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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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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22*189*20mm
ISBN13 9791190216494
ISBN10 119021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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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은 미숙함의 전형적인 증상, 즉 이전부터 해 왔던 작업을 하고 있다는 두려움이다. 젊음의 본능 중 하나는 모방이지만, 그와 꼭 마찬가지로 오만한 것은 모방을 과도하게 경계하려는 본능이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소설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빨리 써야 한다는 끝없는 요구로 인해 영원한 미성숙의 상태에 놓이는 경향이 있고, 작품이 곧장 수용될 경우 작가가 자신의 예술 분야에 있어 역사를 연구하거나 과거의 원칙을 사유해 보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p.27

감히 말하자면 (예술에 있어 성취를 가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존이기에) 소설을 가늠하는 잣대는 사람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유익하든 상관없이 어떠한 주제도 그 자체로는 소설에 생동감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소설 속 인물들뿐이다.
--- p.55

예컨대 스티븐슨이 영국 소설가의 적절한 위상을 박탈당한 것은 소년의 이야기가 낭만적인 소설이나 익살스러운 탐정 이야기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탄받았기 때문이었다. 즉, 그가 스스로를 소설의 한계에 국한하지 않고 여행기와 비평, 운문에 도전해 너무도 잘 해내는 바람에 사람들은 틀림없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다재다능함을 극찬한 바로 그 비평가들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재다능함은 질책한다. 모든 소설가에게 영역을 지정해 평생 그 안에 가둬 두려는 그들의 열의를 보면 한 영국 대성당 관리인의 일화가 떠오른다. 예배 시간이 아닌데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낯선 이를 발견했을 때, 관리인은 그의 어깨를 톡톡 치고는 너그럽게 훈계한다. “죄송합니다만, 이 시간엔 여기서 기도하시면 안 됩니다.”
--- p.123

선택한 주제를 파고들어 그 고유한 속성을 밝히는 능력은 ‘플롯’ 짜기라는 기계적인 재주와는 전혀 다르다. 서둘러 완성하려는 마음, 혹은 독자가 자신의 강조점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여유로이 흘러가는 프루스트의 서사에선 낄 데가 없다. 그는 표지판 역할을 하도록 의도한 구절에 부자연스러운 안정감을 불어넣지도 않는다. 그의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의 껍질에 여기저기 작은 ‘불꽃’이 일어 길을 밝힌다. 삼림학을 잘 몰라 이러한 단초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탐험가라면 이 모험은 떠나지 않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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