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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유지혜 | | 2023년 05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17건 | 판매지수 1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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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86g | 135*200*30mm
ISBN13 9791130699691
ISBN10 113069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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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유지혜의 투명한 문장들

MD 한마디

[우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유지혜 작가 신작 에세이. 전작들에서 특유의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제 삼십대의 단단함으로 돌아왔다. 자신을 흠뻑 적시고 더 넓은 세계로 연결해준 다양한 우정의 모습들을 데리고. 매번 연결되는 그 마음들은 차근히 쌓여 또 다른 내가 될 것임을 전하는 이야기. - 에세이 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고독과 산책

대체로 답장이 늦는 연인 015
고독은 아름다운 억울함 023
나는 시간을 보려고 이 시계를 산 것이 아니다 032
춤 없는 작가들 041
연필이 슬픈 사람들 050
Pink is serious 060
책과 거미줄 070
욕망 082
초대 093
두 번째 산책 096

2.대화와 새벽

모마 119
경험 없는 세대 125
버튼과 창문 141
메시지의 도시 153
슬픔이여 안녕 164
“이렇게, 이렇게” 174
서재 만들기 184
아이 194
말 없는 노래 201
첫 번째 로큰롤 206
NW8 210
우정 224
쌓이지 않는 눈이 내린다 233

3. 네가 되는 꿈

채식주의자 249
30대 여자들 256
아이들을 위한 방 하나 있어요 269
파이 알라 모드 281
특권1 298
특권2 309
정원의 무덤 321
뒷걸음질도 춤으로 보였다 33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부재를 예측한 문장은 한층 더 입체적이다. 빛과 소금의 노래 제목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내 마음처럼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 떠나가지 말라는 말로 표현하는 사랑. 네가 없는 세상을 미리 그려보고, 그 세상의 허무함을 미리 깨달아 더 충실히 붙잡아 놓는 사랑. 부재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존재를 감사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일에는 부재를 끌어안을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대체로 답장이 늦는 연인」중에서

연인과 부재에 대한 오해를 쌓으며, 서운함을 주고받으며 생각했다. 친구 같은 사랑이 이 모든 사랑의 끝이기를 바란다고. 당연한 듯 서로를 원해도 그 사이 자리한 기다림이 비참해지지 않는 사랑. 어릴 때 좋아했던 노래 가사처럼―Part-time lover, Full-time friend―파트 타임으로 애인, 풀타임으로 친구인 사이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의 모양이다. 그 사랑이 뜨겁지 않다는 것은 흔한 오해일 것이다. 미지근해 보이는 그 사랑은 사실 낮은 온도로 가장 오래 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닮고 싶은 연인들은 죽고 못 사는 애인이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워 보였다.
---「대체로 답장이 늦는 연인」중에서

고독은 아름다운 억울함이다. 우리의 내면은 의미심장한 상태를 유지하고, 우리의 가장 좋은 점은 결코 발설되지 않는다. 서로 끝내 알지 못할 미지의 세계, 그 안에서 우리는 몰래 아름답다. 공개된 곳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결코 다 담지 못한다.
---「고독은 아름다운 억울함」중에서

나는 워낙 밝은 애니까 슬픔도 밝게 포장하는 데 익숙했어요. 친구들에게 항상 인기 있었고 그런 내가 웃는 얼굴로 늘어놓는 나의 고생담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벌써 무용담이 되어 있었죠. 나는 그걸 무용담으로 웃어넘길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는데도. 웃어넘기는 게 지겨워요. 그건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거예요. 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어요.
---「춤 없는 작가들」중에서

갖고 싶은 것은 비슷하게 다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도 왜 조금은 가난하다고 느낄까요. 여전히 내 방에 소파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거든요. 누군가에게 당연했던 삶이 나에게는 너무 크고, 아직도 어색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조금은 허탈하고……. 책 판매고로 축하 문자를 받아도,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우리 아빠는 의사나 판사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버는 돈을 전부 빚 갚는 데 써서 그럴까요.

