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11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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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290g | 128*197*15mm |
ISBN13 | 9788983927620 |
ISBN10 | 8983927623 |
발행일 | 2019년 11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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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290g | 128*197*15mm |
ISBN13 | 9788983927620 |
ISBN10 | 8983927623 |
20년 전의 추억을 다시 꺼낸다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며, 때로는 군데군데 빈곳을 채우지 못해 그대로 방치해 버리기 일쑤인 탓이다. 심지어 왜곡되고 윤색되다 못해 '거짓'을 진실인냥 새로 채워넣기도 한다. 없던 사실마저 있었던...아니, 있었음직한 '허구'적 사실로 변질되곤 하니..애초부터 꺼내지 아니하는 것보다 못한 일이 태반일게다. 허나 '오래전 책'을 다시 꺼내드는 일만큼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심지어 옛 기억과는 사뭇 달라도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다르면 다를수록 '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니 매우 유익한 일이기도 하다. 그 오래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마침맞게 '새 뒤침(번역)'이 나왔으니 더할나위 없겠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가난한 미혼모였던 롤링 작가를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소설임과 동시에 '판타지 소설'의 교과서가 되어 버렸다. 마침 <해리포터>가 유행하던 시절에 '논술교사' 자격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아주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해리포터> 이전에 '판타지의 교과서'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었더랬다. 물론, 아동문학에서 다루는 '판타지 소설'의 계보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판타지 장르'의 개척자는 분명 톨킨이었다.
하지만 톨킨의 판타지는 어린이들이 '접근'하기에 쉬운 장르는 아니었다. 너무 많은 종족이 등장하고, 너무 방대한 서사를 품고 있었으며,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 난해한 '세계관'을 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시대상도 너무나 옛날이었다.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등장하는 <원탁의 기사> 풍의 '성배 이야기'가 주된 모티브이면서, 온갖 몬스터급의 괴물종족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중세보다 훨씬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스도교적인 세계관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라야 '오크', '난쟁이(드워프)', 그리고 '엘프' 등과 같은 종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 시대에는 온몸에 갑옷을 두르고 말을 타는 '기사'는 없었다. 그래서 톨킨의 세계관은 '어른의 영역'이었다.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그 속에서 묘한 호기심과 동경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경험을 거친 닳고 닳은(?) 어른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 까닭에 <해리포터>의 등장은 어린이들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일단 시대상이 '현대물'로 친근했고,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이 어린이 독자들과 '같은 또래'였다는 것이 가장 잘 먹혀들어갔다. 그런데도 어딘선가 들었을 법한 '익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법사와 마녀들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갔으니 당시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이 대폭발했던 것이다.
이렇게 인기를 거듭거듭 급상승하게 되자 '판타지 교과서'라는 그럴 듯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판타지 세계'를 그린 작품의 완성도는 [현실세계-판타지세계-다시 현실세계]로 되돌아오는 '완성형 구성'으로 짜여져야 하는데 <해리포터>가 딱 그렇다는 얘기다. 거기다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이어주는 분명한 통로가 등장해야 한다는데, <해피포터>에서는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라는 명확한 통로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영국의 낡은 기차역인 '킹스 크로스'역은 <해리포터> 덕분에 인기 관광명소가 될 정도였단다. 뭐, 직접 가본 적은 없기 때문에 '팩트체크'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암튼, 이렇게 인기를 끌던 소설이었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조금 시들한 모양이다. 심지어 <해리포터>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 격세지감이라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서론은 이쯤하고, <해리포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1권에 해당하는 <마법사의 돌>은 뒤에 이어질 7권까지의 내용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마법사의 돌>을 철저히 분석하면 술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편으로 나뉘어진 <마법사의 돌> 가운데 1편인 이 책은 외롭고 불쌍한 해리 포터가 자신도 모르는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머글(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현실세계와 마법사(위저드)와 마녀(위치)들이 사는 마법세계가 존재한다는 환상적인 세계관을 펼쳐 멋드러지게 작가는 그려냈다. 이렇게 광대하게 펼쳐낸 세계관 속에 '외롭고 불쌍한 줄' 알았던 해리 포터가 실상은 '인기절정의 유명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극적인 탄생 배경'과 묘한 어우러짐을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나중 일이지만 현실과 마법세계, 모두를 구해낸 영웅이 고작 '열한 살의 어린이'라는 사실에 어린이 독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다분히 평이한 '세계관'으로 전세계 어린이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게 된 비결은 과연 이뿐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해리포터>에는 현실에서 곧잘 마주하게 되는 '차별'이라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존재'의 등장이다. 모두가 알면서도 차마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종종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한 '차별문제' 말이다. 다름 아닌 <순종 vs 잡종>이 이 책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문제다. 다시 말해, 순수한 혈통이 우월하다는 저변의식 때문에 마법세계를 뒤흔드는 대사건이 벌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잡종에 해당하는 '혼혈'과 '머글(마법을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은 사라져줘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살육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장본인이 바로 '볼드모트'였으며, 그런 '악의 화신'과도 같은 이를 따르는 '순수한 혈통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부릴 줄 모르는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죽음을 선물했던 것이다.
