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의 말
004 연애 50년 1장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 - ‘와초재’ 이야기 012 떡국 이야기 014 가을에 머무는 생각들 017 가을이잖아요 019 결명자 따러 가는 길 022 계백장군과 청풍 027 관촉사의 아침 빛 031 나의 남은 꿈 033 두 집 살림 035 땅과 애인을 고르는 법 037 땅과 햇빛이 만나서 하는 일 040 바다 밑 내 책상 043 배추 이야기 045 봄꽃들의 빅뱅을 기다리며 047 부러진 쇄골이 하는 말 049 산으로 간 자라 051 새들의 나팔소리 053 새 식구 055 쌍계사의 석종 060 아비들의 나라에서 063 어머니가 가장 행복했던 날 065 오래된 사랑 069 ‘와초재’ 오픈 하우스 이야기 072 우리 집에 ‘설희’가 산다 074 지는 봄꽃들에게서 배운다 078 향기로운 봄 2장 나는 본디 이야기하는 바람이었던 거다 - 문학 이야기 082 가시 이야기 087 결핍과 상처로부터의 자유 093 기억은-소설은 힘이 있다 100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비극적 거리 104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들 107 나의 문학적 자궁 옥녀봉의 명월 113 내가 그리는 하느님의 현신 117 대둔산의 낙조 121 봄 꿈 125 붉은 카펫 위의 흰 동그라미에 대한 기억 130 비밀의 어둔 방이 없는 삶은 황막하다 136 소설 《소금》을 쓰고 나서 140 소설 《유리》와 붉은 댕기 143 아침편지 146 오래된 행복 150 이야기하는 바람 154 이혼에 관한 해묵은 농담 3장 머리가 희어질수록 붉어지는 가슴 - 사랑 이야기 160 ‘당신’이라는 말 163 곰취 166 가을이 주는 각성 168 그해 겨울 히말라야에서 만난 어머니 172 불멸에의 오랜 꿈 176 비밀의 문 181 사랑의 전설, 바이칼 184 성숙 185 시간의 마술 187 아, 아버지! 192 아내의 버킷리스트 201 아주 오래된 꿈 206 아주 오래된 성찰 212 아주 오래된 왕관 이야기 217 어여쁜 이별 219 옛꿈 225 인생 226 죽집 데이트 229 천 개의 얼굴을 가진 그대 때문에 미치겠다 232 친구의 결혼식과 장례식 4장 함께 걷되 혼자 걷고, 혼자 걷되 함께 걷는다 - 세상 이야기 236 걸레와 양복 이야기 240 내 가슴속 묘지에 그-그녀들이 있다 245 농민도 ‘정치’를 해야 한다 248 막 핀 봄꽃 앞에서 봄꽃이 지는 환영을 보며 254 문화적 소외에 대한 관심은 없는가 257 삶의 두 가지 길 259 생명을 살리는 연장 263 수유리 4·19 묘지에서 265 아주 오래된 고독 273 아주 오래된 힘 281 정치판에 드리는 인간적 하소 285 파괴-죽음의 본능을 이기지 못하면 민주사회가 아니다 290 품 넓은 지도력이 그립다 294 행복의 전제조건 297 행복해지고 싶은가 299 행복한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가 304 혼자 걷되 함께 걷는 길 309 흡연자는 죄인이 아니다 |
朴範信
박범신의 다른 상품
|
순서는 알 수 없으나 아내와 나는, 젊은 날 철없이 맹세했던 대로 ‘곁에서 죽는 것’을 지켜보게 될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감수성이 예민해 아직도 매일 죽고 매일 살아나는 인생을 사는 나 같은 사람이 굴절 많았던 세월 속에서 아내와 함께 이만큼이나마 지내 온 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사랑이 나보다 깊고 넓기 때문이다.
