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때 그 자식이 나한테 그딴 말을 했던 거였어. 그 자식이 시체를 보는 경찰이었구나. 맞지?” “그게…… 뭐예요? 시체를 보는 경찰이라니?” “왜 그래? 그 경찰이 얘기해 준 거 아니야? 그래야 말이 되는 데……. 그 자식 이름이 뭐였더라? 남…… 아무튼 순경이었는 데.” “당신이 남 순경을 어떻게 알죠?” “그 자식이 맞았네, 시체를 본다는.” “그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어요?” “누구긴? 오 실장한테 들었지.” 한 검사는 놀란 듯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오민석 씨…….” “그래서 그랬구나. 내가 그 악마를 죽이는 걸 본 거야. 와아, 미친! 진짜 미친놈이 있었네.” 주명근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기괴한 소리로 크게 웃었다. “미친놈이라니요? 남 순경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거예요.” “특별한 능력? 칫! 그 빌어먹을 특별한 능력 때문에 내 마지막 의식을 망쳐 놨어!” “아니죠. 당신을 구한 거예요. 그리고 당신 아버지도요.” “젠장, 그때 그 자식을 죽였어야 했는데……. 아악! 씨.” 주명근은 괴성을 지르며 두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쳤다. “진정하고 여기 와서 앉아요. 정말 사형을 선고받고 싶은 거예요? 그럼 그렇게 해 주죠. 당신 아버지가 참 좋아하겠네요.” “뭐?” “악마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죠? 악마가 당신 아버지고요. 알만하네요. 죽일 만큼 미운 사람이었군요. 그래서 연쇄 살인마가된 거고요. 억울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생을 마치면. 뭐, 그게 꼭소원이라면 들어주죠. 하지만 악마에게 복수할 다른 방법도 있는데…….” “다른 방법? 그게 뭔데?” 주명근은 귀가 솔깃한 듯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살아서 악마가 법의 심판을 받는 걸 보는 거죠. 그 악마는 반드시 처벌을 받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할 거니까요.” 주명근은 콧방귀를 끼며 다시 고개를 뒤로 뺐다. “검사라고 했나? 그럼 잘 알겠네. 지금까지 악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많은 재물을 어떻게 모았는지도. 법이 없어 그렇게 살아왔는지 알아? 법이, 그 잘난 놈의 법이! 악마를 지켜 주고 있다고. 법도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야! 검사면 그 정도는 알지 않나? 초짜라 잘 모르나?” “그래요. 지금까진 법 위에 군림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법을 공정하게 행사해야 할 공권력이 악마의 뒷배가 되어 준 것일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내가 반드시 정의의 법 앞에 세워 그에 합당한 심판을 받게 할 거예요.” “말은 쉽지. 그래도 내가 먼저 죽는 건 아닌 것 같네. 살아서 악마가 죽는 걸 내 눈으로 봐야지…….” “주명근 씨, 당신은 모든 걸 진술하고 죗값을 받아요. 그리고 새롭게 인생을 살아요. 오민석 씨도 그걸 바라고 있어요. 오민석 씨가 당신을 도울 거예요.” “…….” 주명근은 손에 턱을 괴며 한 검사를 말없이 바라봤다. “어때요? 협조해 주겠어요?” “그러지. 일단 물 한 잔 갖다 줘.” ---「제18화. 인질 구출 작전」중에서
“저기! 참 성격 급하네. 민 팀장, 더 들어 봐요. 지금 상황에서 다크킹덤을 더 건드렸다가는 어렵게 잡은 김기창을 놓칠 수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잘 알잖아요? 검찰이 김기창을 기소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이미 감수하고 진행하는 겁니다.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왜 그렇게 일을 어렵게 하려고 해요? 쉬운 방법이 있어요. 그걸 말해 주려고 만나자고 한 겁니다.” “그 쉬운 방법이라는 게 다크킹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겁니 까?” 심 검사는 옆에 놓여 있던 모래시계를 돌려놓으며 말했다. “다크킹덤의 실질적 지주는 김기창이에요. 다크킹덤은 그자를 지키려 무슨 수라도 쓸 겁니다. 그 칼이 자신들 목까지 들어온다고 해 봐요. 죽기 살기로 김기창을 더 지키려 하겠죠. 그런데 김기창을 볼모로 다크킹덤을 더 이상 건들지 않겠다고 하면, 다크 킹덤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김기창을 내놓을 거란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죠? 그리고 김기창 한 명 잡자고 그 어려운 길을 택한 게 아니에요. 다크킹덤이 존재하는 한 억울한 죽음과 부정부패는 되풀이될 게 뻔하잖습니까. 안 그런가요?” “교각살우라는 말도 있잖아요. 다크킹덤 하나 잡자고 나라를 온통 뒤흔들 작정입니까? 그리고 그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아 요? 그것도 일계 형사들이? 동료들을 생각해야죠. 서도경 총경은 어떻게 할 겁니까? 남시보 순경은요? 동료뿐만 아니라 민우직 당신도 불법 도감청으로 감찰받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민 경정은 심 검사를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협박한다고 해서 내가 당신과 타협할 것 같습 니까?” “타협? 그래요. 타협합시다. 민 팀장, 나도 지금은 김기창과 심재철을 먼저 처리하고 싶거든. 그런데 당신들이 앞에서 계속 설쳐 대면 일이 꼬여서 계획이 틀어질 것 같단 말이지. 그저 잠시 휴전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때요? 물론 아무 조건 없이 멈춰 달라는 건 아니에요. 세상 이치가 그렇잖아.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당분간 당신이나 당신 동료들은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이 정도면 되겠어요?” “휴전을 하자?” “그래요. 그쪽도 김기창을 놓치면 데미지가 크지 않겠어요?”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러니까 이렇게 제안하는 거잖아요.” “알겠어요, 무슨 말인지. 좋아요. 김기창과 심재철 두 사람이 법정 구속되는 날까지 휴전하는 걸로 하죠.” “그래요. 그 보답으로 일단 서도경 총경을 풀어 주죠.”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김기창이…….” “최우철 경위 건도 있지 않나? 그리고 남시보 그 친구도 경징 계로 처리할 테니 걱정 말아요.” “우리 팀원들 건들지 않겠다는 그 약속, 꼭 지키기 바랍니다.” “그럼요. 그럼 잘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