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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은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다

죽은 시인은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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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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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84쪽 | 570g | 153*224*30mm
ISBN13 9788972756835
ISBN10 897275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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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얀 Y.를 설득해서 추리소설을 쓰게 했다네.”
“세상에!” 베리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믿기지가 않네요.” 순드도 말했다.
페테르센은 몸을 숙여 서류가방을 집어 들더니 두툼한 원고뭉치를 탁자 위에 쿵 하고 올려놓았다.
“자, 얀 Y.라는 문장의 대가를 추리소설에서 만나는 거야.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네. 기껏해야 50페이지쯤 남았겠지. 내 생각엔 결말도 이미 그 사람 머릿속에 준비가 되어 있어. 이제 내일 저녁이면 계약서를 쓸 수 있다네.”
“어떤 작품인지 저희도 알아도 됩니까?” 베리가 물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네. 원고가 완성되면 그때 자네들도 읽어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제안할 것은 제안해주게.”
“과하게 힘을 쏟으시는 거 아닙니까? 추리소설 한 권에 베테랑 편집자 세 명이 매달리다니요.”
“안 돼, 이건 그냥 잘 꾸며진 상업 추리소설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이야. 해외 출판사들에도 벌써 그렇게 약속을 해놓고 판권을 팔았다네.”
---「1장」 중에서

경찰 작가가 분명히 드물다지만 바르크는 시를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더 나은 경찰이 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시가 있기에 바르크는 다 닦아놓은 길에서 벗어나 놀라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어떤 것도 간단히 믿지 않고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는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에게 사람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며 제각기 독자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사람은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 바르크는 어떤 상황에서는 불행한 사랑이 끔찍한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고뇌가 어떤 유전적 성향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아는 경찰이었다.
---「2장」 중에서

얀 Y.가 암살되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지금 시인의 인기와 시집의 매출은 훌쩍 뛰어올라 있었다. 얀 Y.의 시집 두 권은 불과 며칠 사이에 품절되어 재쇄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래서 페테르센은 얀 Y.가 추리소설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이미 7개 국가에 판권이 팔려 번역이 끝나는 대로 동시 출간될 거라는 뉴스를 터뜨리기로 결심했다. 또한 소설의 ‘민감한’ 내용이 작가가 살해된 이유일지 모른다는 정보도 흘려두었다. 결국 모든 것은 소설의 폭발적 판매로 이어질 것이었다. 페테르센은 출판사가 시인의 비극적 죽음을 악용한다는 신랄한 비난을 받으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등 책임질 필요가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게 뭐가 어떻단 말인가? 이 기회에 좋은 책을 많이 팔아보겠다는 게 그렇게도 부도덕한가?
---「17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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