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9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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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200g | 120*180*12mm |
ISBN13 | 9791196295561 |
ISBN10 | 1196295565 |
발행일 | 2019년 09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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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200g | 120*180*12mm |
ISBN13 | 9791196295561 |
ISBN10 | 1196295565 |
여는 글 - 언니에게 1장 산 사람 양치기 소녀 게이를 봤어요 말로 목숨 대금 단골손님 당신이라는 존재 천 원짜리 인생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 찢긴 무지개다리 사라져줘 제발 강늡때기 2장 죽은 사람 절규 친절한 유서 나는 살 가치도 없다 1980년 2월 23일 사람이 죽는 때 나는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니다 3장 남은 사람 그들이라는 파편 민들레 인생 늙지 못한 아이들 경찰 로또 비겁함을 배운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안녕 언젠가 맺는 글 - 목소리는 이어져야 하고 |
어느 경찰관의 신고(辛苦/申告)
<경찰관속으로>를 읽고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종종 순찰차(에 탄 경찰관)를 만난다. 이때 우리 두 사람의 시선에서 확연한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 그림책 속 정의를 지키는 경찰차의 늠름하고 멋진 자태에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연신 탄성을 지르는 아이의 옆에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괜스레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 경찰은 가깝고도 먼 당신이기에 '그 곁으로' 스쳐 지나간 게 전부였다. 최근 현직 경찰인 원도(필명) 작가가 쓴 <아무튼, 언니>를 읽자마자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인 <경찰관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파출소 문을 열듯 앞표지를 넘기면 <경찰관속으로>라는 책제목이 "경찰, 관 속으로"라고 쓰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가 독자에게 제3의 관찰자 시점을 부여하는 의미라면, 후자는 '관(棺)'에 비유할 만큼 경찰(혹은 저자) 스스로가 직접 보고 느낀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경찰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사회의 공공질서와 안녕을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찰을 이렇게 정의하며 이상과 실제 사이의 좁지 않은 간극을 보여준다.
어제 사람이 죽어서 인구가 한 명 줄어버린 관내를 오늘 아무렇지 않게 순찰해야 하는 직업,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떨어져나온 탓에 그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 그게 경찰관이더라.(12쪽)
파출소는 주야간으로 교대 근무를 하는 경찰의 일터이자 스물네 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원인을 마주하는 곳이다. 경찰이 되기 전까지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지금껏 112에 신고를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이를테면, '전봇대에 앉아있는 새가 너무 큰데 홍학인지 뭔지 모르겠으니 확인을 해달라거나, 다짜고짜 차가 너무 밀린다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서 추워죽겠다든가, 자주 가는 술집이 문을 안 열었는데 사장을 좀 불러달라(26~27쪽)'는 식의 별의별 신고 내용을 보면서 설마설마하다가 이러한 민원들을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 잠시 고민이 되기도 했다.
특히 다양한 민원인 가운데 술에 취한 상태의 사람을 가르켜 점잖은 말(혹은 행정용어)로 '주취자(酒醉者)'라 부른다는 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밤중에 택시기사와 벌이는 소소한 시비에서부터 상습적이거나 악의적인 행위까지 파출소는 한시도 평화로울 틈이 없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계속 읽다보니 어쩌면 주취자는 밤에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사람(을 '주취자(晝醉者)'라 부르면 어떨까)도 아닌데 민원인이 파출소에 나타나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생떼를 쓰며 무자비한 말을 내던져도 '세금을 먹고 사는' 경찰은 아파도 내색할 수 없는 직장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득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사람들은 경찰이 지팡이로 마법을 부린듯이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주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경찰도 무수한 직업 부류 중 하나이고, 그들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직의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만일 마법의 효력이 신통치 않더라도 지팡이를 집어던지거나 부러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절실한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그 지팡이가 온전히 가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체감 경기를 알고 싶으면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말처럼 사회 구성원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알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정도로 우리는 사회의 명과 암을 생생히 지켜보는 입장이거든.(120쪽)
<경찰관속으로>를 쓰면서 저자는 경찰관 개인의 위법 행위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는 요즘 시기에 책속 이야기들이 오히려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책의 부제를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라고 달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경찰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잘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즉 경찰 동기 언니들에게 부치는 서간체 형식의 글을 빌어 독자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파출소 안에서 일하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힐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경찰과 민원인의 사연을 읽는 내내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아무튼, 언니>에서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과는 사뭇 다른, 시종일관 불편한 진실 앞에서 착잡하고 때때로 고통스럽기까지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날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목격하고 듣고 기록한 업무일지와도 같은 글들이 우리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가려진(어쩌면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 이를테면 죄를 짓고도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 사회적 타살로 읽히는 자살한 시민과 경찰들, 가정폭력 사건 속에 남겨진 아이들과 결혼이주여성 등에 관한 여러 문제들에 새삼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자와 경찰관들이 개인과 사회를 위한 정의와 진실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길 응원하며,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를 읽고 어느 한 언니가 보낸 답장을 대신 전하고 싶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저자에게 그렇다고 해서 선택한 것들만 기억하지는 말자고 말하고 싶다. 비합리적인 제도와 한정된 예산은 공무원들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어떤 것만을 선택해 기억한다면, 혹은 무엇도 남기지 않고 텅하니 비워놓는다면 우리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기록한 이 글처럼, 우리 스스로 택한 이 公의 세계에 실금이라도 내기 위해서 우리 지치지 말고 생생히 감각하자고, 썩은 어금니 밀어내듯 계속 흔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네, 면서기입니다(이우주 지음)》, 「면서기가 경찰관에게」 中
이상한 책을 읽었다. 읽고 있으면 숨이 막히고 읽고 나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 책. 원도의 『경찰관속으로』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다.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정이란 어떤 것일까. 직접 마주할 일이 없으니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에는 독서가 딱이었다. 청소부, 사서, 편집자, 경비 노동자인 그들이 쓴 책을 읽으며 불공평함과 서글픔을 마주해야 했다.
