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4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310g | 152*210*20mm |
ISBN13 | 9788936456894 |
ISBN10 | 893645689X |
발행일 | 2019년 0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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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310g | 152*210*20mm |
ISBN13 | 9788936456894 |
ISBN10 | 893645689X |
제누 301입니다 |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 대체 누구를 소개받은 건데? | ID 카드의 넘버 |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 너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같지? |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 그 소문 들었어? | 기다릴게, 친구 | Parents’ Children |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작가의 말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부담감,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혼인을 늦게 하거나 아예 혼인을 하지 않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앞으로도 출산율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국가 소멸을 걱정할 수준이라 한다.
중학생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고 있기에 책상에 갖다 놓았다가 읽게 된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에서는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가 맞이할 수도 있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가는 어느 미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아무 소용이 없게되자 정부에서는 부모가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을 때 정부에서 그 아이를 키우는 대책을 세우게 된다.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을 양육하는 NC센터가 세워졌고, 아이들은 13살이 되면 부모를 직접 면접하고 점수를 매겨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단 20살까지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면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홀로 사회에 나가야한다.
주인공 제누는 NC센터에서 자란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17살 소년이다. 4년 동안 페인트를 치렀지만 아직 부모를 선택하지 못 했다. 여기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아이들의 은어이다.
소설에서는 제누와 한 방을 사용하며 13살이 되어 첫 페인트를 치르는 밝고 사랑스런 아키, 껄렁하지만 페인트를 통해 부모를 만났으나 다시 센터로 되돌아온 상처를 가진 노아, 그리고 NC센터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며 부모 면접을 돕는 센터장 박과 그와 함께 일하는 여성 가디언 최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소설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부분이다. NC센터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가 아닌 어느정도 성숙해 자기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13살부터 페인트를 통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망하는 부모상을 그리며 페인트를 치르는데, 아이를 진심으로 원한다기보다는 아이를 입양하면 정부로부터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페인트를 하러 오는 예비부모를 직접 면접하고 가차없이 낮은 점수를 매긴다.
제누는 페인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젊은 예비 부모와 페인트를 한다. 가디언인 최는 13살 때부터 4년 동안 페인트를 치뤘고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제누이기에 정신없고 준비가 안 된 젊은 예비 부모를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제누는 다음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한다. 센터장 박과 가디언 최는 반대를 하지만 제누는 페인트 과정을 이어나간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 111 ~ 112쪽
제누에게는 아이에게 선택받기 위해 자신의 치부는 감춘 체 멋지게 꾸미고 가장된 표현을 하는 예비 부모들보다는 정신없고 준비가 안 되었지만 솔직하고 진심이었던 젊은 부모에게 끌렸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다. 아마도 가부장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하고 때로는 작은 실수를 하는 아빠를 아이들이 신뢰를 하는 것 같다. 가끔 화를 내도 안 무서워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긴하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모가 아기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자기 아기에 대해서 엄청난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는 잘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환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학년이 올라가고, 몸이 자랄수록 부모들의 바람은 더 소박해지겠지, 그저 다른 아이들만큼만 하기를, 그저 건강하기를, 그저 평범하기를...
- 183 ~ 184쪽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몇 점짜리 부모인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기를 바랬는데, 중학생이 된 딸에게 큰 기대를 하며 공부하라고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지... 어차피 자신들이 선택한 색깔로 칠하는 미래인데, 소설 속 부모 면접을 조력하는 가디언처럼 아이들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
소설은 제누가 젊은 예비 부모와 페인트를 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과 함께 센터장인 박과 가디언 최의 숨겨진 사연이 서서히 밝혀지며 흥미를 더한다. 소설에서는 홀로그램과 헬퍼 로봇 등 미래에 만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엿볼 수 있는데 책을 읽을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페인트>는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과연 제누는 젊은 부모를 선택해서 꿈꾸던 가족의 모습을 이룰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직접 부모를 선택한다는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좋은 부모란, 나아가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독서였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부디 다가올 미래에는 소설처럼 NC센터에서 페인트를 통해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인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이라는 영문 표현의 줄임말이다. 부모가 되기 위해 대상이 되는 아이들과 면접을 하고,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가상의 상황이 작품 속에서 펼쳐진다.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 작가는 그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제는 까마득하여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내가 부모님들에게 했던 갖가지 상념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고, 아들의 입장에서 나의 ‘부모 노릇’을 진지하게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어느 잡지에서 읽었던, “결핍이 축복이다!”라는 조한혜정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학교밖 아이들과의 생활을 통해서, 늘 결핍을 느끼던 그들이 그것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에 비해 부모들의 온전한 ‘보호’ 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결핍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원하는 모든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아닐테니까.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부모가 포기한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육하는 가상의 시스템이 작품에 설정된 상황이다. 이른바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이 생활하는 곳을 ‘NC 센터’라 부르고, 14살 이상의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면접을 보아야 한다는 내용. 그곳에서 센터를 이끌어가는 ‘가디언(가디)’들과 태어난 달의 명칭에 따라 이름이 부여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같은 달에 태어난 아이들은 동일한 이름 뒤의 숫자로 표기되는 현실. 운이 좋아 부모 면접을 통과해서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의 이곳에서의 생활은 삭제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생활하게 된다고 한다.
