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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리뷰 총점8.6 리뷰 20건 | 판매지수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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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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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96g | 148*217*18mm
ISBN13 9791160405248
ISBN10 116040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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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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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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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중심주의’는 존재한다. 2006년 베이징에 머물 당시, 한번은 내가 재직하던 다국적 회사의 사내 행사에 참석했다. 그때 미국에서 온 한 중국인 동료를 만났다. 그는 초면인 나에게 다짜고짜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인들은 왜 더 이상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거죠? 한국 전통문화에서 중국 문화를 몰아내려는 거 아닙니까?” 기습적인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홍콩인 동료가 나를 대신해서 답해 줬다. “한국도 경제가 발전하고 국력이 신장되면서 자기 전통문화를 더 중시하는 것이겠죠. 그들이 자기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한다면 누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 pp.12~13

2020년 한국 언론이 중국의 애국주의와 청년 인터넷 애국주의자인 ‘소분홍(小粉紅)’을 비판하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우선 국가와 시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정책과 이를 이용하는 ‘독재자 시진핑’을 비판할지언정, 시민들을 싸잡아 ‘중국’이라는 추상적 기호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 많은 관찰과 생각을 한 후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과연 국가와 시민을 온전히 분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 p.17

중국의 MZ세대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드라마 장르 중 하나는 역사 판타지와 타임 슬립(time slip)물이다. 그래서 어느 시대로 시간 여행하고 싶은지 물으면 송나라(宋朝)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공산당의 ‘위대한 중국’ 프로파간다에 열광하는 애국주의 청년들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이웃 나라 시민들 입장에서는 뜻밖의 발견이다.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무제나 고구려를 동북아 지도에서 지운 당태종의 시대가 아니라 문약(文弱)한 송이 그들의 로망이라고?
--- p.27

중국이나 일본처럼 비교적 단일한 민족 정체성을 가진 국민 국가에서도 이런 변경 지역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만일 제주도나 오키나와 같은 지역의 거의 완전한 자치를 인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중략)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냉혹한 국제 사회의 현실과 지정학적 이유를 들어 이런 질문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 질문의 초점은 단순히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당신은 과연 당신이 ‘우리의 일부’라고 믿는 어떤 그룹 사람들이 국민으로서의 소속감을 거부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아가 그들이 아예 새로운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고 국가로서의 독립을 주장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제주도를 대만, 부산을 홍콩에 비유하고 사람들에게 ‘만일 이들 지역에 대해 일본의 식민 종주국 지위나 그 영향력이 100년 넘게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대체 역사 소설을 한번 상상해 보라’고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다.
--- pp.49~50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냐고요? 저도 답이 없죠.” 경남 지역의 용접 노동자 출신 저자 천현우 씨의 《쇳밥일지》 북토크 행사를 우연히 유튜브로 접하고 청년 세대의 반중 감정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먹고사니즘’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중략) 수도권과 지방,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의 이중 경제 구조 속에서 후자에 속한 평범한 청년들에게 안전하고 안정된 삶과 미래가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은 이 기업들이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가망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중략) ‘가성비’ 좋은 노동력과 잘 정비된 생산 인프라를 좇아 끊임없이 유동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고, 세계 최대의 국내 시장도 상수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세계적 공업 대국 일본, 한국을 차례로 앞지른 중국 제조업의 이 ‘어마무시’한 실력의 문화적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 pp.84~86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네이션 스테이트(nation state)’와 ‘하나의 중국’이라는 도그마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는 것일까?(중략) 중국이 대만을 놓칠 수 없는 것은 민족의 통일 정서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남쪽 바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타협을 통해 미국의 개입을 제한하면서 대만의 정치적 독립 문제를 대만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당연히 이런 방침의 전환은 국제 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반대로 홍콩과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민족주의적 정서를 등에 업고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통합 정책을 사용하면 내부적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큰 상처를 남기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p.109

한국의 누리호 발사나 K-무기 개발에 관한 중국 뉴스들, 그리고 최신 한국 하드 SF 영화 등에 대한 중국 내 평을 살펴보면 유독 비꼬는 댓글이 많다. 바로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소분홍식 관점들이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중국인들 상당수가 이 화제를 두고 상당히 껄끄러워하고 부담스럽게 의식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중에 조금 천박한 수준의 중화 중심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앞서 말한 댓글을 다는 것이다. 아예 관심을 둘 만한 가치도 없다면 굳이 뉴스를 들여다보거나 댓글을 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분홍의 이런 행위는 한국의 반중주의자들이 ‘차이나 포비아’와 무거운 르상티망에 잠겨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것의 거울 이미지다.
--- p.18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보통 중국인들의 관심은 현저히 줄고 있다. 2022년 말에 행해진 대만 지방 선거에서 독립을 반대하는 국민당이 승리하자 중국 내에서 대만을 협박하던 매파의 목소리도 함께 사그라들었다.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중국 바깥의 미국 주도 여론과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무력 통일을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2023년 초 시진핑은 러시아의 푸틴을 방문하여 중러 양국 간 경제 협력 대화를 나누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또 베이징에서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안을 중재했다. 이제 중국 정부는 G2 패권 국가로서의 힘자랑 대신 몸을 숙여 ‘평화주의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p.194

