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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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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33위 | 소설/시/희곡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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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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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48쪽 | 720g | 142*210*35mm
ISBN13 9791168341289
ISBN10 116834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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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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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심사위원 만장일치 2022년 부커상 수상작] 1990년 스리랑카를 배경으로 25년간 이어진 내전의 아픔을 유령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저승 누아르‘. 갑자기 살해당한 사진기자 말리가 유령으로 지내며 자신의 죽음의 행방을 쫓는다. 스리랑카의 쓰라린 현대사부터 인간의 보편적 삶과 죽음을 솜씨 좋게 다뤄냈다. 2022년 부커상 수상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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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명함이 있다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말리 알메이다
사진작가, 도박꾼, 걸레.

묘비가 있다면, 이렇게 적혀 있을 것이다.

말린다 앨버트 카발라나
1955-1990

하지만 네게는 둘 다 없다. 이 도박판에 더 걸 칩도 없다. 그리고 이제 너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다. 죽음 뒤에 삶이 있는가? 그것은 어떠한가?
--- p.20

“성함 압니다, 말리 선생님.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절대 빛으로 가지 마시고.”
너는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통로로 향한다. 이번에는 내려간다. 화난 라니 박사의 가성과, 모세와 근육질 히맨의 우렁찬 바리톤 고함이 메아리로 멀어진다.
“사후조차 대중의 어리석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소년은 말한다. “생전의 기억을 잊고 무슨 빛을 향해 가라고 떠밀지요. 전부 압제자의 부르주아 통치술입니다. 불평등조차 무슨 큰 그림의 일부라고 합니다. 거기 저항해 들고일어나지 못하도록.”
--- p.33

그러나 도박쟁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신이 없는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살인자는 주사위 놀음이다. 다른 아무것도 아닌, 그저 정글 같은 불운. 우리 모두에게 닥치는 그것.
카메라가 진흙으로 가득 찬다. 너는 카메라를 마구 흔들어보고 목에 걸려 있는 것들을 당겨본다. 다시 니콘을 얼굴에 갖다 대니 이제 갈색이 아니다. 깨진 유리와 번진 색깔이 보인다. 킬리노치치 폭격 직후 죽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친 개, 피 흘리는 남자, 어머니와 아이가 보인다. 너는 허물어진 건물 꼭대기에서 이 사진들을 찍었다.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배에 난 구멍이 차츰 커져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다. 네가 상자에 보관한 사진 중 가장 잔혹한 장면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네겐 가장 슬프다.
--- p.69

라니 박사의 음성이 검은 상념을 뚫고 들어온다. “네 영혼은 손상당했다고 하는구나. 중간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봐요, 아줌마. 정말 감사합니다만.”
“난 네 아줌마가 아니야. 여기 계속 있으면, 넌 먹힐 거다.”
“누구한테?”
“세나 동무는 마하칼리를 위해 일하고 있어. 그는 자신이 이용당한 그대로 널 이용하고 있다. 중간계에는 절망에서 힘을 빨아들이는 식시귀와 악마가 가득해. 빼앗기면 안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돼.”
“세나는 산 사람에게 속삭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어요. 당신이 그렇게 해줄 수 있습니까?”
--- p.218

“말했잖아. 하트 10은 우리 아파트 전화번호 옆에 그려져 있었다고.”
“그게 무슨 뜻일까?”
“그냥 우리 사진이겠지.” 재키가 말한다. “아니면 그냥 네 사진만 들어 있거나.”
딜런은 주소록을 재키에게 받아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네 이름은 여기 따로 있어. 재키라고. 그리고 괄호 안에 사촌 딜런이라는 이름도 적혀 있군. 이 주소록은 얼마나 된 거지?”
한때 가슴이 있던 자리에서 찌르는 듯한 아픔이 밀려오고, 눈에 보이지 않는 팔이 쑤신다. ‘10점 만점’이라는 제목의 봉투 안에 든 모든 사진이 떠오른다. 남이 훔칠 가치는 가장 적으나 그 어떤 사진보다 더 보호해야 할 사진, 네게 그 사진들은 그런 것이다.
--- p.33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90년, 스리랑카 콜롬보. 살해당한 말리 알메이다는 죽은 자들의 대기실에서 깨어난다. 일곱 개의 달이 뜨고 지기 전까지 망각의 빛으로 들어가면 다음 생을 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지만, 그는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중간계를 떠돈다.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 반군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했던 사진작가 말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에게 죽었다. 그리고 이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위험에 처해 있다. 그들을 도울 힘을 주겠다는 악마의 유혹과 모든 것을 그저 잊으라는 안내자의 충고 사이에서 갈등하는 말리. 어느새 마지막 달은 떠오르고,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재치 있고, 창의적이며, 감동적이다!”
세계 3대 문학상, 부커상의 선택