---「016 가을에 머무는 생각들」중에서 글을 쓰기 위해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다. 그 거리는 멀고도 가깝다. 그는 창 안쪽에서 창밖을 보는 사람이고, 오로지 홀로 앉아 문장이라는 창槍 하나 비켜 들고 감히 세상 만물을 제패하려고 꿈꾸는 사람이다. ‘홀로 가득 차’지 않고서야 대체 어떻게 글을 쓰겠는가. ---「031 나의 남은 꿈」중에서 생은 멀고, 또한 찰나적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렇다. 봄꽃의 낙화를 보라. 길고 혹독한 겨울 동안의 인내를 생각하면 봄꽃들의 황홀한 개화는 찰나에 불과하다. 곧 지고 만다. 그러니 봄꽃의 낙화는 얼마나 속절없고 애달픈가. 어디 봄꽃만 그렇겠는가. 청춘의 광채도 그러하고 사랑의 열락도 그러하다. ---「074 지는 봄꽃들에게서 배운다」중에서 절대빈곤이 가져왔던 굶주림과 소외와 모멸의 상처들이 그 시절, 개발시대의 모든 구성원들 가슴 속에 뼈저리게 도사리고 있었다. 아무도 진실로 자유로운 자는 없었다. 정치적인 억압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결핍의 굳은살들이 내모는 폭압적인 욕망이 우리의 본질적인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일 것이다. ---「092 결핍과 상처로부터의 자유」중에서 작가로서 사물을 볼 때 나는 동시에 세 개의 눈을 사용한다. 하나는 ‘사실’을 보는 눈이고 둘은 ‘기억’을 보는 눈이며 셋은 ‘상상’의 눈이다. 내가 보는 현상으로서의 사실과 현상 너머의 기억 사이를 긴밀하게 잇는 작업은 상상력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 ---「098 기억은-소설은 힘이 있다」중에서 수면 위에 수천수만의 붉은 물비늘이 양각으로 드러나다가 급기야 그것들이 한통속이 되며 선홍빛 거대한 불꽃으로 타오르고, 이윽고 암갈색으로 침몰하면서 어둠을 받아 안아 제 속에 너그러이 품는 금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누가 과연 존재의 근원에 가닿지 않을 수 있겠는가. ---「110 나의 문학적 자궁 옥녀봉의 명월」중에서 먹고살 만해도 때로 한없이 쓸쓸하고 때로 한없이 벼랑 끝을 걷는 듯 불안한 것은 우리가 한 존재로서의 정체성, 그것을 버렸거나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걷되 함께 걸어야 하는 것처럼, 고유한 자기만의 꿈이 있어야 전체로서의 자유도 확보된다. ---「129 붉은 카펫 위의 흰 동그라미에 대한 기억」중에서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당신이 취꽃이면 이 가을에 필 것이고, 당신이 국화라면 서리 내릴 때까지 견딜 일이며, 또 당신이 바람꽃이나 매화나 민들레라면 설한풍의 긴 겨울을 오지게 이겨내면서 새봄을 기다리면 된다. 살아있다면 언젠가, 크든 작든, 화려하든 소박하든 ‘내 꽃’을 피우고 마는 것이 존재이고 사람이다. ---「167 가을이 주는 각성」중에서 나는 요즘 추락의 기술, 상실의 기술을 연마하고 있어요.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술이지요. 애오라지 상승의 기술만을 연마하던 젊은 날보다 신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나의 오랜 일부처럼 그분이 내 안에서 느껴질 때면 추락과 상실의 먼길이 내 앞에 놓여 있다고 상상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요. ---「184 성숙」중에서 문학에 대한 사랑과 갈망도 전혀 줄지 않는다. 머리가 희어지는 속도보다 가슴이 더 빠르게 붉어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 가속적으로 늘어나는 흰머리가 불변의 청춘으로 회귀하고 있는 속도를 드러내는 역설적인 표상일 수 있다는 걸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185 시간의 마술」중에서 |
|
머리가 희어질수록 붉어지는 가슴이여!
고향 논산에 있는 집필실의 이름은 와초재(臥草齋)이다. ‘와초’는 작가의 호(號)이며, 소설 『풀잎처럼 눕다』에 착안해 친구였던 소설가 김성동이 부르던 별명이었으나 점차 호로 굳어졌다. 와초재에는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이라 쓰인 판석이 붙어있다. 와초재라는 현판을 걸기 전, 오랜 고심 끝에 직접 써 새겨온 것이다. 홀로 가득 차지 않고서는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없고, 따뜻이 비어있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원만한 삶을 살 수 없으므로, 그 뜻을 가슴에 담기 위해서였다. 작가는 단독자로서 존재하는 ‘밀실’과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광장’을 수시로 오가며, 상상력으로 밀실뿐만 아니라 밀실을 둘러싼 우주까지 드높이 채우기를,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춤하며 광장의 삶에 깃들기를 소망한다. 홀로 와초재에서 지내며 작가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소한 작물을 키우고 정처 없이 들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밤 깊도록 글을 쓴다. ‘가난한 밥상’과 ‘쓸쓸한 배회’에서 행복감을 얻는 것은 자유로운 삶의 본원적인 심지가 거기에 박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 봄, 이 여름, 이 가을이 아니면 못 볼 꽃을 그냥 지나쳐 왔을까.” 장편소설 『당신』의 한 구절이기도 하려니와, 이 짧은 문장에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죽은 아내의 산소에 놓아주기 위해 들고 온, 생전의 아내가 아꼈다던 그 책에 작가는 그렇게 써 주었다. 온화한 마음결만으로 사랑을 완성할 수는 없다. 불온한 시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작가는 어긋난 욕망으로 들끓는 세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자본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른들과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박!’이란 비속한 말로 자신의 이상을 설명하는 청년들, 정치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또한 매일반이다. 그들에게 최상의 행복은 자본이 주는 소비의 감미, 기득권의 전략적인 방어밖에 없다. 사람에겐 세속의 욕망 말고도 완전한 사랑이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초월적 욕망이 있다.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것을 품고 살아야 삶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 추상의 가치를 이해하고 속 깊이 품을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의 특권이다. 영원성이 그러하고 사랑이, 신이, 행복이 그러하다. 손으로 만져본 적도 없고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가치다. 영원이든 신이든 행복이든, 따져보면 모든 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로 통합된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요약된다.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