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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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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94g | 130*200*20mm
ISBN13 9791197826115
ISBN10 119782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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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심어본 적이 있는 당신에게, 깨진 거울을 겁내는 우리에게 나는 오늘 화환처럼 무지개를 걸어주고 싶다. 산다는 게 다 그렇다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내느라 오늘도 모진 애를 쓰고 있으므로. 어린 날의 낙하는 크느라 그런 거라지만 오늘 우리는 끝내 추락하지 않기 위해, 기어이 생존자가 되기 위해 낚싯바늘 몇 개를 아래턱에 매달고도 숨을 쉬고 있지 않은가.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중에서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도움을 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림자 노동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이름을 가지지 못한 것들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프게 상기해야 한다. 내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에 타인의 이름을 지우지 않는 일도 포함됨을 알아야 한다.
---「조명의 책무에 대하여」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이 나도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뭔가를 기록한다. 그것은 내 다짐일 때도 있고 비루한 마음의 고백일 때도 있다. 너의 이름일 때도 있고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당신의 얼굴일 때도 있다. 로런스가 말한 ‘잠수’가 내겐 글쓰기가 될 터인데,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를 찾아 뛰어든 그곳에서 내 손으로 힘겹게 건져낸 보물이 결국 나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얼굴이길 바란다.
---「내 손이 당신의 얼굴을 건져내길」중에서

수모의 공동체는 공통 기억으로 굴러간다. 그곳은 여성이라는 이름의 방언을 사용한다. 그 언어를 체득하고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는 것은 기꺼이 미움과 불화를 각오하고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말과 같다.
---「수모의 공동체는 어떤 방언을 쓰는가」중에서

이름은 식별과 호명의 기본 수단이지만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건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선 정확한 명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왜곡과 혐오를 목적으로 하는 멸칭은 이름이 될 수 없다. 첫 이름이 정확하다면 이제 별명의 차례다. 정확함이 이름 붙이기의 기본이라면 이름 바꾸기의 전제는 애정이다. 오직 애정으로 붙이고 또 붙인 이름만이 길어질 수 있고, 우리는 마음을 다해 긴 이름을 부르는 수고로움을 자처할 것이다.
---「이름에게」중에서

정전은 다시 쓰여야 한다. 내겐 당장 어머니와 딸이라는 책이 필요하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는, 조력자와 서당 개 역할만 주어진 채 그들만의 서당을 얼쩡거렸던 우리만의 서사가 필요하다. 죄책감을 먹고 자란 서당개의 날카로운 송곳니로 고루한 책들을 실컷 물어뜯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그리고 새롭게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고 싶다. (중략) 존재하지 않는 책을 발견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기어이 쓰는 일밖에 없다.
---「어머니 내게 송곳니를 심어주었네」중에서

어쩌자고 이 여성들은 삶을 불태워가면서까지 문학에 닿기 위해 노를 저었을까? 여성이라는 신분, 병자라는 처지, 사랑조차 족쇄가 되었던 시대를 살아갔던 이 여성들이 유일하게 자유로웠을 때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면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고통을 피우다」중에서

글을 쓰는 여자는 모두 생존자라고 했던가. 이 문장을 조금 고쳐 말하고 싶다.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생존자다. 그러므로 고통과 기쁨이 범벅이 된 모성의 양가성을, ‘생명을 젖으로 빨아대는’ 엄마 됨의 분투기를 증언할 때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쓰는 사람이다.
---「엄마가 된 여자는 모두 쓰는 사람이다」중에서

처음 두 사람이 맞잡았던 손이 세 사람, 네 사람의 손으로 확장되며 함께 이룬 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그 원 안에 품을 수 있는 돌봄 대상의 수 역시 함께 커지는 것이야말로 순환하는 돌봄의 본질적 효과가 아닐까.
---「순환하는 돌봄에 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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