2022년 부커상 수상작인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이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며, 그해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이다. 스리랑카 작가인 셰한 카루나틸라카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전 세계 출판계가 들썩였다. 스리랑카 현대사의 가장 암울한 시기를 “재치 있고, 창의적이며,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가디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전 세계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의문의 죽음 후 깨어난 콜롬보의 유령, 말리 알메이다
일곱 번의 달이 지기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주인공 말리 알메이다는 살해당했다. 유령이 되어 깨어난 그는 어디서, 어떻게,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스리랑카의 다른 망자들과 함께 ‘저승 카운터’ 앞에 줄을 선다. 일곱 번의 달이 뜨고 지기 전, 그러니까 7일 안에 지난 생을 정리하고 ‘빛’으로 들어가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안내원의 설명을 듣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아직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듯했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사무적인 사후세계의 모습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 남은 시간을 기다리며 이승을 떠돌던 말리는 실종된 자신을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곳은 정부와 반군이 곳곳에서 벌이는 내전으로 신음하는 스리랑카니까. 수도 콜롬보에는 부패한 독재자를 등에 업은 암살단이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납치해 고문과 감금을 일삼고 있었다. 그리고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은 결코 살아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내전이 한창이던 스리랑카의 북부에서 세상을 뒤흔들 사진을 찍었음을 기억해낸 말리는 마침내 자신이 죽은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고, 사라진 자신을 쫓는 친구들 역시 위험에 놓였음을 깨닫는다. 여전히 불완전한 기억,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 타고난 승부사이기도 한 말리는 자신의 영혼을 건 마지막 도박을 시도한다. 스리랑카 중간계를 떠도는 사악한 영혼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을 죽인 범인, 죽은 이유, 사라진 필름의 행방을 찾는 말리 알메이다의 이야기를 다룬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훌륭한 탐정소설이다. 그리고 길고 복잡한 스리랑카 현대사를 놀라운 정도로 매끈한 솜씨로 응축시킨 탁월한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허락되지 않았던 사랑을 고백하고 소홀했던 사랑을 속죄하는 절절한 연애소설로 볼 수도 있다. 작가 셰한 카루나틸라카는 사진작가이자 도박꾼, 싱할라족과 타밀족 혼혈, 퀴어의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을 통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자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어조, 블랙 유머로 스리랑카의 비극을 풍자한다.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악당과 조력자, 유령-을 다양하게 활용해 낯선 땅의 생소한 역사가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한다. 기억을 잃고 고장 난 카메라를 목에 건 채 혼란스러운 말리의 시선을 이인칭 서술을 통해 따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지적이지만 간접적인 유령의 시선, 렌즈를 통해서 관찰하고 포착해낸 시대의 초상은 그 어떤 진실보다 강렬하게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먼 곳에서 도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뿌리 깊은 스리랑카의 한(恨)과 마주하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몇 년 전 『죽은 자들과의 잡담』이라는 제목으로 인도 아대륙 지역에 먼저 출간돤 바 있다. 셰한 카루나틸라카는 (스리랑카의 난장판에 일부 책임이 있는) 영국과 미국 시장에 출간되길 희망했지만 생소한 스리랑카의 현대사와 종교, 철학을 담고 있는 소설을 내겠다고 선뜻 나서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작은 출판사인 소트오브북스가 새로 편집하여 출간하자고 제안했고, 약 1년 동안의 개고를 거쳐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매끄러운 전개와 선명한 메시지로 큰 호평을 받은 이 책은, 앞서 언급했듯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440년 동안 이어진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의 식민지배에 시달려온 스리랑카가 마침내 맞은 독립. 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인 싱할라족과 소수인 타밀족의 전쟁이 시작되고, 온갖 외세의 간섭과 공산주의 세력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개입까지 더해지면서 스리랑카는 몸살을 겪는다. 2009년, 25년에 걸친 내전은 끝이 나지만 좋은 날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부패한 정치인 가문의 독재가 이어졌고,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 2022년에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셰한 카루나틸라카는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전해왔다. 거기에는 수많은 침략, 식민지 지배, 내전이라는 비슷한 과거를 경험했지만 다른 길을 걷는 대한민국에 대한 경의와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겠다는 스리랑카인으로서의 다짐이 쓰여 있다. 이 책의 옮긴이 유소영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기인 스리랑카 1차 내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한 깊은 분노와 아픔에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며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끝까지 잊지 않는 결말이 뭉클한 감동을 남긴다”는 후기를 전한다.