예전에는 중화가 중심이 되는 ‘천하’ 세계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이라는 플랫폼이 존재하고, 중국도 미국도 아닌 제3지대의 결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몰빵’하지 않아도 된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골라 먹는 재미’를 누리면서 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중국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있지만, 나와 독자 여러분들은 한반도가 200년 전처럼 중국의 세계관과 영향력에 일방적으로 포섭되는 ‘리차이나(ReChina)’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 일본, 미국이라는 종주국 위치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긴장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원래 한국인들은 이런 긴장감 넘치는 게임 같은 세상인 ‘재미난 지옥’에서 살아가는 것을 즐기지 않았던가?
--- p.208

나는 2022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2021년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그리고 2019년의 홍콩 사태와 신장 인권 문제 논쟁을 접하면서 이 상황들을 지켜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각 차이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을 느껴야 했다. 양국의 국익이나 민족주의 담론과 관계된 대립보다는 한국인들의 과잉된 도덕주의적 태도와 중국인들의 지나친 무관심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히 홍콩 사태는 내가 사는 광저우에서 불과 수백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일인 데다가 내게는 많은 홍콩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좌불안석이 되었다.
--- p.243

중국 사회는 사회 구조상 복수의 여론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이상 한국처럼 인터넷과 레거시 미디어가 상호 작용하며 여론을 증폭시켜 단일한 ‘국민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자신의 ‘키배’ 상대인 중국 네티즌이 중국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을 대표하는 것으로 착각한다.(중략) 이제 한국인들도 ‘중국의 지역’,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물론 나는 중국에 별 관심 없는 한국 사람들이 억지로 중국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중국을 의식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많든 적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돕기 위해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미디어와 지식인, 그리고 문화 예술인들일 것이다.
--- pp.304~305

기업 문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전문가들 중 중국의 거대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취업했다가 ‘단물만 빨리고’ 쫓겨났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을 믿을 수 없다”라고 험담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의 디테일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는 중국 기업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기보다, 상호 간의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한 소통 문제 해결이나 기대 관리(expectation management)에 실패했을 수도 있고 중국 기업들의 기업 문화 성숙도나 국제화 수준이 모두 부족했을 가능성도 높다. 마치 삼성이나 LG와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추구하면서 외국인 직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들과 다르지 않다.
--- p.314

나는 이런 주장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랄 뿐 우리의 미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서 내가 제안하는 내용들은 그런 차원의 시각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한번 결정되면 영구불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간에 유행하는 ‘뒤집어 보기’를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의 전도’가 아니라 ‘가치의 상대화’를 권할 뿐이다. 나, 우리와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내 시도가 한 사람의 생각에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독자 여러분의 의견은 내 생각에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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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는 대개 연결의 부재보다 과잉 때문에 미궁에 빠진다. 무수한 연결을 따라가고, 매듭을 풀고, 때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면서 한국인들의 이해, 논쟁, 성찰의 화두로서 ‘중국’을 등장시키는 작업이 쉬울 리 없다. 《차이나 리터러시》는 연결을 업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중국에서 일상을 살면서, 동시에 한국과 부단히 접속하면서 마주친 인물, 매체, 사건을 다채롭게 엮어 근래 쟁점이 된 ‘혐중’을 통찰하고 중국과 마주하는 법에 관해 흥미롭고 논쟁적인 주장을 펼친다.
-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김유익은 중국과 한국 사이의 단순한 매개자가 아닌, ‘지리적 중간물’이다. 그는 중국의 문제의식으로 한국을 들여다보고, 다시 한국의 문제의식으로 중국을 들여다보며 두 나라가 지닌 여러 문제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가 이 성찰을 통해 내놓은 대안은 단순하고 임시방편적인 화해가 아니라 이 지역이 처한 모순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 하남석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중국과 한중 관계를 고민하는 저자의 시선은 결국 한국 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이제는 ‘준서구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언제 주변부로 밀려날지 몰라 조바심하는 우리의 불안이 ‘공산당 중국 오랑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도발적인 질문도 던진다. 추상적 거대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중국을 만나고, 중국을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 책의 제안은 갈등 너머 공존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중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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