1월에 센터에 들어온 301번째 아이라는 의미의 ‘제누301’이라고 불리는 17살의 아이, 그리고 10월에 센터에 들어와 한 방을 쓰는 14살의 ‘아키505’와 성으로만 불리는 그들을 보살피는 ‘가디’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리고 이미 한번 부모를 선택했다가 포기하고 다시 센터로 돌아온, 제누와 같은 나이의 ‘노아 208’이 부모를 만나기 위한 ‘페인트’를 진행하면서 엮어지는 다양한 사연들이 펼쳐진다.누군가는 선택을 해서 센터를 떠나기도 하지만, ‘제누301’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끝내 센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가디’들의 개인적인 사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온갖 잡일을 처리하는 로봇(헬퍼)들의 존재도 드러난다.
자세한 줄거리는 책을 읽는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부모 노릇’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마도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진정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자식들을 위해서일까? 혹시 부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식들에게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있을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일 때의 행동을 돌아보고 문득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귀기울여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 것 같다. 모름지기 부모의 처지에서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스스로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작품이라 하겠다.(차니)
1.
NC의 아이들은 부모 면접을 영어 발음이 비슷한 '페인트'라는 은어로 불렀다. NC의 아이들에게 '페인트 하러 간다'는 말은 부모 면접을 하러 간다는 의미였다.
- p.34
NC의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일반적인 보육원과는 다르다. 이들은 부모면접을 통해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다시 NC로 돌아와서 또 다른 부모를 찾아나선다. 그러니까 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인 걸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이들은 이미 부모에게서 버림받았으며, 그래서 그 버림받은 아픔을 부모를 선택해 감으로 채워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센터로 돌아온 아이들은 비단 노아만은 아니었다. 막상 부모를 선택했지만 예상 밖으로 권위적이거나, 무심하거나, 뭐가 됐든 마음이 심하게 불편하면 아이들은 주저 없이 돌아왔다. 열일곱살인 녀석들의 대부분이 한 번쯤 입양된 경험이 있거나 입양 직전까지 갔다 왔다. 작년에 열여섯 살인 어떤 녀석은 세 번쨰 부모를 따라갔다.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는 걸 보면 세 번째 부모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모양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모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면, 아니,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과연 바깥세상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
- p.39
2.
『페인트』는 짧다. 그래서, 내용을 일일이 다 적어놓으면 오히려 읽을 게 없어진다. 뭐, 나름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내용에 대해서는 페인트에 대한 의미를 쓰는 것으로 마친다. 대신!
"내가 엄마에게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이 필요했듯이……"
"……"
"엄마 역시 나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다는 걸 말이야."
- p.160
때로는 분리불안을 가진 엄마를 대하는 것은 힘겹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이의 분리불안도 치료받아야 하겠지만, 엄마의 분리불안은 절대적으로 치료가 되어야 아이도 엄마도 살 수 있다. 엄마도 독립이 필요하다! 그래, 어찌 보면 뻔한 내용 같지만, 실제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은 이 순간을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 언젠가 떠나야 하고, 언젠가 보내야 할 자식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내가 이거 어떻게 아냐고? 간접경험을 통해 얻는 공감은 무한으로 확장이 된다.
3.
"네가 할 수 없는 걸 그분들에게 강요하지 마. 나랑 아웅당웅하는 것처럼 그분들과도 마음 안 맞는일이 분명히 생길 거야. 그분들에게서 좋은 면만 찾지 마. 너도 좋은 면만 보여 주려고 하지 말고 그러지 않으면 그게 너와 그분들 모두를 힘들게 할 테니까."
- p.174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할 때는 분명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마음이 맞고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100프로 완전할 수는 없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NC의 아이들도 서서히 부모와 사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래, 그렇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게 진리다.
4.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세요?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셔야죠.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하셨잖아요.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 p.189
사실 그렇다. 부모는 아낌없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식 입장에서는 자기를 별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희생하려 하기보다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적절한 삶을 자식과 조화시킬 때 자식은 비로소 부모의 "희생"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부모가 희생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 희생을 강요하려 할 때, 자식은 그 희생에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게 되고, 그러다가 심해지면 내가 왜 그 희생 때문에 이렇게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냐 하면서 반발하기도 한다. 부모가 희생하려 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아이의 인생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란 직업은 어렵다. 뭐, 내가 부모가 아니니 이런 말도 자유롭게 지껄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뭐, 그 말은 맞다. 내가 부모였다면 이렇게 막 던지진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부모는 되지 못했지만, 자식으로 살아봤으니, 이 말이 틀렸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모든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자식을 위한 희생! 그거 하지 마세요! 자식을 위한 인생! 그거 살지 마세요! 자식을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식과 더불어, 자식과 함께, 부모인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자식의 삶을 존중하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그래야 자식도 진짜 행복할 수 있어요. 희생이란 이름으로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마세요.
자식이 진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을까. NC의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하듯이, NC의 아이들을 그들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거래의 지점에 "희생"이란 이름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들은 또다시 파양을 당하거나, 부모를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을지 모른다.
5.
당신의 가슴속에도 자리지 못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에게 한번 말을 걸어 보길 바란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진심으로 격려해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니까.
- p.201 "작가의 말"중에서
나도 아직까지 자라지 못하고 있는 나만의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의 온 정신을 괴롭히곤 한다. 그 아이가 머리를 지배하게 되면, 나는 온통 현실을 부정하고, 이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벗어날 필요가 없음에도, 벗어날 이유가 없음에도, 내 안의 아이는 그렇게 나를 괴롭히곤 한다. 이제 그런 나의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편안히 쉬고 있어. 언젠가 내 안의 그 아이가 잘 자라서 모든 걸 감싸안는 포근한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 아이에게 자꾸 말해줘야겠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정말로, 괜찮아.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자격으로 창비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