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에게 닥친 위기에 대한 세 번째 경고는 리스터와 가르시아의 연구가 발표된 지 불과 몇 달 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과학자 2명, 즉 생태학자 프란치스코 산체스-바요와 크리스 웨익이 현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곤충이 처한 위기를 가장 대담하게 묘사했다.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한 수많은 생명체 중 이렇게 큰 위기에 놓인 동물은 많지 않다. 메타 연구 결과, 핵심은 놀랍게도 전 세계 곤충 종의 40%가 감소하고 있으며 3분의 1이 당장 멸종 위기에 놓였거나 ‘향후 몇십 년 안에’ 그런 위기에 처하리라는 것이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곤충이 멸종되는 속도는 포유동물이나 새보다 8배나 빠르다고 한다. 또 세계적으로 곤충의 총량이 매년 2.5%씩 맹렬한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중략)
연구 결과는 절망적인 국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전역에서 호박벌이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나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또 이탈리아에서 쇠똥구리가 사라졌고, 핀란드에 있는 개울에서는 더 이상 잠자리를 볼 수 없다. 논문은 직설적이고 어두운 언어로 쓰여 있는데, 동료 심사를 거친 과학 논문에서 보기 어려운 언어다. ‘우리가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몇십 년 안에 곤충은 전체적으로 멸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라고 논문은 예측한다. 이 논문에서는 곤충의 생물 다양성이 ‘끔찍한 상태’가 된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 살충제 사용, 침입종, 기후변화를 꼽는다. ‘이 사태가 지구의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아무리 적게 평가해도 비극적일 것이다.’
---「1장. 인섹타겟돈, 이 재앙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될지 모른다」중에서
와그너(코네티컷대학교 곤충학자)의 말에 의하면 곤충의 감소세는 북극부터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류군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하늘, 땅, 물에서 서식하는 곤충이 모두 포함된다. 와그너는 “우리는 희귀종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흔한 종도 줄어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장. 세상이 단조로워지고 있다」중에서
곤충의 위기가 지닌 역설적인 면은 재앙이 어떤 식으로 닥치든 그 여파를 감당해야 할 존재는 곤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곤충은 종의 구성만 달라질 뿐 삶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생명체 대부분은 기반이 흔들리면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따라서 ‘곤충 보호’라는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새, 식량 공급망, 인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3장. 농작물부터 질병 치료까지, 곤충의 역할」중에서
곤충의 위기에 관한 문제 중 가장 무서운 것은 기아 문제다. 우리의 식량을 생산하는 생명체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꽃이 피는 식물은 대부분 수분 매개자에 의지한다. 이때 말하는 수분 매개자는 주로 곤충을 뜻하지만 새와 박쥐도 해당된다. 새와 박쥐는 의도하지 않게 식물의 수술에서 암술로 수분을 옮겨 식물이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밀, 쌀, 옥수수같이 인간이 주식으로 삼는 농작물은 바람이 수분 매개자의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아보카도, 블루베리, 체리, 자두, 라즈베리, 사과처럼 우리 식탁을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는 식품은 전부 수분 매개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농작물의 3분의 1 이상이 곤충이 꾸준히 방문해야 무사히 자랄 수 있다. 미국 같은 몇몇 국가는 잘 관리한 꿀벌 집단에 크게 의지한다. 이 꿀벌들은 현대의 대규모 농업에 필요한 정도에 맞추어 수분 매개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서는 과일과 채소의 원활한 생산이 야생 곤충의 역할에 달려 있다. 야생 곤충이 인간 활동 때문에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 문제다. 기계화된 농업과 신속한 무역 회랑 덕택에 지구에 식량이 풍부해졌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30년 안에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이나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수분 매개자가 사라지면 식량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에 놓인다.
---「3장. 농작물부터 질병 치료까지, 곤충의 역할」중에서
아몬드나무에서 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이화 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꽃가루가 나무의 한 품종에서 다른 품종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작업은 매년 2월에 아몬드나무에 싹이 나고 눈처럼 하얀 꽃이 피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시기에 벌이 하필 겨울잠을 잔다. 그래서 아몬드나무를 수분할 벌은 야간 근무를 하게 될 줄 몰랐던 비상사태 근무자처럼 잠에서 깨야 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연구를 위해 양봉을 하는 찰스 나이(Charles Nye)는 “우리는 굉장히 이상한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중략)
캘리포니아주에는 벌집이 약 50만 개뿐이다. 그래서 부족한 개수만큼 다른 지역에서 부지런히 실어 날라야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상업적으로 쓰이는 꿀벌 군집의 85%가 트럭에 실리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되어 센트럴밸리로 운반된다. 겨울마다 몇 주 동안 꿀벌 잼버리라도 열리는 것처럼 미국의 한 지역이 벌이 든 향나무 통으로 가득 찬다. 이 벌들은 서식지에서 끌려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아몬드나무만 심겨 있고 인위적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들판이 벌들의 새로운 작업장이다. 이 행사는 규모가 가장 큰 수분 행사다. 자연계가 인간의 생활 리듬에 맞춰서 움직이도록 강요하는 충격적인 작업이다.
---「6장. 꿀벌의 노동과 수분의 위기」중에서
과학자들은 호박벌이 축구를 배울 수 있으며 벌집에 있는 어린 벌을 돌보기 위해 잠을 자지 않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호박벌은 좋았던 경험과 나빴던 경험을 기억하는데, 이는 벌에게 자각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바이올린 딱정벌레는 놀랍게도 이름처럼 바이올린같이 생겼다. 옆에서 보면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납작하기도 하다. 제왕나비는 아름답고 발을 통해서 꽃의 꿀을 맛볼 수 있다. 곤충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없어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미래에는 생물군이 대단히 단순화될 것입니다. 곤충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크고 독특한 것들은 죽어버렸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작아진 세상에서 살게 되겠죠.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유산입니다.” 곤충학자 데이비드 와그너의 말이다.
---「9장. 곤충 없는 세상, 인류의 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