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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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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20g | 140*210*19mm
ISBN13 9788954699211
ISBN10 8954699219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무도 우리를 몰랐고 그 누구도 수상한 세 노인을 바라보지 않았다.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레이스와 대프니가 내 손을 한 쪽씩 잡았고 우리는 자그마한 원을 이뤘다. 맞잡은 여러 색깔의 손이 꼭 베네통 광고 같았다.
--- p.22

여자들끼리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건 드문 일이었는데, 그때는 어렴풋이 느꼈고 지금은 분명히 깨달았다. 우리 같은 여자들에겐 차마 공유하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자칫하면 빠질 수도 있는 구덩이와 덫이 너무 많았다.
--- p.25

그는 ‘고운 아가씨’라고 말했고 우리는 털이 쭈뼛 섰다. 세상 일흔 살 전후의 여자들 가운데 아가씨라고 불리는 것에 성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사람을 얕잡아보는 악의적인 태도였고, 얼마나 우리의 신경을 긁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그가 멍청하다는 척도였다.
--- p.30

그는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왜 서로를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다. 특이한 일이고 남들은 이러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헨리와 너무나 오래도록 그렇게 살았기에 평범하게 느껴졌다. 비범한 일도 시간 앞에선 평범해지는 법이다.
--- p.37

이 문제를 모두 함께한다는 게 진정 도움이 되었다. 진부한 표현이 아니었다. 함께할수록 강해진다. (…) 나이도 많고 배짱도 많구나, 나는 생각했다. 나이와 배짱. 이상한 날에 하는 이상한 생각이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죽이기로 서약했다는 사실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예전에는 왜 이런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자못 이상했다. 주님은 아신다. 내 인생에는 죽이지 못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 p.167

“정말이야, 대프. 이건 어려운 일이야. 속상해하지 마.” 그레이스가 말했다. “아이들이 종종 말하는 것처럼, 나는 당신의 고통이 느껴져. 난 당신이 필요해. 당신이 강한 사람이란 걸 알아. 당신과 나는 생존자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알아챘어. 우리가 제정신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 무엇보다 이 근방에는 정상인 공급이 부족한 것 같은데.”
--- p.217

빨간색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회사로, 병원으로, 수영장으로, 대학교로 실어날랐다. 니나에게 불가능해 보였던 그 모든 평범한 일이었다. 그리고 남자들이 있었다. 니나는 모든 곳에서 남자들이, 마치 그 장소를 점령한 듯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망설임 없이 또 자신을 해치고 로니를 해치는 남자들. 가격만 맞으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는 남자들. 가격이 안 맞아도 어떻게든 해버리고 마는 남자들.
--- p.247

대프니는 정말 생각이 깊었다. 사실 두 사람 다 그랬다. 진정한 친구들이었다. 일을 쉽게 풀어가는, 논쟁하지 않는,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 대프니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위안이 되는 일을 해주었다.
--- p.291

그레이스는 메그의 양손을 붙잡았다. “이렇게 큰 일에 준비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당신이 지금 관둔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니나를 도울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있을 테니까. 언제나 방법은 있어. 당신이 괜찮은 만큼만 하는 게 중요해, 알겠어?”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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