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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재와 빨강

[ 리마스터판 ]
편혜영 | 창비 | 2023년 01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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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80g | 122*188*20mm
ISBN13 9788936434632
ISBN10 89364346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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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실제로 닥쳐오는 위험보다 많은 법이다.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으니까. 그가 공항 여기저기에 붙은 검역 안내문과 전염병 예방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경고가 많은 걸 보니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 p.8

“쥐 때문이야.”
파견근무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서 그가 선발 이유를 묻자 지사장이 대답했다.
“쥐요?”
“내가 보기에 자네만큼 쥐를 잘 잡는 사람은 없어.”
통역을 겸하는 지사장의 비서가 재미있다는 듯 그를 힐끔거렸다. 그는 금세 풀이 죽었다. 경영인 연수를 겸한다면서 선발 사유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방역회사라고 해도 하필이면 끔찍이 싫어하는 쥐 때문이라니. 장래성이 촉망된다느니 업무 태도가 훌륭하다느니 실적이 뛰어나다느니 경영자의 자질이 있다느니, 그 모두가 아니라면 까닭 없이 마음에 든다느니 하는 입에 발린 말을 바랐지만 지사장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 pp.30~31

숙소를 다 둘러보고 짐을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트렁크를 여태 복도에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허둥지둥 나가 현관문을 열었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트렁크가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트렁크를 내려놓았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닥에 깔린 질감이 거친 카펫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복도에 희미한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현관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중 한곳에 사는 누군가 트렁크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애당초 자신이 트렁크를 끌고 오지 않았다 싶을 정도였다.
--- pp.42~43

그는 문득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유진이 자신의 집을 제대로 찾아간 사실을 떠올렸다. 유진이 그의 집을 물어볼 사람이라고는 전처뿐이지만 이미 그녀가 죽은 뒤였는데도 말이다. 한번도 그의 집에 가본 적 없는 유진이 그에게 묻지도 않고 그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집을 찾아갔는지, 경찰은 왜 조사하지 않을까. 그가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밤, 비교적 제정신이던 유진이 그를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면,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출국한 사실을 알면서 전처를 그의 집으로 불렀다면, 전처에게 자신이 겪은 실패가 모두 그녀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면, 그래서 언쟁이 시작되고 끝내 비밀을 폭로하고 그 비밀이 가져온 모멸감 때문에 유진이 심하게 분노했다면.
--- pp.106~107

공원에서 지낸 초기에 그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왜 그런 음식밖에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지 비통해하느라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감정은 허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부랑하는 처지라면 음식에 대해 어떤 자의식도 가져서는 안 된다. 허기에 지쳐 처음으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을 때 울음을 삼키느라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는 상해서 곤죽이 된 국수를 먹었다. 일단 한입 먹자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벌레가 붙어 있다면 벌레를 떼어내고 먹었고 곯았다면 코를 막고 먹었다.
--- pp.124~125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나뭇가지에 찔린 팔과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어쩌면 뼈가 부러졌는지도 몰랐다. 나무에 찔린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는지 바지가 검붉게 물들었다. 그가 원숭이와 뒤엉켜 육탄전을 벌이는 동안 다른 원숭이가 쉽게 가방을 채어 갔다. 그는 결국 가방을 잃었고 그러고 나서야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것은 가방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원숭이의 꼬리를 씹고 팔뚝과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은 아내 말고 없었다.
--- p.164

하수도에서는 사소한 이유로 번번이 다툼이 일어났는데 그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다. 쥐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쥐를 잡으려고 구석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쥐가 나타날 때면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내리치고 잡히는 게 없으면 맨손으로 쥐를 잡으려는 걸 본 사람들은 그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잡는 게 쥐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잡은 쥐는 달리 버릴 데가 없어 아래쪽에 쌓아두었다. 어차피 죽었으니 어디에 버려도 상관없었다. 죽은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괜찮았다. 사람들은 죽은 쥐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상을 쓰는 게 전부였다. 산 쥐보다 죽은 쥐가 안전했다. 죽은 쥐는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 먹이도 탐내지 않았다.
--- p.176

“그런데 전염병에 걸린 건 아닌가요?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치 않지만 공항에서 검역에 걸린 외국인이 도시로 유입된 후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요.”
“전 아닙니다. 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잘못된 뉴스였나보네요. 그런데 몰의 얼굴을 아나요? 모르는 거죠? 그렇죠?”
그는 뚫어져라 남자를 쳐다봤다.
“역시 몰을 찾기 어렵겠군요.”
남자가 알 듯 말 듯 웃음 띤 얼굴로 돌아서서 사무실 쪽으로 갔다.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경비들과 함께 올라타면서 그는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C국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몰뿐이었다.
--- pp.205~206

남자는 그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발버둥을 치며 그의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손을 마구 휘둘렀다. 그는 남자에게서 손을 떼고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그런데도 자신을 향해 주먹질하는 남자의 굳은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는 한번도 스스로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서글퍼졌다. 맞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자 비참해졌다. 남자가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틈에 남자의 한쪽 다리를 잡았다. 남자가 휘청였고 이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다. 남자가 상해를 입는다면 그에게 맞아서가 아니라 바닥에 머리를 찧은 충격 때문일 것이다. 그는 결코 쥐나 잡는 인생을 바란 적 없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남자를 깔고 앉아 주머니에 든 무딘 칼을 꺼냈다. 그는 이런 일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인생을 바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이 꿈꾸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 p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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