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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큰글자책)

순례 (큰글자책)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리뷰 총점9.6 리뷰 5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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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도서] 순례
박범신 저 파람북
10% 15,300
순례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210*290*30mm
ISBN13 9791192964249
ISBN10 11929642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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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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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창을 열다 말고 아, 하고 나는 입을 벌립니다. 이렇게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별빛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주가 다 내 안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나는 오늘 밤 하고 있습니다. 신의 창 앞에 서 있는 것이지요.
---「032 신의 창으로 들어가다」중에서

문장이 불러오는 오해와 오류의 함정이 독자와 나 사이에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해와 오류의 함정을 피해를 피해 그리운 당신들에게 갈 수 있을까요. 그런 길이 있기는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 내가 올려다보고 있는 저 설산들과 나 사이엔 아무런 오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035 우유의 강을 건너면서」중에서

나는 비로소 눈물겹게 확인합니다. 불멸의 주인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고 또 올라도 허공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모든 길은 허공에서 시작되고 갈라지고 끝난다는 것을요. 살아서 무엇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근원적으로 우리가 불멸의 환희에 도달할 수 없는 건 스스로 허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079 빙하 위를 걸어서 간다」중에서

나는 매 순간 눈물겨웠습니다. 나의 존재가 너무도 가벼워 눈물겨웠고, 죽을 둥 살 둥 일벌레로 살아온 우리네 젊은 날의 초상이 안쓰러워 눈물겨웠고, 동강 난 조국에 살면서 그래도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는 장한 꿈을 좇아 오늘도 다리가 찢어져라 내달리고 있는 조국에 대한 연민 때문에 눈물겨웠습니다.
---「114 부족한 ‘여기’와 그리운 ‘저기’ 사이」중에서

살아서 불멸은 꿈일진대, 사랑 이외에 우리가 진정을 다해 말해야 할 것이, 사랑 이외에 우리가 목 놓아 울어야 할 것이, 사랑 이외에 우리가 모든 진심을 맡겨도 좋은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한 날이 많았습니다.
---「116 부족한 ‘여기’와 그리운 ‘저기’ 사이」중에서

‘모든 생명은 언젠가 나의 어머니였던 적이 있다’는 잠언은 티베트 불교에서 수행의 으뜸가는 계율 중 하나다. 티베트인들은 가문을 인정하지 않고 성씨도 따로 쓰지 않는다. ‘너의 조상이 언젠가 나의 조상’이었기 때문이다.
---「141 옴마니밧메훔」중에서

티베트 사람들이 성스러운 전설과 신화가 깃든 곳을 순례하는 것은 순례하는 그 시간만이라도 죄를 쌓지 않기 때문이다. 죄 없이 유지되는 생명은 없다. 살아있는 것은 어쨌든 다른 무엇을 소비하지 않고선 그 명줄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보면 오래 살수록 죄가 쌓인다. 자꾸 나이 드는 게 미안한 건 그 때문이다.
---「186 마침내 신의 얼굴을 보다」중에서

부엔카미노는 ‘좋은 길’이라는 뜻으로서 순례길에서 누구에게나 통하는 축복의 언어다. 부엔카미노, 부엔카미노, 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풍경이 경계 없이 한통속이 되는 느낌이 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 한가운데를 여러 시간 혼자 걷다가 불현듯 “부엔카미노!”라는 환청을 들은 적도 있다.
---「235 아주 오래된 욕망」중에서

햇빛은 타는 듯 빛나고 바람은 몸을 관통해 지나가며 나는 절룩절룩 기분 좋게 걷는다. 저 마을에 도착하면 빵이나 간단한 샌드위치, 음료를 파는 카페가 있을 것이다. “저곳에 카푸치노가 있어.” 나는 중얼거린다.
---「236 아주 오래된 욕망」중에서

나의 숨소리는 우렁차기 그지없었고, 한없이 깊었으며, 또 어떤 순간 나의 숨소리는 신의 음성처럼 자애롭고 헌칠했다. 내 안에 깃든 신이 숨 쉬는 것 같았다. 고독과 정염과 분열은 물론 날숨과 들숨 사이에 깃든 아픈 방황도 나는 느끼고 보았다. 내 존재의 영광과 오욕이 그 숨결의 노래에 깃들어 있었다.
---「246 아주 오래된 짐」중에서

과일 속 씨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의 중심엔 죽음의 씨가 들어있다. 시간이 지나면 과육이 조금씩 썩고 씨앗 하나만 발라당 배를 내밀고 누워있게 되듯이, 사람도 그러하다. 늙는 건 그 씨앗의 민낯을 만나려고 걷는 지난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274 아주 오래된 갈망」중에서

암종癌腫이 나의 숨구멍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는 전갈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이제까지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순례가 시작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 같아요. 마침내 하나의 먼 길이 끝나고 또 다른 하나의 먼 길이 시작되는 문 앞에 당도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292 길이 걷는 나를 보살핀다」중에서

어스레한 삶의 뒤란에서 당신 역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무엇인가를 떼어 내주며 살아왔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며 순하게 웃는 당신, 당신은 참 놀라운 사랑이에요.
---「306 나의 모든 사랑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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