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1999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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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35g | 148*210*20mm |
ISBN13 | 9788987721217 |
ISBN10 | 8987721213 |
발행일 | 1999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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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35g | 148*210*20mm |
ISBN13 | 9788987721217 |
ISBN10 | 8987721213 |
1.작가의 말 2.자전거 도둑 3.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4.시인의 꿈 5.옥상의 민들레꽃 6.할머니는 우리 편 7.마지막 임금님 8.작품 해설 |
소설가 박완서의 동화 모음집으로,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애초에 ‘어른을 위한 동화집’을 표방한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뽑아낸 것이며, 작가는 이 작품들을 ‘자발적으로 내가 쓰고 싶어서 쓴 미발표 원고’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어린 독자가 읽어야 할 작품을 뽑아’ 새롭게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가장 앞에 실린 <자전거 도둑>은 표제작이면서,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세운상가의 점원으로 일하는 16살의 수남이 등장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주인 영감을 비롯한 주변 상인들의 성격이 분명하게 대비되어 있다. 1970년대로 추정되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는 물론 빈부 격차가 점점 심화되던 시기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수남이처럼 어린 나이에도 돈을 벌고자 서울로 향했고, 삭막한 도시에서는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운 이들의 논리가 관철되기도 했다.
주인 영감의 심부름으로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었지만, 거센 바람에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자동차에 부딪히면서 운전자가 수리비를 요구하며 수남의 자전거에 열쇠를 채웠다. 이에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를 들고서 도망치는 모습을 제목에서 ‘자전거 도둑’으로 표현했고, 이는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도시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결국 그러한 도시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수남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작품은 종결된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라는 작품은 시골 학교에서 닭을 키워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시인의 꿈>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둔 낡은 자동차에서 사는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문학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함께 수록된 <옥상의 민들레꽃>과 <할머니는 우리 편> 그리고 <마지막 임금님> 등의 작품들 역시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품들이라고 여겨진다. 책의 뒷부분에는 아동문학 평론가인 박덕규의 ‘작품 해설’이 수록되어 있어,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의 의미를 나름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동화를 쓰게 된 동기를 ‘197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와 관련’이 있으며, ‘소설로는 못 풀어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의 초기작인 단편소설에는 도시 생활의 명암을 드러낸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는데, 개인적으로 <닮은 방들>이라는 작품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던 시절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저자는 동화를 수록한 이 작품집을 통하여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삶의 경륜과 가슴에 박힌 못을 해학으로 단순화시켜 손자들에게 들려주듯이’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겠다.(차니)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오래된 동화책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합니다. 이 동화책은 의도적입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려 하지요. 도둑질은 나쁜 것이다. 자기의 처지에 긍지를 가져라. 작은 것을 소중히 여겨라 등등 한 편 한 편마다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주제를 갖고 있는 교훈적인 책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동화가 쓰인지는 40년 전인 79년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화의 시대적 배경은 6,70년대입니다. 6편의 동화 중에서 여러 편이 초, 중등 교과서에 나와있습니다. 지금도 이 책을 찾는 독자가 꾸준히 있고 저도 서너 번은 읽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표제작인 <자전거 도둑>과 <옥상의 민들레꽃>입니다. 여러 곳에서 워낙 많이 인용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의 꿈>을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에는 왜 이 내용을 마음에 담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에는 이 내용을 담을 그릇이 저한테는 없었나 봅니다.
먼 미래가 공간적 배경입니다. 깨끗하고 튼튼한 아파트 단지 옆에 낡은 자동차 모양의 허름한 집이 등장합니다. 마치 아주 예전의 무허가 판잣집 같습니다. 시민들은 이 놀라운 사건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법으로 없앨 수 있는 규정이 없어서 그냥 둡니다. 무엇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노인이어서 안심을 합니다. 노인은 곧 죽는 존재니까요. 이 말끔한 도시는 곤충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잘 살 수 있는 일에 쓸모가 있는 것만 남겨두어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이 노인에게 무관심할 때쯤 한 소년이 노인의 집을 방문합니다. 소년은 노인이 예전에 시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도시는 시인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시인들에게 기술자가 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기술자로 살던 노인은 은퇴한 후에야 다시 시를 쓰기 위해 이 도시로 온 것입니다.
소년이 묻고 노인이 대답하는 이 이야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시가 꼭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세계만 추구하는 이 도시 사람들에게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것이 시인의 꿈입니다. 사람들은 이분법을 적용해서 내 편이 아니면 적, 쓸모있는 것 아니면 쓰레기라고 여깁니다. 노 시인은 소년에게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람의 잣대로 자연을 마음대로 훼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의 몫이라는 걸 말합니다.
노 시인은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배려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 뿐입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했다지요. 이것은 부처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존귀한 존재인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각각 다른 곳을 보면서 서로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꿈꾸는 시인의 말을 들으니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문명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그 너머에 있는 세상을 찾아주려는 시인의 꿈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시인의 꿈>에 몰입했지만 다음번에는 다른 이야기에 마음을 뺏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고, 좋은 삶을 사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 동화책이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