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1999년 09월 11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418g | 177*228*20mm |
ISBN13 | 9788952783509 |
ISBN10 | 8952783506 |
발행일 | 1999년 09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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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418g | 177*228*20mm |
ISBN13 | 9788952783509 |
ISBN10 | 8952783506 |
세상으로 나와 밝은 햇살과 인사하고 초록 나뭇잎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던 호랑 애벌레.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나날을 지내던 호랑 애벌레는 자신의 삶에 무.언.가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
그저 먹고 자라기만 하는 건 따분해."
그러던 어느 날 애벌레들이 무리 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대열에 합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애벌레들로 이루어진, 하늘로 향한 거대한 기둥을 발견한다.
“그래, 내가 찾으려는 것이 어쩌면 저곳에 있을지도 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거대한 애벌레 기둥, 그 위에는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
“그건 아무도 몰라. 하지만 모두 저기에 가려고 서두르는 걸 보면 아주 멋진 곳인가 봐. 나도 빨리 가 봐야겠어! 잘 가.”
그렇게 애벌레 기둥에 오르기 시작한 호랑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을 밀쳐내며, 처음에는 그런 상황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당연하다는 듯 한없이 한없이 위로,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른 애들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가 가는 곳은 틀림없이 멋진 곳일 거야.”
무수히 많은 애벌레들을 지나며 기둥을 오르던 중 무리에 섞여 있는 노랑 애벌레와 이야기를 나눈 호랑 애벌레는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얼마 후 다시 만난 노랑 애벌레를 밟고 오르다가 문득 깨닫는다.
“저 위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올라갈 가치는 없어.”
그 둘은 그렇게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애벌레 기둥을 탈출해 둘 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지만, 애벌레 기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호랑 애벌레는 결국 다시 기둥을 오르기 시작한다. 마치 그 곳에 다다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갈증을 느끼는 것 처럼.
애벌레들의 이야기이지만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에도 얼마나 많은 기둥들이 있는가? 그리고 그 기둥에 오르기 위해,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각만으로, 이유도 모른 채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달리고 있는가? 삶의 목적을 구하는 것이 쓸모 없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알에서 나와 몸집을 키워가던 호랑 애벌레가 먹고 자라는 것 이외에도 다른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찾기 시작할 때는 나 역시 응원을 보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목적을 잃은 열심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이 만든 환상을 이루기 위해 오르는 그 기둥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내 머릿속에서 질문들이 이어진다.
바로 그때, 꼭대기에서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자 또다른 목소리가 대꾸했습니다.
“조용히 해, 이 바보야! 밑에 있는 놈들이 다 듣겠어.
우린 지금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하는 곳에 와 있단 말야. 여기가 바로 거기야!“
아무것도 없는 그 곳, 그저 자신들이 만든 환상을 위해 만들어 버린 애벌레 기둥. 그리고 그 환상을 지키기 위해, 아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꼭대기에 다다른 애벌레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책을 읽다가 다시 한번 흠칫한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일까
이야기는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호랑 애벌레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힘든 고치의 시간을 보내고 나비가 되는 노랑 애벌레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만난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렇게 만들어간 그 둘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마음을 다독여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내게는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둥을 오르는 애벌레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그 기둥의 실체가 너무 오래도록 남아서였을까, 책을 읽고 나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목적 없는 그 기둥을 오르려, 아니 열심히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적용하기
타인의 목적이 아닌, 나의 목적을 잊지 말자(적용기한 : 지속)
*여전히 나의 '목적'에 대해 계속해서 흔들린다는 것이 숙제이긴 하지만 그 흔들림의 폭이 좁아져 진짜 나의 '목적'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기억에 남는 문장
밝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발 밑에 깔리느냐......
호랑 애벌레는 밟고 올라섰습니다.
오로지 남을 딛고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이
실로 큰 도움이 되었고,
호랑 애벌레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내 속에 고치의 재료가 들어 있다면, 나비의 재료도 틀림없이 들어 있을 거야.”
“내가 꼭대기에 올라가 봤는데,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들은 올라가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호랑 애벌레의 말에는 귀를 기울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