허나 '마법의 실력'과 '순수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탓에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을 제압한 마법사와 마녀들이 있었으니 호그와트 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 출신의 '선한 의지'를 갖춘 정의의 사도들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호그와트의 교장을 지내고 있는 알버스 덤블도어다. 덤블도어는 볼드모트 패거리들과 대등하게 싸우며 '악의 무리들'을 무찌르고 있었는데, 볼드모트가 해리포터의 부모를 죽이고, 어린 아기였던 포터까지 악랄한 저주 주문으로 죽이려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죽고 말자.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하나둘 모습을 감추고, 기회를 봐서 변절하고 배신을 하는 등 '정의의 사도' 측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말았다. 그 덕분에 '마법세계'는 평화를 되찾았고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암튼, 그런 비밀을 간직한 채 포터는 더즐리 이모부의 집에서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열한 살 생일 즈음에 해리포터에게 '편지'가 배달 된다. 처음엔 한 통이었지만 나중엔 셀 수 없이 많던 바로 '그 편지' 말이다. 그 편지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을 허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그로 인해 해리 포터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마법사'로 말이다. 물론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마법사'지만 말이다.
이쯤해서 호그와트 학교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이 학교는 마법사와 마녀들을 가르치는 유서 깊은 학교로 '네 개의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기거하며 여러 마법을 배우는 곳이다. 기숙사는 각각 용감한 그리핀도르, 선량한 후플푸프, 정의로운 레번클로, 그리고 지혜로운 슬리데린으로 나뉘어 있다. 어느 기숙사에서 배우든지 훌륭한 마법사가 되는 것에는 분명하지만, 호그와트 학교 내에서는 기숙사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배움의 장'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해리 포터를 비롯해서 수많은 학생들이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며 훌륭한 마법사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기숙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순종과 잡종'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학생들 간의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심지어 교수들조차 그런 편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는 '그 사람(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더욱 심화되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볼드모트가 머물며 마법을 익혔던 '슬리데린'은 여전히 '순수한 혈통의 마법사'만이 마법을 배워야 한다며 해리 포터 일행을 괴롭히고 곤란하게 만들곤 한다.
분명, 마법 실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왜 이런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끝끝내 전쟁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것일까? 이는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도 쉽사리 연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어린 독자들까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바로 '우월의식'이 저변에 깔리게 되면 좀처럼 고칠 수 없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순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박탈 당해 마땅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쉬움과 동시에 절대로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 또한 쉽게 떠오르게 만든다. 허나, 그러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서 문제다.
왜냐면 '순수'가 어느 정도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쉽게 혹하는 속성을 악용해서 '미움'을 차별하고, 나아가 '제거'하기까지 하려들게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움받는 존재'가 아름다움과 맞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테면, 잘 생긴 애가 못 생긴 애를 아무 이유도 없이 때렸는데, 못 생긴 애는 맞아서 울고 잘 생긴 애도 덩달아 따라서 울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심지어 잘 생긴 애가 울면서 자신이 맞았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못 생긴 애가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하려해도 좀처럼 믿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런데 해리 포터가 당당히 '못 생긴 애(혼혈)'의 편을 들어주려 한다. 마법세계의 인기절정의 꼬마법사가 '잘 생긴 애(순수한 혈통)'들과는 반대의 편에 서서 마법세계의 문제점을 바로 잡으려 한단다. 이야기가 점점 재밌어지지 않겠는가? 다음 편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