동경. 자기가 버는 돈이 없이도 부유했던, 어릴 적 넉넉하게 자란 사람들에 대한 끝을 모를 동경 때문일 거예요. 나는 아직도 언니가 부러워요. 넓은 아파트에서 살며 방학이면 어학연수와 여행을 다녀오던 언니의 유년기가 끝도 없이 부러워요. 방과 후에 빙수와 피자를 먹으며 최신식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삶, 용돈으로 이것저것을 사고 저축도 할 수 있는 삶. 나는 지금이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 그때부터 행복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언니는 이제 내가 살던 그 아파트에 살아요. 세월이 지나고 그렇게 됐어요. 그는 이제 자기 능력으로 평수를 넓혀야 해요. 그런데 30대에 시작된 언니의 위기를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유년기에 풍족하게 자라다가 성인이 되어 집안이 기운 사람과, 항상 가난했던 시절을 거쳐 지금은 살 만해지는 것. 어떤 게 더 나을까요? 아니, 그 전에, 언니는 정말 그때 내 상상처럼 행복하게 자란 걸까요? 왜 나는 언니가 불쌍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때도, 지금도,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춤 없는 작가들」중에서

이 영화는 분홍색을 검은색으로 바꿔서 성공하는 내용이 아니다. 분홍색이 성장해서 결국 검은색이 되는 내용도 아니다. 그는 사랑스러운 분홍빛 진지함으로 점잔 빼는 검은색을 압도하며 승리한다. 잇몸이 다 보이게 웃는 그를 보며 확인한다. 밝은 사람에게 깊이 한 스푼을 더하면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어떻게 모두를 녹여버리는지. 그는 분홍색 승리의 첫 사례가 된다. 그 모습을 다시 경험한 작가는 환희하며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Pink is serious. 분홍은 진지하다.
---「Pink is serious.」중에서

당신 정말 진지해 보여요, 그 진지한 웃음을 잃지 마세요. 멋대로 재단하는 냉소에 맞서 더 활짝 웃어요. 특히나 이것만큼은 절대 잊지 말아줘요.
너는 원래 깊었고, 이미 아름다웠어요.
---「Pink is serious.」중에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작은 힌트라도 얻으려 애쓰던 어린 나를 떠올렸다. 나는 그 방 안에서 모든 옷을 입어보고 수많은 포즈를 취해보았으며 혼자 기뻐하고 실망했다. 몸에서 옷가지를 빼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번 달 정산된 알바비와 저번 달 받은 세뱃돈을 끊임없이 계산하면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 밀려오는 실망감과 신체적인 수치심을 비밀스레 느끼면서. 20대의 피팅룸 안에는 실패가 있었다.

시간이 쌓이면 혼자 쇼핑을 하게 된다. 어떤 옷이 내게 맞는 옷인지, “완전 네 거야”라는 친구의 호들갑이나 최신 잡지의 도움 없이도 안다. 옷을 알아서가 아니라 나를 알아서 가능한 일이다.
---「욕망」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가장 귀한 것을 훔치고 싶었다.
허전함을 채우고 인생을 바꿔버릴 무언가를.”


『우정 도둑』에는 한 사람이 소중한 것들의 범위를 넓히고 공존을 배우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핍된 것은 자기 바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작가는 그때마다 어떤 것을 열렬히 흠모했다. 그러고 나면 훌쩍 자라 있곤 했다. 스스로를 ‘대충 좋아하는 법은 모르는 사람’으로 명명하는 작가는 마음이 가는 곳으로 몸을 옮기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열네 시간을 날아간 유럽에서 친구에게만 귀 기울였고, 다시 만나지 않을 이와의 대화에서 강렬한 깨달음을 얻었다. 매일 태엽을 감아야 하는 골동품 시계 상인을 만나 시간의 의미를 배우고, 명품의 로고를 숨기는 파리지앵을 보고 진정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서로의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지만, 작가는 확신한다. 우정으로 세상은 가느다랗게 연결되는 법이라고. ‘나’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었을 때, 삶은 다가오지 않았다. ‘내 인생이 이래서는 안 되는데. 내가 너무 가여워.’ 나를 잊고 세계로 관심을 돌리니 행복이 있었다. ‘저 나무는 멋져. 이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 작가는 다시 세계와 연결되기로 결심한다.

