥보다 더 좋아하며, 식구들의 다음 끼니를 남기려고 대궁밥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내가 감히 건장한 남자처럼 먹으려 드니 이거 야단났다. ‘된장녀김치녀처럼 제 몫을 챙기고 입치레를 하면 집안 살림, 나라 살림을 어떻게 불리겠는가. 더구나 밥을 양껏 먹고 기운이 솟구쳐 남자를 업신여기기라도 하면 더 큰 낭패가 아닌가. 그는 아내의 숨은 욕망을 들춰내고 뱃구레를 시험하기로 한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중 밥 많이 먹는 색시 51~52페이지)

 

밥 많이 먹는 색시는 진짜 웃기는데, 눈물이 나게 서글프다. 밥 많이 먹는 게 죄가 되나? 결혼한다는 게 같이 살아갈 배우자를 곁에 두는 게 아니라, 무임금 노동자 한 명 들이는 일인가? 남편의 함정에 걸려들어 남편이 권하는 대로 밥을 양껏 먹었고, 남편은 분을 못 이겨 아내를 때려죽인다. 곧 남편은 첫 마누라와 달리 숨 쉴 만큼만 먹으면서 부모 조상 잘 섬기고, 집안 살림 일구고, 남편 기죽지 않도록 잠자리 해 주고, 아들을 쑥쑥 낳아 줄 여자를 사방으로 구하러 다닌다. 그러다가 바라던 대로 입이 벌레 주둥이만큼 작은 여자를 찾아내는데... 이번에는 남편 입맛에 맞는 아내를 구했을까? 깔깔깔깔~ 나는 이 부분부터 뭔가 반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 번째 아내가 결코 남편이 찾는 이상형(?)이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으면서 읽었잖아. 남편이 뭔가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그 의심을 밝혀줄 증거가 절대 드러나면 안 된다고 빌고 또 빌었단 말이야. 남편은 아내가 적게 먹는다는 걸 알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상하다. 아내는 분명 적게 먹는데, 이상하게 쌀이 줄어들어. 막 줄어들고 있다는 거지. 뭘까. 그러다가, 몰래 아내를 훔쳐보다가 놀랐잖아. 이럴 수가!

 

쌤통이다. 아무리 여러 번 결혼하고 여러 번 아내를 쫓아내고 죽인다고 해도, 그가 원하는 여자는 찾지 못할 거라는 저주를 걸면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아내와 화해하거나 행복하게 지냈다는 결말은 못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입맛은 완벽하게 찾아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 채로 살았을 테다.

 

우렁이 각시 이야기도 그렇고, 대부분 우리가 들어왔던 동화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이었다. 대부분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한없이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나 아들을 그려놓는다. 실제 이야기 속의 여성은 자기 욕망과 존재감의 목소리를 가진 존재들이었다. 부잣집의 고명딸은 음식 위에 장식이 되는 고명이 아니었다. 동물의 간을 빼먹으며 자기 원하는 것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족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폭력이 용서되는 것도 아니며, 아무런 사과 없이 다가와서도 안 된다. 가족 안의 남성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아까워하는 당신은 가족도 아버지도 아니다. 두 손을 잃은 채로 쫓겨난 색시는 우물가에 모인 여성들에게 이해받고 도움받았다. 여성이 세상을 대하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던가. 이야기 속 악역 전담이었던 계모나 시어머니도 재해석되어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읽어야 할 때인 듯하다. 가부장제의 굴레에 갇힌 채로 인간 대접받지 못했으나, 분노와 서러움을 담은 여성의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곁에 남아있다.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잘 살아갈 세상에 관심 두어야 할 이야기라는 거다.

 

내용도 주제도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이 작은 책에 담겨있다. 처음에는 입말이 눈에 익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읽다 보니 이제는 이 문장들이 오디오북처럼 들린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로 라디오 드라마 듣는 기분? 아니면 조선 후기 실력 좋은 전기수가 다녀갔거나. ^^

 

어쨌든, 이 책이 참으로 고맙네. 나는 이제 시원하게 방귀를 뀔 거다. ! 빵빵!! 빵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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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곰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b******g | 2022.12.2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도서협찬 #도서 #인문학 #전래동화 #구전동화 #동화속진실 #동화속인문학 #인문에세이 #재미있는인문학 #동화속여성위치 #페미니즘동화 #곰곰 #여성#심조원 #사회와동화 #역사와동화 #팥죽할멈과호랑이 #콩쥐팥쥐진실#구전동화속여성 #여우누이진실 #고전동화진실 #동화파헤치기 #동화해체#어른이동화읽기 #그로테스크동화 구전동화, 전래동화로 기억되는 많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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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동화, 전래동화로 기억되는 많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어설프거나 흥미가 없는 이야기는 사라지거나 묻혔을 것이다. 살아남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듣고 싶거나 흥미를 돋우는 것이었다.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살을 덧보태고 부풀리거나 과감한 삭제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권선징악의 교훈을 위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래동화 속 진실을 파헤친다. 이야기를 전하는 주체는 대부분 여성일 것이고, 기록으로 남긴 자는 남성이었을 것이다. 시대적 억압 속에 갇힌 여성들이 입으로나마 분풀이를 하고, 원대로 희망찬 미래를 그렸겠지만 사회적 권력을 쥔 남성들에 의해 글로 남겨졌을 때는 차별과 혐오적 요소를 제거하고 권선징악의 도덕적 관념과 사회 질서 유지 차원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버전이 되어서 순화되고 도덕적 교훈으로 자리 잡아서 전해진다. 물론 남녀 대립구도, 또다른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과거 사회가 가졌던 억압적 구조를 일반 서민, 사회적 약자들은 이야기로 풀어갔고 그 원형을 찾기 위해 전국 각지의 구전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며 숨겨진 진실 안에 가부장적 질서의 문제점과 폐해를 들춰낸다. 가정 내 권위주의, 여성에 대한 성적 지배, 폭력 등 문제가 들어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야기 안에서 여성은 억울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세세하게 늘어놓으며 자극적이고 선정적 폭력을 그려 놓은다. 반면에 보복을 위해 가학적인 살해를 저질러 통쾌한 듯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도 하며 당시 사회 구조상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상적인 모습으로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지금도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비유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환기시키는 기능과 비슷하다. 구전 동화 속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고, 어른들이 읽는 전래동화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 총각은 '천하일색'인 겉모습과 밥상을 차리는 손에 안달을 낼 뿐 색시의 내면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본문 21쪽 중에서)


