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3월 02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0쪽 | 624g | 185*240*18mm |
ISBN13 | 9791189034702 |
ISBN10 | 1189034700 |
발행일 | 2023년 03월 02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0쪽 | 624g | 185*240*18mm |
ISBN13 | 9791189034702 |
ISBN10 | 1189034700 |
| 신기한 일 | 신기한 아이 · 008 / 다 때가 있는 법 · 010 / 꽃을 든 할머니 · 014 / 땅은 어떻게 · 018 / 낫을 든 할머니 · 020 / 호박에 깔린 사람 · 022 / 김씨 아저씨 · 026 / 자두나무 · 030 / 봄을 기다리는 사람 · 034 / 콩밭과 꼬부랑 할머니 · 038 / 밥 먹었어 할머니 · 042 / 씨감자 · 044 / 그 북이 그 북 · 046 / 풀 뜯어 오는 할머니 · 048 / 콩 심는 할머니 · 050 / 어머니와 아들 · 054 / 땅 · 056 / 서로서로 · 060 / 엄마는 대단해 · 064 | 이런 꽃 저런 꽃 | 매화나무 · 070 / 소나무가 있는 길 · 072 / 세숫대야에 뜬 달 · 076 / 웃는 개 · 078 / 고양이 띵가 · 082 / 개천에서 나온 용 · 084 / 은행은 왜? · 088 / 까부리 · 090 / 이런 꽃 저런 꽃 · 094 / 가을에 핀 철쭉 · 098 / 찬장새 · 102 / 으아악 나무 · 104 / 우리도 뱀처럼 · 108 / 왜가리 · 112 / 장마 · 116 / 강은 살아 있다 · 118 / 미안해 너구리야 · 122 / 겨울 장작 · 126 / 시간이 좀 걸리는 · 130 / 텅 빈 마음 · 134 | 기억하는 마음 | 우는 사람 · 138 / 김씨의 봄 · 140 / 연탄 배달 · 144 / 재활용 센터에서 일하는 아줌마 · 148 / 비 오는 날 · 150 / 쉽게 잊어선 안 될 일 · 152 / 밤에 일하러 가는 사람 · 154 / 황새울 · 158 / 기타 만드는 공장 · 162 / 할머니는 땅이 좋은데 · 166 / 좋은 사람 · 168 / 85호 크레인 · 170 / 이상하게 저절로 · 172 / 해가 뜬다 · 176 | 작가의 말 · 178 |
판화를 그다지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판화라는 장르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다. 뭐든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있는 현대의 삶 속에서 약간의 쉼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 이윤엽은 노동자, 농민 등 일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를 목판화에 담아왔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땅을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 자연에 관한 시 처럼도 생각되는 53편의 짧은 글과 판화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름은 낯선데 그림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간 성자>에 그림을 그렸다. 마침 집에 있는 책이라 한 장씩 넘기며 작가의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좋은 글들이 많았는데 그 중 세 편을 골라봤다.
어머니와 아들
엇그제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귀가 안좋아지셔서 검사 받으러 갔습니다.
접수하고 의자에 나란이 앉아 있는데
어머니가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내 머리를 말도 없이 쓰다듬다니.
아들 땅이만 쓰다듬다가
문득 쓰다듬을 당해 보니
늙은 아들은 낯설어서 그만
왈칵 행복했습니다.
어느덧 50이 넘었는데도 엄마는 나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 가라,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항상 운전 조심해라. 내가 항상 애들에게 하는 말인데······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에게는 불안해보이는가보다. 나도 그러하니 할 말은 없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시간이 좀 걸리는
까치가 그러는데
우리 집 감이 동네에서 제일 맛없대. 떫대.
그래서 안 먹는대.
까치도 안 먹는 감나무를
다른 집 감은 벌써 다 따서 먹고 없는데
쳐다보지도 않는 저 감나무를 확 베어 버리라네.
그래서 그랬어.
네가 뭘 모르나 본데,
까치야.
이 감나무가 이 동네 제일로 맛있는 감나무란다.
지금은 딱딱하고 떫지만
조금만 기다려 봐.
서리가 내리고 첫 눈이 솔솔 오면
그때 먹어 봐.
우리 감이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감이다.
뭔 놈의 감이 그렇게 익는 데 오래 걸리느냐고?
까치야.
감나무라고 다 똑같이 감이 익는 줄 아니?
우리 집 감나무처럼 익는 데 오래오래 걸리는
감나무도 있는 거란다.
나도 우리 집 감나무가
왜 그러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조금만 기다려 봐.
너무나도 맛있는 감을
먹게 될 거야.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기다림의 미덕이라는 것도 있으니. 천천히 가도 제대로 간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듯하다.
이상하게 저절로
사람들이 슬퍼하면
저절로 슬퍼져.
사람들이 엉엉 우는 걸 텔레비젼에서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나와.
