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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24g | 130*200*20mm
ISBN13 9791163168638
ISBN10 116316863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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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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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야, 그러지 말고 여기서 나랑 일하는 건 어떠냐. 내가 밥도 주고, 재워도 주고, 월급도 주마. 노트북 같은 거 훔치면서 다니지 말고, 내가 주는 월급으로 꼬박꼬박 저축이나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
‘평범하게…….’
소년, 아니 제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평범. 그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지, 세상에 없는 듯 그림자처럼 숨어 사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 p.13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선택할 권리는 없어. 심지어 부모들까지 속여가며 무수히 많은 태아를 죽였잖아. 그건 살인이야, 살인이라고!”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는 자영에 일순 당황한 표정을 짓던 윤철은 곧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자지러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영은 윤철의 웃음이 역겨워 참을 수 없었다. 반듯해 보이는 그 얼굴 이면에 숨은 악마가 끔찍할 정도로 빤히 보였다.
“살인? 우습네. 네가 한 짓은 뭐가 다를까. 착한 척 가식 떨어봤자 너도 결국 우리 중 하나야. 그런데 이제 와 불쌍하다고? 자영아, 우리 솔직해지자. 너는 그냥 네 마음 편하자고 그 애들을 살린 거야.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 p.43

“소이야……. 엄마야.”
마침내 제 품에 아이를 안았을 때, 명은은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아이는 앙증맞고, 예뻤다. 작은 얼굴에 남편과 자신의 얼굴이 오밀조밀하게 박혀 있었다. 아직 눈도 펴지 못하는 쭈글이라도 엄마는 다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했다. 부모의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었던 어떤 유전 질환도 갖지 않았다. 명은은 한참을 울었다. 한 번의 꼼지락거림에 그간의 힘듦도, 설움도, 시간도 다 보상받았다. 이제 행복한 미래만이 남았으리라 여겼다. 얼른 남편의 품으로 돌아가 아이를 안기고 그간 고생했다며,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랬는데…….
--- p.95

“나도 그 실험에서 태어났어요. 원래라면 소이가 지니고 태어났어야 할 모든 병을 안고요. 원도, 투도 그래요. 아줌마가 참가한 실험은 완벽히 성공한 게 아니에요.”
“뭐라고?”
“그래서 세온에서 우리를 없애려고 하는 거예요. 우리의 존재가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증거니까요.”
하나같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그 말을 뱉는 눈은 너무나도 진실돼 보였다.
“우린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니에요. 건강한 아이를 원하는 부모들의 갈망과 박성호 박사의 욕심 때문에 태어난 거죠. 이래도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상관도 없어요?”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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