■ 비정하게 추방된 어린 여성은 캄캄한 산속에서 오로지 '내복'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막내딸은 아버지의 추방을 독립으로 바꾸기로 한다. (본문 38쪽 중에서)


■ 막내딸이 찾은 것은 신분과 나이와 젠더라는 그을음 속에 가려져 있던 뜨거운 생명력이자 불처럼 일어나는 기운이다. (본문 39쪽 중에서)


■ 이웃이라야 달걀, 알밤, 송곳, 바늘, 지게, 멍석, 맷돌, 절구통, 자라, 가래, 파리, 개똥처럼 누추하고 하찮은 것들이다.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소용을 기다리거나, 그나마 쓸모조차 증명하지 못한 잉여들로, 사람대접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그것들'로 불리는 존재들이다. (본문 61쪽 중에서)


■ 범은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어떤 힘을 상징할 때가 많다. 피할 수 없는 어둠과 추위, 가족 제도와 국가 권력같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거대 부조리 같은 것들이다. (본문 70쪽 중에서)


■ 도깨비감투는 그들이 얼마나 권력에 취약한지 잘 드러내 준다. 감투나 완장은 위계를 표시하는 물건이다. 그는 감투만 쓰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져서 못 하는 장난이 없다. 남의 눈을 개의치 않아도 되고, 애써 타인을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힘은 감투의 권력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감투에 구멍이라도 생기면 순식간에 무력해지고 마는 것이다. (본문 77쪽 중에서)



■임신과 출산, 새 생명의 탄생은 자연의 섭리 같지만 태어난 아기가 '사람' 되자면 또 다른 문턱을 넘어야 한다.....중략.... 이야기꾼만이 아니라 듣는 청중도 살육의 광기를 공유하며 즐기는 것같이 여겨질 정도다. 이렇게 차갑고 잔인할 수 있는 것은 영아 살해가 살인과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본문 96쪽 중에서)



■ 어머니의 따뜻한 죽을 거절하지 못하여 팥쥐에게 문을 열어 주고, 목의 때를 씻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수렁으로 들어간다. 더러운 몸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불안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혐오이기도 하다. (본문 109쪽 중에서)


■ 편지는 남편과 시부모 사이에서 오갈 뿐, 며느리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그들의 공론장에서 그들의 잣대로 평가되고 거명될 뿐이다. 당사자가 배제된 공론은 쉽사리 왜곡된다. (본문 116쪽 중에서)


■ 짐승이어서 죽인다기보다, 죽여야 하므로 사람을 짐승처럼 대접하는 일이 차고 넘친다. (본문 121쪽 중에서)


■ 주인공이라고 해서 미화하여 두둔하고, 상전이라고 해서 섣불리 죄악시하지 않는다. 옛이야기의 목적은 누구를 공격하거나 선동하거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본문 134쪽 중에서)


■ 그는 이제 가부장도 뭣도 아니다. 그저 사람을 흉내 내는 미물이며 가짜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가족 제도의 후광이 아니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개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면 필사적으로 진짜임을 증명해야 한다. (본문 144쪽 중에서)



■ 옛날 얘길 듣구서는 누귀한테 얘길 안 하면 얘기가 굶어 죽어. 그러면 얘기가 굶어 죽는다구. 괜히 살이 되면 안 돼. 그러니까 얘길해요. 오늘 지넉에 들은 거 아무 데라도 댕기면서 얘기를 해야 얘기가 자꾸 빠져나가면서 얻어먹고 살잖아. (본문 166쪽 중에서)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http://m.blog.naver.com/bbmaning/222966564164
http://www.instagram.com/p/CmoY6rDLShr/?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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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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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로 읽는 당대 사회상이 2023년까지 연결되는 우리들의 지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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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4 | 2023.08.16
평점5점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옛이야기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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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r******7 | 2023.01.03
평점5점
읽고 충격에 빠질 듯! 전문가적 시선, 해박한 정보, 논리, 아픈곳을 콕 찝어 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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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동*미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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