물론 직업의 긍지도 찾을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일상을 공유 받으며 힘을 내곤 했다. 『경찰관속으로』는 다르다. 책을 쓰는 시점에서 경찰관으로 부임한지 3년째인 원도 작가의 일상은 팍팍함 그 자체였다. 익명으로 글을 썼고 왜 그래야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경찰관의 하루하루는 힘겨웠다. 매일 같이 폭력과 죽음의 순간을 눈으로 봐야 했다.
작가 후기에서도 밝히지만 『경찰관속으로』는 우울한 회색빛의 색채를 띤다.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는 찾아볼 수 없다. 야간 근무 때 경찰차에서 나와 스트레칭을 했다는 이유로 세금 도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정 폭력 현장에 출동하며 마주한 어린아이들의 당혹스러운 눈빛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주취자가 내뱉은 욕설과 침. 파출소에 찾아와 커피를 달라고 하고 200장이 넘는 종이를 가져와 복사해 달라고도 하는 사람들.
『경찰관속으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각 산 사람, 죽은 사람, 남은 사람으로 구분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핵진상들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세상에나 아직도 저런 인간들이 있단 말이야 하고 놀랐다면 당신은 안온한 세상에서 살고 있거나 그런 척하는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헤어진 연인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사람. 여자친구의 외도를 의심해 그가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죽여 껍질을 벗긴 사람. 남자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사람.
경찰관의 눈으로 지켜본 세상의 모습은 어둡고 서글펐다. 경찰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공부 의욕이 꺾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경찰관속으로』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는다. 원도와 함께 경찰관 시험을 준비했던 원매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 희망이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밝음을 볼 수 있다는 건 사람의 능력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먹먹했다.
책을 읽는 조용한 행위로나마 내가 가진 세상을 향한 편견의 시선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향했으면 한다.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놓지 않으면서 왕복 열 시간이 넘는 길을 글쓰기를 향한 집념으로 달려갔던 한 사람은 원도가 될 수 있었다. 괴물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함부로 희망을 말하지 않는 책, 『경찰관속으로』. 세상은 따뜻하고 인정이 넘친다고 말하지 않는 책, 『경찰관속으로』. 소심하고 나약한 이들이 쓰러지지 않고 살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의 부탁으로만 『경찰관속으로』는 쓰였다.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떠나서 3년차 직업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일들을 다루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또한 3년차 사회복지사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더 힘이 실립니다. 경찰관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범인(凡人)으로서의 사람들의 모습,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경찰들의 모습이 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요.
특히 경찰관으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나, 제가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는데, 나중에는 사람때문에 가장 지치더군요. 경찰관으로서 가해자와 민원인, 피해자를 대한다면 사회복지사로서는 클라이언트들을 주로 대하게 되지요.
저 또한 사회 초년생일 때는 야근 중에 민원 전화만 받고도 서럽게 한참을 울었었습니다. 명절 쌀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은 도시락 배달이 다른 집에 잘못 배달되었다는 이유로 당장에 복지관으로 쳐들어와서 제 멱살을 잡거나, 불을 지를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복지사가 자신을 무시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턱을 부셔버리겠다며 씩씩거리며 복지관에 찾아와서는 옷을 다 벗어제끼고 자기 몸에 있는 문신을 뽐내기도(?) 하였죠. 경찰관이 세금을 봉으로 받는 직업이라고 민원인들의 욕을 먹는 것에 대해 대중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면, 사회복지사는 종종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네같은 직업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합리화된(?) 민원을 듣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무슨 일이든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이 내면 깊숙하게 가지고 있는 감정과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괜스레 상황보다 사람이 우선 미워지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생각되었죠. 그저 다 제 마음이 못나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이 책은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 서간체 형식으로 솔직한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솔직한 글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구나' 하며 위안이 되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경찰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이 벗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동안 경찰이라 하면,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경찰관이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찰과 같이 자극적인 소재로 쓰인 몇몇의 경찰을 우선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경찰,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지킴이로서의 경찰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어낸 책이었지만, 글을 한 자 한 자 읽을 때마다 편견이 한 겹 벗겨지고, 새로운 생각이 한 겹 덧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서간체 에세이라서 더 잘 읽혀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혹은 독태기가 오더라도 잘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추천드려요.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저장공간이 부족하여 동영상을 찍을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그때 알았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힘이 없다는 걸. 때때로 과거를 정리해주어야 앞으로 채워나갈 현재도 더 많아진다는 걸. 그 생각으로 이 책은 시작되었다. 나의 과거를 책이라는 것에 맡겨놓고, 앞으로의 발걸음을 조금 더 힘차게 내딛기 위해서.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