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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흉터

꽃들의 흉터

[ 2023 한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추천도서 ]
리뷰 총점10.0 리뷰 7건 | 판매지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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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348g | 132*200*20mm
ISBN13 9788957492260
ISBN10 895749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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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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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아이가 돈 앞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케이는 다래에게 미안했다. 부모가, 어른이, 사회가 열여덟 살 아이에게 대학 등록금 앞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케이는 긴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행복한 끝맺음은 후회하는 끝맺음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알지만 그냥 기운이 빠져서 저도 모르게 한 생각이에요.”
“잊지 않아야 해. 소중한 가치를 선택했고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힘내자.”
케이는 힘내자는 말이 다래에게 무슨 위로가 될까? 의심했다. 다래에게 라면을 대신 끓여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케이는 자신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졌던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죽음을 생각했었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시계를 내가 선택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래가 발을 끌며 자기 방으로 갔다.
--- p.37

“어쩔 수 없잖아. 안고 가야지.”
그랬다. 유진은 알았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과거의 상처가 남긴 흉터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쉬웠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남주는 무참하게 말했다.
“우린 흉터로 얼룩진 지금의 우리밖에 가진 것이 없어.”
“??.”
“그래서 미안해.”
유진은 얼굴을 떨구고 다시 흐느꼈다. 남주는 설움으로 흔들리는 작고 힘없는 유진의 어깨를 말없이 바라봤다. 유진의 울음을 자신의 눈물처럼 고스란히 받았다. 유진의 울음은 원망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울음은 길고 질겼다.
--- pp.120~121

‘앞으로 어떻게 살지??.’
자퇴 후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검정고시, 수능시험, 자격증 취득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앞으로 나갈 길은 막막했다. 아이들이 던지는 성관계 표현이나 막말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깊어졌다. 되돌아간 과거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감정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사소한 말에도 발끈했다. 신경이 곤두서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 식사를 거부하며 방에 틀어박혔다. 정신은 극한에 몰려 쇠약해져 갔다.
“지금, 남주에게 우울증약 처방이 필요합니다.”
케이는 남주의 자살 시도를 걱정했다. 직원회의 결정에 따라 남주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우울증약이 처방되었다. 약을 먹자 이번에는 조증이 나타나 심리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우울증약을 먹고 있지만 타인이 말을 걸면 불편했고, 여전히 소음에 민감했다. 약은 차츰 민감성의 강도나 빈도를 완화했다. 시간이 가면서 가족의 폭행, 친척의 냉대, 멸시, 차별, 체벌, 자퇴, 쉼터 부적응의 폭풍이 잦아들었다.
--- p.154

“우리의 기억은 왜곡되고 흐려지고 사라져 가. 어려운 시간을 넘어온 너의 기억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일단 조각들을 모으고 난 뒤, 연결해서 다듬어 보자.”
남주는 케이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케이는 남주와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서로의 씨앗이 될 거라 믿었다. 마음과 몸의 허기를 채워 주는 밥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안녕을 응원하며 또 살아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둘은 근처 공원을 걸었다. 늦겨울의 햇볕이 따뜻했다. 산책 중 남주는 케이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엄마의 사랑으로 어른이 되었어요.”
“잘 자라 줘서 고맙다. 내 딸.”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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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는 케이(상담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입니다. 꽃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입니다. 삶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본능일 것입니다. ‘꽃들의 흉터’는 바로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하는 꽃들의 방황과 눈물의 흔적입니다. 아픈 노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어서고 싶습니다. 자기 삶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문을 두들기며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봐 달라고 외칩니다. 이 책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습니다. 생존을 위해 어두운 현실을 버텨내는 아이들의 목마름. 그들에게 물을 건네주는 모든 (케이) 선생님들과 버티는 아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야 할 때입니다. 언제나 저녁의 터널을 통해 밝아오는 새벽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 꽃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요,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같이 가요.
- 김자연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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