모르는 사람이고
아주 멀리 있는 사람들인데도
사람들이 슬퍼하는 걸 보면
이상하게 저절로 슬퍼져.
내가 이상한거야?
이게 정상 아닐까? 타인의 아픔을 보고 슬퍼하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마음. 그런 공감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서 중요한 감정일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혼자의 생활에 더 익숙해져버렸지만,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님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임을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판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독일을 대표하는 판화 예술가 케테 콜비츠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는 아들을,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손자를 잃은 그녀는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를 알리고, 노동자 농민등 억압받는 민중의 모습을 판화로 담았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서는 강한 의지와 함께 짙은 슬픔이 느껴졌다. 저자도 대추리, 강정, 용산, 광화문 , 세월호 유가족, 한진 중공업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작품들을 남겼다고 했다. '좋은 사람', '85호 크레인'등의 작품에서 그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고 넘어갔던 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도 되었다. 그런 작품들 외에 농민의 삶과 자연의 섭리등 편하게 다가오는 글과 판화들도 만났는데, 단색만이 아니라 채색 판화도 있어 색감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판화하면 이윤엽 작가를 떠올리게 될듯하다.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단지 우리나라 예술가의 작품집 아무것나 읽고 싶은..약간의 허기가 있었다. 책을 펼쳐보고 처음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에 흐뭇하다..묵직한 주제를 너무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 왈칵..눈물이 나고 말았다. 마음 같아선 4월이 달력에서 사라졌으면...그러나 작가의 바람(?)대로 '쉽게 잊어선 안 될 일' 이 있는 거다.
(...) 나무들도 그래/아주 작은 바람이 불어도/나무들은 고개를 들어 산 너머를 바라봐/ 반가운 누군가를 기다리고 이쓴 것이 분명해/ 나무는 겨울 동안 무척 심심했어/잎 하나도 없이 빈 가지로만 서 있는 것은/ 좀 외로운 일이야// 아, 그렇구나!/ 나무는 저 산 너머에서 오고 있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거구나 봄이 오면 잔뜩 잎을 틔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봄을 기다리는 사람' 걷는 것에 대한 깊은 애정(?) 을 갖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많다.그 중 하나는, 겨울의 나무들이, 그냥 멈춰 있지 않을 거란 상상... 덕분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 을 읽으면서 반가웠다. 뭔가 함께 공감하는 것 같아서..내 마음을 누군가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 준 것 같아서..마침 필립 라킨의 시를 온라인상에서 우연히 보고 반가워 하고 있던 터라..'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여전히 매년 오월이면 있는 힘껏/ 무성해진 숲은 끊임없이 살랑거린다/작년은 죽었다고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자두나무'를 읽으면서는 너무 어려운 딜레마에 부딪쳤다. 그런데 사실 전지적 인간시점에서 바라보는 한계가 있어서는 아니였을까..자두나무가 가려진 만큼 곡식이 자라지 못하는 것이, 인간에게 정말 엄청난 피해가 될까? 농부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소리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세월호
'이상하게 저절로' 라는 글만 읽어도 슬픔이 밀려온다. 그림의 제목을 몰라도..주제가 세월호..일거라 예상이 될 정도로..바다와 배와 부둥켜 앉고 우는 이의 모습은..그렇게 각인이 된거다.그럼에도 여전히 공감과 위로가 아닌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다. 아픔에도 함께 공감할 수 없는 세상.... 비로소 책의 제목이 분명하게 들어오는 기분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조급함을 갖기보는,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원망을 쏟아내기 보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뿌리내렸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걸로. 잊어서는 안될 주제들이 담겨 있지만..글은 결코 과격하지 않다. 흑백판화가 주는 강렬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기분이다..담백해서 더 슬픈..그러나 그럼에도 견뎌야 하는 마음을 묵묵히 담아 준 것 같아 고마웠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기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을...자연을 통해 신기하게 전달받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글처럼 멍텅구리가 되지 않아야 겠다. 공감하는 마음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해야 겠다. 고추에 복을 주는 할머니처럼 말이다. "할머니가 밭에서 일하고 계셨어/할머니 뭐 하세요?/ 뭐 하긴 고추에 북주지/북이요? 북이 뭔데요/북도 몰라?/ 모르는데요/에이 헛똑똑이야 흙을 이렇게 뿌리 위에 덮어 주는 걸 북 준다고 하는겨/아 그렇구나 근데 북 주면 뭐가 좋은데요?/ 북을 주어야 고추가 더 튼튼해지고 쑥쑥 잘 자라는 겨/ 아 그렇구나 그래서 북을 주는 구나/북 주는 건 좋은 거구나!// 그래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북돋아 준다고 하는 거구나/그 북이 그 북이 아니더라도/이제부터 그 북이 그 북이라고 생각할거야// '그 북이 그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