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세상의 중심이 ‘나’인 줄 알았고, 언제나 제 잘난 맛에 살았으며, 제 감정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나는 사람에게 ‘좋았다’, ‘싫었다’의 감정을 반복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저를 ‘친구’라 불러 주시는 주님이 계셨고, 저를 묵묵히 기다려 준 좋은 벗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관계를 맺었던 분들에게는 개갑 순교 성지의 밤하늘에 쏟아지는 초롱초롱한 별빛을 담아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머리말, 5-6쪽」중에서
“나는 너를 언제나 사랑하고 있단다.”
이것은 진리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분명 자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젬마 자매님이 지금까지 찾는 ‘누군지 모르는 어느 신부님’은 아마 진짜로 예수님이었을 겁니다. 고해소에 소리 없이 찾아오셔서 인간의 아픔을 함께하고 싶어 하시는 예수님 말입니다. 그래서 그 예수님을 저는 사랑합니다.
---「나를 위해 울어 주시는 하느님, 20쪽」중에서
비안네 신부님 자신은 ‘참새’ 때문에 신학교에 입학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 이전부터 평소 주일 미사 한 번 빠진 적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어느 수녀님이 눈여겨보았고, 그 수녀님의 눈을 통해 하느님께서 눈여겨본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교 면접시험을 치는 날, 주님께서 친히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참새들에게 ‘워이, 워이’ 하셨을 것이고, 그래서 비안네 신부님이 면접 보는 순간 참새들이 날아올라, 그 모습을 보고 성경 구절을 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새와 부르심, 46쪽」중에서
언제나 생길 수 있는 일상의 돌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에 ‘여유’가 있는지, 아니면 ‘단지 원칙뿐’인지를 잘 살펴보면, 어떤 돌발 상황도 영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언제나 ‘하느님 사랑’을 중심으로, 돌발 상황을 영적으로 풀어 나가신 최고의 위트를 가진 분임을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아빠, 아빠!” 하며 제대로 달려온 아기, 64-65쪽」중에서
‘변덕스러운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 좀 힘들더라도, 관계 안에서 좋은 신뢰감을 쌓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그들은 더 이상 ‘변덕’을 심리적 도구로 쓰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자신과 주변에 대한 건강한 신뢰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변덕은 좋은 덕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변덕 때문에 힘들다면, 93쪽」중에서
세상살이든 교회살이든 간에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면서, 늘 수 싸움 하면서 그렇게 내 이익과 승리를 위해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이 삶 좀 즐기면서 살아도 될 듯합니다. 비록 단순 무식하게 직구 하나만 제대로 던질 줄 아는 삶이라 결국 승률도 낮고, 승수도 턱없이 모자라는 좀 어리석은 삶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문득 우리 주님께서는 그 ‘꼴찌 같은 등수’를 당신 마음에 드실 정도로 올려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직구만 던지고 싶다, 125쪽」중에서
“그중에 한 명이 나에게 말하더라. ‘신부님, 저희들이 알아서 청년회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그냥 뒤에서 가만히 믿어 주시면 안 돼요?’ 그 말을 듣는데 정말 놀랐어. 우리 청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해 주는 신부님보다는 자신들이 하는 일들, 자신들의 아픔, 자신들의 좌충우돌을 있는 그대로 믿어 주는 신부님을 원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그때 정말 많이 깨달았어. 그 후로 본당에서 청년회뿐 아니라 다른 단체를 담당할 때마다, 늘 기도하게 되더라.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뭐든지 잘해 주는 신부가 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믿어 주는 신부가 되게 해 달라고.”