■ 주요 등장인물

말리 알메이다: 주인공. 죽은 사진작가. 사라졌으나 잊히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들]
딜런: 말리의 삶에 허락되지 않았던 사랑.
재키: 말리가 소홀히 했던 사랑.
엘사: 사기꾼으로 포장된 활동가.
쿠가: 활동가로 포장된 사기꾼.
시릴 장관: 스리랑카 법무부 장관. 군중의 지도자.
크로우맨: 주술사. 영혼의 속삭임. 저주의 공급자.

[죽은 자들]
라니 박사: 죽은 자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안내원.
세나: 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마르크스주의자.
마하칼리: 우주의 검은 심장.

■ 작가의 말

“나는 언젠가, 내 조국의 전쟁과 분열을 다룬 이 소설을 서점의 판타지 코너에서나 보게 될 날을 소망한다.” _셰한 카루나틸라카

“역사에 대한 깊은 분노와 아픔에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며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끝까지 잊지 않는 결말이 뭉클한 감동을 남긴다” _옮긴이 유소영

■ 추천사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동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형이상학적 저승 누아르. 독자를 ‘세계의 어두운 심장’으로 데려가는 진지한 철학적 유희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친절함과 아름다움, 사랑과 충실함, 모든 인간의 삶을 정당화하는 이상의 추구를 발견하게 된다._2022년 부커상 심사평

이 문학적 번영 아래에는 스리랑카 내전과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현실이 있다. 스리랑카 현대사의 가장 암울한 시기에 대해 작가는 예술을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_『가디언』

카루나틸라카의 소설은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부수고, 낯설고 광활하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드러낸다._『뉴욕타임스』

정치를 넘어 모든 신학과 도덕 규범을 관통하는 악의 문제까지 주제를 확장하는 소설. 신이 막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잔인함 앞에 선 인간의 책임은 무엇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_『워싱턴포스트』

건조하지만 풍자적이고, 진심 어린 태도로 뿌리 깊은 한을 마주한다. 혼돈의 한가운데에서도 슬픔과 상실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그 안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듯 애절한 클라이맥스로,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결말로 향해 간다._『뉴 유러피언』

장난스러운 마술적 리얼리즘과 부조리한 유머의 혼합. 거칠고,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없는 소설._『텔레그래프』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재치 있고 창의적이며 감동적이다. 부커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_『리터러리 리뷰』

코믹하고, 섬뜩하고, 분노하게 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말리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움과 광채, 반짝임이 있다. 카루나틸라카의 소설 속 격렬한 코미디는 우리를 결코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다._『이코노미스트』

애거서 크리스티, 살만 루슈디, 레이먼드 챈들러, 존 르 카레, 〈기묘한 이야기〉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소설은 흔치 않은데, 이 책이 그렇다. 카루나틸라카는 모든 장르의 관습을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화려하게 쌓아올린다._『타임스(영국)』

회원리뷰 (21건) 리뷰 총점9.9

혜택 및 유의사항?
낯설어서 매혹적이고 낯설지 않아 슬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p*****s | 2023.09.10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제목과 소개글을 읽고 여름에 읽기 좋은 판타지 소설인가 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역사서를 읽는다고 해도, 모르는 아픔이 더 많다. 1990년대 스리랑카 내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한국사회의 상처 깊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아픈 역사를 소설의 형식으로 작가들이 되살리고 되새기고 위로를 건네듯, 이 책 역시 죽어도 잠들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사;
리뷰제목

제목과 소개글을 읽고 여름에 읽기 좋은 판타지 소설인가 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역사서를 읽는다고 해도, 모르는 아픔이 더 많다. 1990년대 스리랑카 내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한국사회의 상처 깊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아픈 역사를 소설의 형식으로 작가들이 되살리고 되새기고 위로를 건네듯, 이 책 역시 죽어도 잠들 수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사연을 소설의 형식으로 기록해 둔 글이다.