전작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에서 사랑을 예찬하던 작가는 한결 미지근하고 선선해진 온도로 우정을 말한다. 우정은 사랑보다 오래가며, 때때로 영원하다. 우정은 투명한 사랑에 가깝다. 일순간 가치가 폭락하는 사랑과 달리 차근차근 가치가 쌓인다.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때로 부재한 시간을 인정하는 관계, 훌쩍 자라서 다시 나타났을 때 흔흔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관계. 바람이 통하는 사이, 그 선선함은 영원을 뜻했다. 작가는 그래서 훔치기에는 사랑보다 우정이 낫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우정에서 배운 덕이다. 매번 새롭게 연결되는 그 마음 덕분에 인생은 새로워진다는 것을, 『우정 도둑』을 통해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연결되는 일’
모든 우정에서 최대한의 영향을 받아 흠뻑 적셔지는 일


1장 ‘고독과 산책’은 작가가 내면으로 침잠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담았다.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연결되어야 했다. 어린 시절엔 돈을 모아 옷을 하나씩 사보고 실패하면서 자신을 표현해 갔다. 이제는 누가 “딱 네 옷이야!”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어떤 옷이 어울릴지 안다. 옷을 알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서 가능한 일이다. 책과 글쓰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면을 충만하게 했다. 자기 삶의 가능성에만 관심을 둘 뿐 타인을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법을 모르던 작가는 자신의 삶이 수백 년 전 낯선 언어로 쓰인 소설에 그대로 나타나 있음을 목격하고 놀라워한다. 인생은 이토록 가지각색으로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비슷한 상처를 공감할 수 있다.

2장 ‘대화와 새벽’에서는 세상을 향해 건너가는 다리가 되어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십대를 여행으로 보낸 작가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삶을 편견 없이 흡수한다. 뉴욕에서 자살로 어머니를 잃은 친구를 사귀었을 때, 작가는 그 땅의 사람들에게 배운 위로를 건넸다. “안아줄까?” 그렇게 나이를 먹을수록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이 많아진다. 섣불리 그 마음 안다고 말하지는 않으면서 치유와 회복을 응원할 줄 알게 된다. 나아갈 힘은 언제나 영혼이 맞닿는 대화에서 왔다. 작가는 누구보다 절실히 관계의 힘을 믿는다. 좌절해 본 적이라곤 없는 아이처럼.

3장 ‘네가 되는 꿈’에서는 자신을 알 만큼 알게 되고 균형을 찾은 삼십대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독일에서 만난 또래 P와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여성으로서 서른 살 남짓 살아오며 그린 궤적이 비슷했던 덕분이다. 친하지 않아도, 심지어 모르는 사이라 해도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베를린에서 그 연대를 매일매일 목격한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난민을 자기 집에 재워줄 수 있다는 문구를 써서 기차역에 마중 나가는 베를린 사람들. ‘너’와 ‘나’의 구별을 까먹을 때,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충만해질까? 갈 길이 요원하지만, 작가는 다시 한번 확신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연결되는 것이라고.

