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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리뷰 총점9.3 리뷰 29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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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큰글자도서)
[도서] 내 꿈은 날아 차 (큰글자도서)
고선규 저 한겨레출판
0% 36,000
내 꿈은 날아 차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6쪽 | 262g | 115*182*20mm
ISBN13 9791160409666
ISBN10 116040966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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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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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보다는 앉아있는 것을, 앉아있는 것보다는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삶을 살았다. 서둘러 뛰어가서 떠나려는 버스를 잡기보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간 후에라도 신호등에 여전히 5초 정도 남을 정도가 되어야 길을 건넌다. 인간이 가진 감각 중 신체감각을 제일 적게 사용하며 살았다. 몇 년 있으면 쉰 살이 된다. 생생하고 팔팔했던 감각들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나이가 돼서야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동안 묵혀두고 쓰지 않았던 나의 사지를 가동시켰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운동을 싫어한 게 아니라 나와 맞는 운동을 찾지 못한 것이었으며 조절을 하지 못했을 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운동신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운동신경에 적합한 운동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게 맞는 운동은 사실 격투기였다.
--- pp.10~11

이미 등록을 결심하고 한 참관이었지만 직접 보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저 에너지 속에 한번 빠져보자! 새로운 운동을 하려고 등록할 때면 그동안 어떤 운동을 해왔는지, 지금 운동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지금까지 당연하게도 체중감소 혹은 다이어트에 체크했다. 체크를 안 하면 이상한, 안 할 수 없이 자명한 체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버렸다. 다이어트와 체중감소라는 목표를. 태권도라는 운동은 다른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새하얀 저 도복을 입고서는 뭔가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할 것만 같았다. 건강해지자. 몸과 마음이 튼튼한 ‘운동뚱’이 되자!
--- p.42

이렇듯 수련 초반 사범님께서 직접 매듭을 다시 묶어주실 때마다 백지상태의 어린아이가 되어 돌봄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장 밖으로 나가면 생활 영역 어디에서든 경험치가 쌓일 대로 쌓여 초심자의 마음을 갖기 힘들다. 칭찬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의사결정에 따르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직접 해야 하는 나이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내가 틀린지도 모른 채 지어놓은 매듭을 누군가가 달려와 후루룩 풀어 다시 매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사범님이 매듭을 풀러 다시 묶어주실 때, 중년의 태권도 수련생은 그런 생각에 종종 빠진다.
--- p.58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이 그렇듯 새해 결심에 다이어트가 빠졌던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 숨 쉬듯 했던 이 망할 놈의 다이어트는 불과 2~3년 전까지 지속되었다. 다이어트를 한 사람답지 않게 언제나 기골이 장대하여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호부호형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한 듯 안 한 듯 지속한 다이어트는 시대별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작은 책 한 권은 무리 없이 쓸 정도의 경험을 축적했다. 관심 있는 지식과 정보는 게걸스럽게 수집하는 편이라 직접 하든 하지 않든 일단 아카이빙 했다. 섭식을 제한하거나 식욕을 떨어뜨리는 약이나 지방을 분해하는 음식이나 약을 먹기도 했고, 체중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식단을 해보거나 3일 내내 한 가지 음식을 먹기도 했다. 시대별 유행했던 모든 다이어트는 빼놓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고 할 만한 것은 꼭 해봤다. (중략) 딸아이 세 살 때부터 5년간 아이를 봐주셨던 이모님이 어느 날 조심스럽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땡땡이 엄마, 사람은 타고난 몸의 틀이 있어서 빠져도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대요.” 그렇다. 우리 이모님은 모든 걸 알고 계셨던 것이다. 어느 순간 냉장고를 사과로 가득 채웠다가, 각종 닭가슴살이나 다이어트 한약으로 또 가득 채웠다가, 큰 냄비 가득 정체 모를 채소 스프를 잔뜩 끓였다가, 식탁 위에 각종 파우더 통을 쌓아놨다가, 냉장고 문에 모델 사진을 붙여놨다가 하는 이 난리법석 다이어트를 말이다.
--- pp.91~93

여전히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인생 이모작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삼모작, 사모작을 지어보고 싶은 내 마음은 영심이 같은 청춘이다. 그런데 내가 늘 우려했던 것처럼 ‘나잇값’을 치르지 않고 드러내는 욕망일까 두렵다. ‘넌 참 기운도 좋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느 단어 하나 부정적인 단어는 없지만 칭찬의 뉘앙스로 받아들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참.. 잘~~한다’라는 말처럼. 선배들은 무리하지 말고 지금부터 갱년기를 대비하라고 한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지 말고 적당한 운동과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면서 자신을 돌보라는 의미였을 텐데 나는 엉뚱하게 태권도를 시작했다. 다가오는 갱년기를 격파하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 나잇값을 치르기 싫어서 잠재웠던 영심이를 흔들어 깨워 영심이가 시키는 대로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 pp.100~101

이제 내 차례다. 선배들의 겨루기 시합을 보면서 나의 공격본능은 이미 ‘풀’ 충전됐다. 상대방의 몸통에 나의 발을 내리꽂으리라 결심하며 그녀와 맞섰다. 상대방은 내 실력보다 몇 단계 위 갈색 벨트, 20대 수련생이었다. 키는 크지만 몸무게는 내 절반 정도 될까 싶은 가냘픈 청년이었다. 시작 신호를 듣고 나는 개처럼 달려들었다.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은 가벼운 발놀림으로 움직임을 잘게 쪼개며 상대방에게 접근해 앞차기, 내려차기, 돌려차기 등 내가 알고 있는 발차기의 모든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개싸움이었다. 여차하면 머리카락도 잡고 쥐어뜯을 판이다. 가냘픈 청년은 중앙에서 구석으로 도망치다가 코너에 몰렸다. 끝까지 쫓아간 나는 어설픈 발차기를 계속하다가 보호장구가 미처 커버하고 있지 못하는 그녀의 골반 어디쯤에 발가락이 빗맞아 부상을 당했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겨루기 수련이었고 발가락의 안정 가료를 위해 3주간 태권도 수련을 하지 못했다. 병원 의사선생님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고 물었다. 대충 얼버무려도 될 일을 사실대로 말했더니 “환자분이 이렇게 될 정도면 상대방은 엄청 다쳤겠어요”라고 하신다. 나의 기운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내 덩치에 기인한 임의적 추론일까.
--- pp.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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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 때려잡을 만한 기합을 지르며 돌려차기를 하는 여성. 아직까지 품고 있는 내 로망 중 하나다. 20년 전에 아들만 태권도장에 보내지 말고 같이 시작했다면, 진작에 ‘마녀체력’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책을 읽다 보니, 오십을 앞두고 ‘태권도 꿈나무’에 도전장을 내민 우량한 아줌마의 쾌감이 짜르르 전해진다. 온갖 다이어트와 씨름하며 방바닥에서 뒹굴던 주부가 하얀 도복의 핵주먹이 될 줄이야! 20년 차 심리학자가 보증하는 심신단련 태권도의 꿀맛.
- 마녀체력(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임상심리학자가 중년 여성이 되어서 자신의 ‘몸’을 새롭게 탐구하기 위해 ‘좌충우돌’ 하는 태권도 수련 과정이 참으로 재밌고 이채롭다. 그러면서도 몸과 마음이 따로 구분할 수 없는 하나임을 인식한 ‘몸’ 체험에 대한 그의 심리적 통찰력은 무예 수련의 진중한 무게감을 아주 쉽고도 유쾌하게 회통하는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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