 

네가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영원히 그것이 전부다. 그러니 다시 잠드는 것이 차라리 낫다.”

 

등장인물을 먼저 만나고 이름을 대략 외우고 읽기 시작하는 방식이 낯선 역사와 사회로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요인물은 물론, 다른 인물들도 모두 기록하며, 하나의 달이 지는 동안 어렵지 않은 이름들에 점점 익숙해졌다.

 

작품 속 저승의 달도 28일 주기인가 했는데, 아니다. 하루에 하나씩 진다. 더 짧아진 저승에서의 시간이 왠지 더 서글프다. 살아서 못 다한 말들과 일들이 죽기 전까지의 삶의 무게만큼 무거울 텐데.

 

, 죽음, 죄책감, . 어째서 귀일까. 스리랑카에서 듣는다는 건 다른 감각보다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주인공 말리가 으로 갈 수 없는 어쩌면 (첫번째) 이유는 귀에 기록된 삶 때문일까.

 

귀에는 지문처럼 개인의 고유한 무늬가 있어요, 접힌 부분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볼 부분은 과거에 지은 죄를 드러내며, 연골은 죄책감을 숨깁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하루 동안 만난 인물들의 면면이 생생하고 다양해서, 전쟁이 얼마나 무작위로 아무나 죽이고 마는지 참담하다. 이런 최악의 짓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럴 때면 문명이, 성취가, 철학이, 노력이 역겹게 빛을 바래간다.

 

인간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악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힘을 지닌 존재.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치를 떨어야 하는 존재다.”

 

세상의 광기를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곱 개의 달이 지고도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천 번의 달 동안 방황하는 이도,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피해자들도 많다고 한다. 죽고 나서도 존재의 형태는 달라진다. 생각과 의지가 원한과 억울함이 남긴 힘 같다.

 

빛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어. 악마가 된 사람도 있어. 빛은 망각하게 해. 우리는 절대 망각해서는 안 돼.”

 

눈을 뜰 때마다 꿈이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면,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그러다 악몽 같은 현실을 최대한 피해본다. 그러다보면 잊고도 산다. 문득 생각나면 답답하고 갑갑하고 호흡이 무거우니 다시 잊고도 싶다.

 

빛이 망각하도록 도와준다면, 그게 나쁜 걸까요?”

 

달의 모양과 색감이 모두 같지 않은 일곱 개의 달이 지는 밤이 펼쳐질 것이다. 하룻밤도 현실의 비극을 짐작해보는데 아주 부족하진 않았다. 작가의 모국어를 모름에도 만날 수 있어 번역이 감사한, 아프고 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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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달, 단 하룻밤을

땀이 배어나는 기분으로 읽었다.

여섯 개의 달, 여섯 밤이 남아 있다.

두근거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전쟁과 폭력

내전이건 외침이건

부상과 죽음과 상실과 망가짐이

뭐가 다를까.

 

종교에도 법에도

살인하지 말라고 하는데

살인을 멈춘 적이 없는 인류

사필귀정도 신의 상벌도 다 있었으면.

 

크고 푸른 달이 점점 가려지는 매일

하나의 달을 읽어나가야겠다.

6일 후 도착지가 참상의 격전지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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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의 달 분량을 읽으며 일독을 마쳤다. 다른 탐정 추리 소설처럼 즐길 수는 없었다. 어째서 스리랑카 현대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이토록 없었는지. 첫 방문한 낯선 곳의 역사를 더듬으며 배워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낯설어서 매혹적이고, 낯설지만은 않은 역사에 슬픔이 덜컹거렸다. ‘억울함은 한국의 전유물이 아니고, 내전과 죽음은 현재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이 분단으로 얼어붙었다면, 스리랑카는 분단 없이 들끓었다. 무려 440년 동안.

