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으로 이 책을 통해서 왜 뮤지컬이 100년의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파헤쳐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탐구의 대상이 문학, 영화, 음악, 미술이 아닌 왜 하필 뮤지컬인가? 하는 ‘물음’도 이 책을 읽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들어가는 글, 9쪽」중에서
따뜻한 정서와 장면이 주는 힘, 캐릭터의 유쾌함, 동시에 머릿속을 맴도는 음악들. 이런 것들이 그 뒤로 오랫동안 이 작품을 찾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렇게 제 인생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1부 1장 뮤지컬, 그 오묘한 세계 속으로, 18쪽」중에서
고전이 뮤지컬이라는 20세기 예술 감각과 함께 융합됨으로써,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회의 고질적인 실태가 드라마, 음악, 안무로 승화되어 또 다른 뮤지컬의 색깔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관객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인식하게 됩니다.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의 힘이죠.
---「1부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 58쪽」중에서
미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는 예술사에 인간의 절실한 바람과 동경이 깃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인류의 기억”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뮤지컬의 혼종적인 성격은 인간의 다양한 바람과 삶의 역사를 배우가 드라마, 노래, 춤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예술사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부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 75쪽」중에서
언어와 음악이 벌이고 있는 진화적 투쟁과 협력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뮤지컬이 인문학과 관계 맺을 충분한 자격이 있음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무늬’를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언어와 음악이 끊임없이 투쟁하고 협력하며 진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인문학의 공간과 대상이 됩니다.
---「2부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 88쪽」중에서
복음서에서 예수는 자신이 메시아임을 끊임없이 되뇌이고, 부활과 재림이라는 최종 이벤트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데 반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는 메시아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억울해하고 하느님에게 징징대기까지 합니다. (……) 〈겟세마네〉에서 인간 예수의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왜 내가 죽어야 합니까? 하느님 당신의 의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모든 카드를 당신께서 쥐고 계시니 당신의 독배는 제가 마시죠. 당장 나를 데려가세요. 내 맘이 변하기 전에.”
---「2부 2장 록의 이름으로 써 내려간 20세기 에반게리온, 107-108쪽」중에서
「카바레」가 그 원형을 제시한 콘셉트 뮤지컬의 핵심은 분명 바르트의 주장처럼(그리고 소쉬르의 주장처럼) ‘생성’입니다. 바르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카바레」 이전의 북 뮤지컬은 텍스트를 ‘하나의 산물’, ‘완결된 베일’로 간주해 온 것입니다. 반면 「카바레」는 직조되어 가는, 즉 생성되는 과정으로서의 텍스트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지평이 있었기 때문에 「카바레」의 연출가 프린스는 두 이야기 재료를 직조하여 하나의 합성섬유로 엮어낼 수 있었습니다.
---「2부 3장 뮤지컬, 구조주의와 만나다, 132-133쪽」중에서
「지킬 앤 하이드」는 괴담의 색깔을 덜어내고 19세기 근대 과학의 정신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그 한
계는 무엇인지를 묻는 과학철학적 작품입니다. “지금 이 순간/바로 오늘/내 불안감과 악을 집어 던지고!/내 모든 헌신이/지금까지의 노력이/이제 현실이 된다/바로 여기 지금, 오늘”이라는 〈지금 이 순간〉의 가사는 정확히 그것을 노래합니다.
---「2부 4장 난 네 안에 영원히 살아, 145쪽」중에서
어쨌든 우리는 함께 바르게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연료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이러한 신념이 결코 조롱과 체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감동만으로는 신념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도움을 받아 보면 어떨까요? 이 책은 그러한 믿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개하도록 도와줄 다양한 이론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2부 5장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돕는다, 166쪽」중에서
특히 우리에게는 「미스 사이공」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베트남의 역사를 추적하는 작업이 더욱 의미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을 포함한 인도차이나 독립전쟁의 기나긴 과정이 우리가 겪은 분단-내전과 동일한 현대사적 맥락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식민과 냉전으로 인한 분단과 내전의 갈림길에서 베트남 민중이 선택한 결정은 바로 우리가 동일한 갈림길에서 내린 결정과 과오에 대한 학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부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 198쪽」중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방식은 다르지만 동일한 시대정신을 담은 짤막한 소책자가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인쇄됩니다. 소책자의 저자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혈기 왕성한 독일 젊은이들이었습니다. (……) 이 짧은 인쇄물은 『레미제라블』에서 위고가 보여준 시대정신과 놀라우리만큼 닮았습니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쓰인 매운맛 『레미제라블』이 바로 『공산당 선언』입니다.
---「2부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224쪽」중에서
줄리 테이머가 「라이온 킹」에서 보여준 혁신적인 시도들, 인간 배우와 동물 캐릭터의 결합, 극장주의와 디즈니의 결합은 상상력, 창조력이라는 단어로 묶어 두기 어렵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그 점이 인문학적 사고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냅니다. 인문학적 사고는 단순히 상상력과 창조력이라는 좁은 개념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줄리 테이머가 보여준 인문학적 사고는 바로 ‘개념’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2부 8장 변화와 혁신, 244쪽」중에서
이렇게 뮤지컬이 우리의 마음을 만지는 이유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며, 인간의 삶의 무늬를 드라마, 노래, 춤으로 멋지게 통합하여 승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이때 뮤지컬은 판타지란 속성으로 우리를 그 매력에 취하게 만듭니다. 그러고는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삶의 위로를 전합니다. 이것이 뮤지컬 인문학의 힘이기도 하겠죠.
---「나가는 글, 253-254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