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해답은 바로 말에 있다. 전달하는 것, 기존 단어를 교묘하게 재정의하는 것(혹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부터 강력한 완곡어법, 비밀 암호, 개명, 유행어, 성가와 만트라, ‘방언이 터지는 것’, 강요된 침묵, 심지어 해시태그까지, 컬트는 언어라는 핵심 수단을 통해 다양한 수준으로 영향을 미친다. 착취를 일삼는 영성 구루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피라미드 설계자, 정치인, 스타트업 CEO, 온라인 음모론자, 트레이너, 심지어 SNS 인플루언서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컬트 언어’를 듣고 거기에 휩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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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주의는 만트라와 약어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말이야말로 신념 체계가 만들어지고, 풍부해지고, 강화되도록 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없다면 신념도, 이데올로기도, 종교도 없습니다.” 에든버러대학교 응용언어학 교수 존 E. 조지프가 스코틀랜드에서 보낸 편지에 적혀 있는 말이다. “언어는 이러한 개념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언어가 없다면, ‘컬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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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담론에서 ‘컬트’라는 말은 신흥종교, 온라인 급진주의자 집단, 스타트업, 화장품 브랜드를 동시에 지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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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움 앞에 맥을 못 춘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생존을 위해 긴밀한 집단을 만들어 생활하던 고대 인류 이래로 사람들은 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에 이끌렸다. 진화 측면의 장점 이외에도, 공동체는 우리가 행복이라는 미스터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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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행동과 신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별한 언어를 고안하는 일이 그토록 효과적인 이유는 꽤 단순하다. 말은 우리가 가장 먼저 바꿀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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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디 웨스트는 에세이집 『마녀들이 온다』에 수록된 「테드 번디는 매력적이지 않다-당신 미친 거 아니야?」라는 글에서 남성의 카리스마에 위험할 만큼 관대한 미국의 분위기를 비판한다. 웨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백인이고 남성인 누군가가 주목하라고 말하기만 하면 우리는 “이 우주가 배출한 가장 명백한 어중이떠중이 사기꾼 예술가 나부랭이”라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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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지도자는 자기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고 추종자들이 열렬히 듣고 싶어 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확증편향의 힘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러고 나면 확증편향이 알아서 작동한다. 동료집단의 압력이 더해지면서, 저항은 더욱 힘들어진다. 컬트 지도자들의 수사법이 그토록 모호한 것도 확증편향 때문이다. 자기 사상의 불건전한 점을 은폐하기 위해 (그리고 사상이 변화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태가 불분명한 로드된 언어나 완곡어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추종자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어에 투영한다.
--- pp.121~122
MLM은 사기성이 짙지만, 그냥 흔한 사기가 아니다. MLM은 자체적인 언어와 문화를 갖추고 인생을 잡아먹는 복잡한 조직이다. 강력하고 쉽게 스며드는 이데올로기는 선교를 위한 것과 다름없으며, 회원들은 단순히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을 넘어 종교적 차원에서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창립자를 숭배한다.
--- pp.190~191
미국에서, 사람들은 자기계발을 숭배하도록 길러진다. 생산성, 개인주의, 규범적 미의 기준을 만족시키려는 의지 등 전통적 미국의 가치를 대표하는 피트니스는 특히 강력한 자기계발의 형태다. 컬트 피트니스의 언어는 헌신, 복종, 변화 등의 종교적인 요소를 인내심이나 신체적 매력 같은 세속적인 이상과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시민 대다수에게 비주류 종교 공동체를 진지하게 찾아 헤매는 일은 부담이 되지만, 자본주의 야망을 추구하는 사람과 함께 우우 언어를 좇는 것은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다.
--- p.268
루어만이 피트니스광들에게서 찾아낸 주요한 ‘컬트’ 증상은 규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 인생 전반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믿음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 수업에 가고 만트라를 외우면, 눈앞의 세상이 다르게 펼쳐지리라는 믿음 말이다. 이 집단, 이 강사, 이런 의례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룩할 힘을 가졌다는 확신, 즉 과도한 이상주의다.
이런 믿음을 착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 p.286
일반적으로 음모론적 믿음을 추동하는 심리적 특성에는 특별해지려는 욕망과 더불어 특히 위태로운 시기에 강화되는 확실성, 통제, 위기의 종결에 대한 욕구가 있다. 반전과 선악 이분법으로 무장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쉬운 답을 제기하는 음모론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음모론은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제공하고, 그 지지자들에게 나머지 ‘쉬플’들은 보지 못하는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기분이 들게 할 수 있다.
--- p.316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미국인 피실험자들은 귀신 들린 집이나 악마 빙의, UFO 착륙설 등 특정한 초자연적 신앙을 구독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질병을 치료하는 마음의 힘 같은 뉴에이지 사상을 믿을 확률이 가장 높은 피실험자 집단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바이스는 뉴에이지 운동으로 인해 “예전에는 미신에 면역되었다고 여겨지던 인구 집단, 즉 높은 지능과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 수준을 갖춘 이들 사이에 [초자연적] 사상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따라서 그가 말하듯, ‘이상한’ 것을 믿는 사람이 신앙이 없는 이들보다 덜 똑똑하다는 아주 오래된 믿음은 어쩌면 틀릴 수도 있다.
---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