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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항구의 니쿠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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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86g | 135*195*30mm
ISBN13 9791138477987
ISBN10 113847798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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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자는 니쿠코에게 빚을 떠넘기고 도망쳤다. 니쿠코는 망연자실할 여유도 없이 죽을 각오로 일해서 빚을 갚았다고 한다. 이 ‘죽을 각오’에 해당하는 부분은 수다 떨기 좋아하는 니쿠코답지 않게 절대 말해주지 않았다. 니쿠코의 당시 사진을 본 적 있다. 험상궂어 보여서, 말하자면 인도에 사는 들개 같은 얼굴이었다. 거기에 뚱뚱하다. 옆에 다른 여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워낙 예뻐서 니쿠코의 추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니쿠코는 동료라고 했는데, 동료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을 직장이 아닌 것쯤은 사진을 보고 바로 알았다. 빚을 다 갚은 니쿠코는 나고야로 갔다. 신세를 진 스낵바의 마마가 고향으로 돌아가 가게를 연다고 해서 쫓아갔다. 스물일곱 살. 너덜너덜했다.
--- p.10

니쿠코가 없는 방은 한색이다. 니쿠코가 둔 촌스럽고 화려한 물건들은 그대로인데, 주황색이나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얌전해지고, 대신에 파란색이나 보라색이나 까만색이 힘을 내뿜기 시작한다. 색이 시간에 따라 주인공을 교체한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난색과 한색은 다 능력이 있다. 세계를 확실하게 물들인다.한색이 된 방에서는 모두가 일제히 수다를 떤다. 이불이나 의자나 5엔 동전이나 전화기가.
“만져봐, 내 이 폭신폭신한 등뼈.”
“한쪽만 짧아.”
“한 바퀴 돌아야 간신히 재미있는 느낌.”
“억지 부리긴.”
“심호흡하자!”
세계는 활기차다. 언제나, 언제나.
--- p.42

수족관의 마스코트는 펭귄 칸코다. 그 아이는 관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개관 당시 칸코는 그야말로 인기 스타였다. 뒤뚱뒤뚱 걷는 칸코 뒤를 아이들이 줄지어 쫓아다녔다. 지금은 인기도 시들해졌다. 다들 펭귄의 존재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 근방에서 점점 어린이가 줄어드는 이유도 있다. 칸코는 나이를 먹었다. 조금 철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게 다가가기 어려운 원인일지도 모른다. 지금 칸코는 수족관 직원처럼 관내를 배회한다. “으악!” 하고 놀라는 사람은 있어도, 예전처럼 귀엽다는 말은 듣지 못한다. 펭귄은 멀리서 보면 귀엽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눈빛이 아주 살벌하고 우락부락한 생물이다. 칸코는 가끔 꾸엑 하고 운다. 가만히 들어보면 “모두 살육하는 날!”이라는 외침이다. 무서워.
--- pp.73~74

“역시 병이네.”
“스스로 멈출 수가 없어서.”
니노미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혀 괴로워하지 않았다. 다소 불합리한 일을 떠맡은 어른처럼 담담하게 자기 ‘현상’을 설명했다. 그래서 신기했지만, 기묘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니노미야는 그런 애일 줄 알았다. 이상하게도 역시 니노미야를 예전부터 아는 사람처럼 여기게 된다.
우리는 벌써 사루 상점가 끝까지 도착했다. 평소에는 열쇠가게 앞에서 마키 씨가 있는지 들여다보는데 오늘은 그러지도 않았다.
“우유 상한다.”
니노미야가 말했다. 나는 손을 흔들고 떠났다.
그 후로도 니노미야와 만났다.
--- p.143

“보통이구나! 보통이 제일 좋은 거 아이가!”
보통이 아닌 실루엣으로 니쿠코가 웃었다. 1반 여자들 상황이나, 새삼스럽지만 ‘수라장 소동’으로 니쿠코가 입소문에 올랐던 때가 생각나 화가 났다.
“니쿠코의 보통은 뭔데.”
가시 돋친 말투였을 것이다. 정확히는 최대한 가시 돋친 말투를 썼다. 니쿠코는 싸구려 비스킷을 넣고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더니, 잠시 후 입을 벌렸다.
“보통은 밥을 먹고 똥을 싸고 공부하고 일하고 목욕하고 자는 거제!”
무슨 학교 선생님 같은 소리나 하는지.
“그럼 니쿠코가 말하는 보통의 생활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겠네.”
니쿠코는 아직 입에 남아 있으면서 비스킷에 또 손을 뻗었다. 뭘 태평하게 비스킷이나 먹는지 모르겠다.
“왜!”
“왜라니, 그렇게 매일 단조롭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이 있을리 없잖아. 애초에 니쿠코랑 내 생활이 보통인 것 같아? 우리 생활이?”
--- pp.153~154

“기쿠, 왜 참은 긴데.”
나는 잔뜩 야단맞은 아이처럼 몸을 작게 말았다. 조금만 움
직여도 배가 팽팽하게 당기니까 그때마다 나는 소리를 참았다.
“기쿠, 니는 항상 그러데. 늘 뭔가를 조심하지. 나만이 아니라
다른 어른을 대할 때도, 애들을 대할 때도 조심하고 배려하지.”
“…….”
“그러는 이유가 뭐냐? 뭐 말 좀 해보라.”
손을 꼭 쥐었다. 내 손등에도 혈관이 도드라졌으나 삿산의 혈관처럼 굵고 파랗지 않았다.
“……그야.”
“그야, 뭐?”
“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났으니까.”
--- pp.258~259

“폐를 끼쳐도 괜찮아. 나는 니한테 조심하지 않을 기야. 남이 아니니까. 기쿠, 알아듣겠냐. 피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건 아이야. 나는 니를 가족으로 여기고 제대로 화를 내련다. 니가 화를 내고 짜증 난다고 난리를 쳐도, 제대로 화를 낼 기라고.”
가족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서 나는 역시 삿산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 니는 쪽팔리지 않으려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뭐든 앞서 생각할 필요가 읎어.”
나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그 대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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