회원리뷰 (17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나를 단단하게 세상과 연결해 주는 우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유*아 | 2023.06.04 | 추천23 | 댓글15 리뷰제목
우정 도둑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사실 처음 제목만 딱 봤을 때는 엄청 스릴러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우정을 도둑맞았다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책 소개에서 산문집이라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우정이랑 도둑이란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신기하게 느껴진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책을 쓰는 건 도둑질에 가깝다. 작가들은 자기가 훔친 걸 뻔뻔하;
리뷰제목
우정 도둑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사실 처음 제목만 딱 봤을 때는 엄청 스릴러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우정을 도둑맞았다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책 소개에서 산문집이라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우정이랑 도둑이란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신기하게 느껴진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책을 쓰는 건 도둑질에 가깝다. 작가들은 자기가 훔친 걸 뻔뻔하고 근사하게 공개하는 부류다.”라고 서술되어 있는데 책의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왜 제목이 우정 도둑인지를 알 수가 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치며 당신에게 없는 것으로 인해 당신은 완벽해진다.” 참으로 설레는 말이다. 프롤로그만으로도 설레게 만드는 책이다.
우정 도둑은 단순히 친구와 나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겪었던 일들과 작가의 느낌과 생각이 파트별로 잘 어우러져서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 다양함 속에서도 명확하게 주제가 나뉜다.
책의 저자인 유지혜 작가는 <쉬운 천국>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녀의 새로운 산문집이 우정 도둑이라는 제목을 갖고 출간이 되었다. 이 <우정 도둑>에서의 우정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넓은 세계와의 연결을 의미한다. 또 작가가 느꼈던 결핍들을 간절히 채우고 싶어 했던 그 여정 끝에 그 해답을 우정에서 찾은 과정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은 총 3가지의 파트로 나뉘는데 그 1장 ‘고독과의 산책’은 작가가 보낸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와 연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독은 하나의 과정이다. 모든 결과는 과정보다는 더 대중적이고 선명한 조명이 비친다. 조명이 비춰졌을 때 과정이 빈약하면 부끄러운 결과가 나온다. 듬성듬성 고독이 난 구멍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얼마나 충실했는지 제일 잘 아는 것은 본인이다.”
어린 시절엔 돈을 모아 옷을 사보고 실패하면서 그렇게 자신을 표현해 갔다. 또 책과 글쓰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작가 자신의 내면을 충만하게 하였다. 자기 삶에 대한 가능성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타인에 대해 궁금함(혹은 방법)을 모르던 작가는 자신의 삶이 수백 년 전 낯선 언어로 쓰인 소설에 그 결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음에 놀라워한다. 제각각의 인생은 이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연결되어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공감을 하게 된다.
2장 ‘대화와 새벽’에서는 세상을 향해 건너가게끔 연결고리가 되어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말한다. 그 중에서 소비와 소유에 대한 이야기는 큰 공감을 하게 한다. “보내지 않을 엽서가 외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을 산다. 이처럼 소유하는 일은 물건의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하기도 한다.”라는 문장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뭔가 기념할 만한 곳에서 기념품을 사지 않는 건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엽서 정도는 사갈까? 라는 식의 소비는 사실 그 엽서를 사서 집에만 두고 방치해두면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 엽서는 다른 사람에게 보내져야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하는 것인데 말이다.
마지막 3장 ‘네가 되는 꿈’에서는 자기 자신을 알만큼 알게 되고 균형을 찾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 “베를린만큼 비건으로 살기에 완벽한 도시도 없을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유행이다.”, “매일 적어도 두 번 선택하는 음식은 생존과 연관되어 있기에 그렇다. 취향이 아닌 생존. 그리고 내 생존과 연결된 일은 다른 생명의 생존과도 연결된다.”에서 비건의 삶이 많이 힘든 대한민국에서와는 달리 독일은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비건 메뉴가 반드시 마련이 되어있다. 순간의 나의 행복을 위해 먹는 고기가 다른 동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우정 도둑>은 ‘나’라는 한 사람이 소중한 것들의 범위를 넓혀가며 같이 연결되어 있음의 소중함과 공존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들을 그려냈다. 나에게 결핍이 되어있는 것들은 세상에서 찾을 수 있다. 스스로를 ‘대충 좋아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칭하는 작가는 마음이 가는 곳으로 몸을 옮기며 살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열네 시간을 날아가 유럽에서 친구에게만 귀 기울이고, 다시 만나지 않을 이와의 대화에서도 강렬한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 없이, 지금의 건강한 절박함으로, 미술관의 시간은 그렇게 완성된다.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사라지는 뉴요커들처럼 그림과 나는 매번 마지막으로 만난다. 그러나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그때 제대로 만났던 사람, 그때 제대로 만났던 미술들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재회한다.” 이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우울, 고독, 외로움 등등 부정적인 감정들도 많은데, 작가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도 자신의 특유의(혹은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잘 흘려보낸다.
마지막 챕터인 ‘뒷걸음질도 춤으로 보였다.’ 파트는 이 <우정 도둑>의 클라이맥스다.
작가가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그 모든 비틀거림과 뒷걸음질도 춤으로 보인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건 세상과의 연결이 그 비틀거림과 뒷걸음질을 통해서도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연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개인과 개인과의 연결이 나아가 세상과 나와의 연결이 돼서 그 작은 연결들이 우정들이 돼서 아주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모두가 조금씩 연결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2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3 댓글 15
파워문화리뷰 [에세이] 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두* | 2023.06.02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우정에 도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라도 털릴까 싶어 더 궁금해졌을지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친다는, 그것이 우정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소름이;
리뷰제목


 

 

우정에 도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라도 털릴까 싶어 더 궁금해졌을지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친다는, 그것이 우정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40년 지기 친구들이 떠오르고 살짝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어쩌면 우린 서로의 마음을 훔친 우정 도둑이었을지도.

 

작가는 그의 일상과 시간과 공간과 사람 사이를 저공 비행하듯 넘나들며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낮게 나는지 음소거 된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고 조용하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감이 느껴져 편안해진다.

