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위기를 좋은 기회로 삼아 전 지구적으로 일반화된 소비 중심의 문명을 돈과 소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척도 위에 다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는 경제와 금융뿐 아니라 철학과 정신에도 영향을 준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진정한 진보와 발전은 무엇인가? 조화로운 사회 질서를 이룩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서문(8쪽)」중에서
의식주와 품위 있게 살 만한 수준의 필수적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면 더 큰 만족을 얻고 더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소유’의 논리와는 또 다른 차원의 논리를 추구한다. 그것은 바로 ‘존재’다.
---「서문(11쪽)」중에서
“이제는 헤어질 시간입니다. 나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삶과 죽음 중 어느 쪽 이 더 나을지 아는 것은 신뿐입니다.”
---「8장. 죽음을 맞는 자세(175쪽)」중에서
오늘날 예수와 붓다는 각각 기독교와 불교의 창시자로 불린다. 하지만 현대 철학 사조는 소크라테스의 종교적 측면은 과소평가하거나 은폐하고, 유독 합리적인 철학자로서의 면모만을 드러내려 한다. 오로지 인간의 이성에만 기대어 대화 상대를 진리로 인도했던 철학자로서의 면모만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크라테스는 동시대인들에게 종교의 신화를 넘어 지식의 열쇠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는 이성의 힘을 확신한 진정한 인본주의 철학자다. 그러나 최근 몇 세기 서양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소크라테스를 신화나 종교를 꺼리는 순수한 합리주의자나 종교의 적, 혹은 물질을 중시한 그 이전 세대의 자연철학자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10장. 후대에 전해진 가르침(221~222쪽)」중에서
붓다는 인생이란 출생으로 시작해 ‘노화, 질병, 죽음, 슬픔, 악’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굴레일 뿐이라고 봤다. 붓다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로 세 가지 개념, 업(業), 윤회(輪廻), 열반(涅槃)을 제시했다.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karma, 삼사라samsara, 니르바나nirvana라고 한다. 이 개념은 붓다가 직접 고안한 것이 아니라, 힌두교와 자이나교를 창시한 수행자들이 베다 경전에서 정립한 개념을 붓다가 참고해 재정의한 것이다.
---「11장. 그대는 영원 불멸의 존재다(227쪽)」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진정한 철학은 죽음을 알아가고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라네. 그렇게 오직 죽음만 생각하며 평생을 보냈는데, 정작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두려워하고 주저한다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파이돈 63e~64a)
---「11장. 그대는 영원 불멸의 존재다(233쪽)」중에서
인간의 사후에 관한 붓다, 소크라테스, 예수의 견해는 차이를 보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 모두 현세의 행동이 다음 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파했다는 점이다.
---「11장. 그대는 영원 불멸의 존재다(245쪽)」중에서
소크라테스가 중시한 유일한 지식은 바로 인간에 관한 지식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행위, 즉 도덕에 관한 지식이다. 소크라테스에게 보편적인 진리란 그릇된 생각에 반대되는 ‘진실’이며, 악에 반대되는 ‘선’이다. 높은 권위나 다수의 뜻으로도 보편적 진리는 왜곡할 수 없다.
---「12장. 진리를 추구하라(249쪽~250쪽)」중에서
소크라테스가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이성이라는 도구를 강조한 것과 달리 붓다는 내적 경험만을 중시했다. 지성과 추론으로 진리를 발견하기보다는 내적 경험으로 진리를 끌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12장. 진리를 추구하라(256쪽)」중에서
그런데 예수가 밝히려는 궁극적 진리는 무엇인가? 그 진리는 “하느님은 사랑이다”라는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기독교가 태동한 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 시대에 이 말은 혁명적이었다.
---「12장. 진리를 추구하라(265쪽~266쪽)」중에서
그렇다면 예수에게는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상대적인 의미로는 참과 거짓을 밝히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절대적인 의미로는 예수를 만나고, 예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다.
---「12장. 진리를 추구하라(268쪽)」중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는 마음은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먼 길을 헤매고 비틀거리다 자리에서 일어선 영혼은 죄악의 해로운 본질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과 진리를 깨달았기에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13장. 자아를 찾고 자유를 얻어라(279쪽)」중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존재라는 점에서 붓다, 소크라테스, 예수의 시각은 서로 일치한다.
---「13장. 자아를 찾고 자유를 얻어라(280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