---「있는 그대로 믿어 주기, 159-160쪽」중에서
할머니는 뿌듯한 표정과 기쁘고 환한 얼굴로 성지 밖을 나섰고 저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습니다. 손자의 아빠, 엄마가 어렵게 살다 보니 생활비조차 못 받고 있는 할머니. 그러기에 천 원은 그 할머니의 하루 생활비가 넘는 금액일 수 있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큰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내 곧 성지 마당에 있는 초 봉헌함으로 가서 그 할머니와 손자를 위한 지향으로, 천 원어치 컵 초를 사서 봉헌했습니다. ‘주님, 저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할머니 자녀들에게 당신 은총을 청합니다. 그저… 은총을 청합니다.’ 그날 너무 큰돈을 받고, 가슴 벅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천 원의 행복, 189쪽」중에서
그런데 신기한 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너무도 즐겁고 재미있어서, 넘어져 다치더라도 마냥 신나고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살면서 넘어져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아닌 듯 웃으며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배운 것이 바로 그때였던 것 같아요. 바로 그 기억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했어요.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이런 깨달음이 드는 거예요. ‘사람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을 할 때면 쓰러지고 넘어지는 것도 재미있어한다.’ 이렇듯 스케이트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지요.”
---「인생 스케이트장 , 223-224쪽」중에서
팔 굽혀 펴기를 매일 서른세 개만 했는데도, 놀라운 건 배도 많이 들어가고 허리 통증도 나아졌고 목 디스크도 좋아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끔은 몸이 자신에게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40대가 넘으면 분명, 몸이 자신에게 말을 할 겁니다. ‘몸을 스스로 잘 돌보라.’라고 나에게 말을 거는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리라 생각이 듭니다. 몸이 하는 말을 듣고, 매일 팔 굽혀 펴기를 서른세 개씩만 하는데도 이렇게 바뀌니, 몸이 하는 말, 잘 들으면 좋을 듯합니다.
---「몸아, 정말 미안해!, 248쪽」중에서
“무료라고, 정말? 본당에서 결혼식은 본당 재정에 도움을 주는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무료로?”
“네, 무료로. 그리고 결혼식 사진 촬영 비용이 없는 분들은 우리가 사진도 찍어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하객들을 위해서 조촐한 피로연을 원하면 우리 성당 근처 설렁탕집에서 싸고, 맛있게 식사를 드실 수 있도록 했고요. 그런데 피로연을 할 형편도 안 되면, 본당에서 국수를 삶아서 대접해 드릴 거예요. 성전 사용료, 꽃꽂이 등등, 그런 비용 일체 받지 않고, 그저 조촐하지만 따스한 결혼식이 될 수 있도록 저와 우리 본당 신자들이 합심해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재능 기부자도 생기고. 얼마 전에는 미용실을 크게 하시는 부부가 신부 화장 봉사를 해 주기로 했고요! 그런 일 하나하나가 모여서 삶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그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본당 공동체가 아닐까 싶어요.”
---「무료 결혼식, 261-262쪽」중에서
상담 현장에서 때론 사소한 문제마저도 곧 죽을 것처럼 힘든 고통으로 받아들여 ‘내 말 좀 들어 봐! 내 고통 좀 봐 줘!’ 하면서 가족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나날은 온통 불행뿐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존경하는 그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하루, 비록 고통스러운 나날일지라도, 작은 기쁨 하나를 오늘 하루를 살아갈 행복이라 여기며 사시는 그 할머니의 얼굴이 정말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작은 기쁨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283쪽
스무 해가 지난, 이 봄! 또다시 제 곁으로 차가운 바람이 한 줌 붑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 바람 속에서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았던 ‘바람 같은 삶’을 사신 고스마 형제님의 맑은 숨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침묵’과 ‘자유로움’, ‘머물지 않음’과 ‘바람 닮은 삶’이 어떠한 삶인지를 오늘도 생각하게 됩니다.
---「고스마 형제의 마지막 쪽지, 301쪽」중에서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보다, 때로는 하느님이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하느님이 먼저 자신에게 바라시는 일이 있다면, 하느님은 제가 분명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섭리 안에서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물론 이것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을 구분하느니,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의탁하는 것이 더 속 편할 때가 있습니다.
---「정말 하기 싫은 일, 327쪽」중에서
이후 공터에 앉아 세상을 둘러보는데,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다음 일곱째 날 쉬시고 여덟째 날을 맞이하던 아침 장면을 묵상으로 나누어 주시던 수사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저에게, 우리에게 ‘사랑한단다’라고 하시는 그 말씀, 그 느낌을 묵상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흘렀습니다.
---「하느님의 여덟째 날, 331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