 

담담한 문체 속에 눈에 박히는 구절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라든가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야' 찾은 삶일 텐데도, 그리고 쫄지 않는 태도에 대한 존경, 시집을 사는 건 정복할 수 없다는 찝찝함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 지식이 공감의 차원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책들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해는 공감보다 한 발짝 먼 마음, 불행을 경험한 자들은 저마다의 버튼을 가지고 있다, 같은. 에이 적기도 지친다.

 


142쪽, 버튼과 창문

 

나는 가끔 드라마를 보다가 가슴을 여지없이 뒤흔드는 대사를 만날 때는, 저 작가는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런 숨 막히는 글을 쓰는 거지? 라는 통탄의 부러움을 드러내곤 한다. 한데 이 책에서 그런 구절을 셀 수 없이 만난다. 기운 좀 빠진다. 난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만약, 쥐스킨트의 소설과 닮은 '그'가 그라면 그는 다시 명랑해지지 않았다. 그의 글은 가볍지 않고 웃음보단 무표정 혹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짓게 만드는 그런 깊은 글이라서 살짝 감당이 안 된다는 느낌도 있다.

 


142쪽, 우정

 

우정은 실로 그가 말한 것처럼, 좋은 면을 응원해 주는 미덕보다 부족한 면을 비난하지 않는 덕목이 우정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정은 서로 잘 참아 주는 일일지도 모르고. 이미 40년이나 친구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런 우정이 몽돌처럼 깎이고 깎여 둥글둥글 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분명 그는 도둑이다. 내 마음을 훔쳤다.

 


 

#우정도둑 #유지혜 #놀 #서평 #산문 #일상에세이 #추천에세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우정 도둑 - 유지혜 (놀.다산북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파***말 | 2023.06.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우정 도둑>의 앞 페이지는 너무나도 심플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뒷면은 다채로운 색상을 지니고 있었다. 과연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색은 어떤색일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책을 덮어버렸다. 이건 이렇게 마구잡이로 읽어서는 안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차근차근 잘근잘근 읽기 시작했다. 92년생의 젊은 작가임에도 어쩜 한 문장 한 문장;
리뷰제목

<우정 도둑>의 앞 페이지는

너무나도 심플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뒷면은 다채로운 색상을 지니고 있었다.

과연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색은 어떤색일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책을 덮어버렸다.

이건 이렇게 마구잡이로 읽어서는 안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차근차근 잘근잘근 읽기 시작했다.

92년생의 젊은 작가임에도

어쩜 한 문장 한 문장이 몽글거릴 수 있을까?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고,

다른 책들이 또한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작가의 삶을 조심히 열어보았다.

책에서의 느낌과 너무나도 다른 느낌에

처음엔 낯설었다.

그런데 곧 익숙해지고 말았다.

 

모든 첫 인연이 이렇게 시작되는것 아닐까?

낯섦과 두근거림과 반가움이 혼재되어있는.

 

작가만의 색채를 찾으려고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냥 푹 빠져서 책을 읽었고

읽는 내내 아까워서 죽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겪어본 경험이었다.

 

<우정 도둑>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버튼과 창문]의 문장이었다.

가족간의 아픈 기억들을 세세히 풀어두었지만

결국은 항상성으로 다시 모인다는 말.

 

가족만의 항상성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함께 살 수 없다. 그리고 추스르는 마음은 대체로 쑥쓰러우니까. 가족은 영원한 삐걱거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최초의 사랑이다. _ 148쪽

 

가족은 정말 그런 것 같다.

각자의 버튼을 눌리게 하는 언행들이 있겠지만

버튼이 눌려졌음에도 다시 돌아오게 하는 힘.

그리고 그냥 그렇게 식탁에 앉을 수 있는 힘.

 

가짜 무심함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_ 152쪽

 

과거가 이랬다. 현재는 이렇다. 여전히 싸운다.

라는 문장들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예술이 이런거구나 싶다.

 

<우정 도둑>

유지혜 작가의 팬이라면 누구에게나,

단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

아름다운 문장 속에 빠지고 싶은 분들

등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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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3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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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너무 기다렸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달라요.
5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5
y***********6 | 2023.05.17
구매 평점5점
진지한 핑크에 대한 사유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플래티넘 동*금 | 2023.05.25
평점5점
고유한 감성과 문장이 깊은 물처럼 흐른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유*병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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