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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공중 곡예

공자의 공중 곡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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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78g | 140*210*20mm
ISBN13 9788954623988
ISBN10 895462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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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황제가 복관에게 물었다.
“내 닮은꼴 대역들이 내 생각마저 따라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마침내 내가 마음의 평안을 얻겠는가?”
복관이 대답했다.
“폐하,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날이 오면 폐하는 그 대역들의 대역이 될 것이옵니다.”---p.13

황제는 죽음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탓에 공식 석상이든 아니든 늘 자기와 똑같이 생긴 가짜 황제 네 명을 데리고 다녔다. 이들은 황제와 판박이처럼 닮았을 뿐 아니라 오랜 연습 끝에 동작, 표정, 말투를 완벽하게 맞추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심지어 황태후도, 황후도, 황제의 총애를 얻은 귀비들도 그중 누가 진짜 황제인지 구별할 수 없었으니 하물며 조신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pp.15~16

돛대 위의 망루에 보인 인영들은 근력을 단련하는 선원들이 아니라 우리의 다섯 황제 유유오종이었다. 이들은 각기 여인을 하나씩 끼고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적 유희인 ‘공자의 공중 곡예’에 몰두해 있었다. 공자의 공중 곡예라면 그동안 충분히 갈고닦아왔기에 이제 모든 동작이 척척 맞아 한 명도 따로 노는 일이 없었고 이 기예가 끝날 무렵에는 5인이 완전히 한 사람처럼 움직이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합주를 이루어냈다.---pp.58~59

이때만 해도 (아마 인류 역사상 최초였을 듯싶은) 문제의 성기 이식수술은 엄중한 국가 기밀로 취급되고 있었다. 수술의 성격으로 보나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나 이 일은 반드시 극비에 부쳐야 했으므로 관련자들이 제거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첫 희생양은 말할 것도 없이 수술을 집도한 태의였다. 태의는 황제의 명에 따라 닮은꼴 대역 네 명의 음경에 폐하의 것과 크기, 색깔(금색), 소리가 똑같은 방울을 하나씩 단 뒤 8월 중순 돌연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맞았다.---pp.185~186

구경꾼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는 승하하신 황제의 닮은꼴 대역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다보니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군중은 장례 행렬보다는 이 천고에 드문 기이한 구경거리를 볼 생각뿐이었다. 더구나 이런 희대의 구경거리에 피비린내까지 진동하고 있었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p.251

『공자의 공중 곡예』는 희극적 풍자와 장르 실험이라는 두 경향을 그 어느 때보다 과감히 시도한 작품으로, 중국 소설 문학의 원류인 기담이사 전통을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사소설 장르와 강제로(!) 결합한 뒤 동서양의 수많은 문학작품의 유산을 끌고 와 다채로운 문양을 수놓고 있다. 이렇게 정신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한 바로크적 카니발을 통해 작가는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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