 

세계사와 한국가의 현대사와 복잡한 공학을 모두 이해할 지식도 철학도 부족함에도, 워낙 전개가 매끄럽고 번역이 편안해서 어렵지 않게 읽었다. 혼란스럽지 않게 하나의 매시지로 점차 수렴하는 과정이 두려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대개 비슷하다. 분노와 아픔을 느끼는 공동의 경험 - 역사 - 를 잊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다른 미래를 위해 애쓰는 것.

 

인물들이 모두 생생하게 현실적이고, 상상 이상의 다양한 모습들이라서, 글로 쓰인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도 했다. 말리라는 캐릭터 덕분에 거대한 비극을 개인의 이야기로 밀착하여 읽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다.

 

심장이 아플 만큼 놀라기도 했고, 섬뜩함에 소름이 끼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교묘하게 현대 사회의 갖가지 합법적 장치들로 사람을 괴롭히고 사회적 타살로 몰아가는 바로 지금의 풍경을 생각하면 그저 소설적 장치구나 싶었다.

 

이상한 일이다. 친절, 사랑, 성실, 책임, 아름다움이 사라진 적이 없는 세상과 거침없이 죽이고 빼앗는 세상의 이런 격렬한 공존. ‘인간이란 인간성이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오랜 질문을 또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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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말리의 일곱 개의 달] 나를 죽인 범인을 찾아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3.09.08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스리랑카 작가(셰한 카루나틸라카)의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인데, 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충격받았다. "1950년대에 나의 할아버지 세대는 판자촌과 빈민가를 '코리야와스(Koreyawas)'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전쟁 직후의 한국은 콧대 높던 실론(스리랑카의 전 이름) 사람들에게 빈곤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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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작가(셰한 카루나틸라카)의 소설을 읽는 건 처음인데, 한국어판 서문에서부터 충격받았다. "1950년대에 나의 할아버지 세대는 판자촌과 빈민가를 '코리야와스(Koreyawas)'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전쟁 직후의 한국은 콧대 높던 실론(스리랑카의 전 이름) 사람들에게 빈곤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스리랑카가 30년간 계속될 전쟁에 휘말려 있던 1988년, 나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모습을 보았지요. '코리야와스'라는 경멸적인 표현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되는 것도." (9-10쪽)

 

'코리야와스'라는 단어가 있었을 정도로 과거의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을 가난한 나라로 여겼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이후 한국은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을 이루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반면 스리랑카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빈국이며 팬데믹 이후 경제 붕괴 직전이라는 것이 훨씬 더 놀랍다. 같은 글에서 작가는 한국이 교육과 기술, 노력에 대한 투자를 하는 동안 스리랑카는 분열과 전쟁을 거듭한 것이 현재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2년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에도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1990년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사진작가 말리 알메이다(말린다 알메이다 카발라나)가 살해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어떻게 자신을 살해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는 채로 눈을 뜬 말리는 자신이 저승 카운터 앞에 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다른 망자들과 함께 안내원에게 설명을 듣는 알리는 '일곱 번의 달이 뜨고 지기 전' 즉 7일이 지나기 전에 지난 생을 정리하고 '빛'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단, 자신의 몸이 있었던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장소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과연 말리는 죽기 전에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누가 죽은 말리의 이름을 불러줄까.

 

이렇게 시작된 소설은 말리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스릴러 소설처럼 진행되는 동시에 파란만장한 스리랑카의 현대사를 보여준다. 말리는 생전에 정부군과 반군, 외신 등의 의뢰를 받아 각종 사건 현장을 찍는 사진작가였다. 정파나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중 어떤 사진이 문제가 되어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사진은 26년간 7만 명 이상이 사망한 아시아 사상 최장기 내전으로 기록된 스리랑카 내전과 관련이 있다. 내전의 신호탄이 된 1983년 폭동 현장을 찍은 사진작가가 말리였던 것이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주인공 말리 알메이다의 모델이 된 이는 스리랑카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배우, 인권운동가였던 리처드 드 소이사다. 스리랑카 내전의 원인은 다수이며 불교를 믿는 싱할라족이 소수이며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을 차별, 박해한 것이다. 싱할라인 아버지와 타밀인 어머니를 둔 소이사는 무장 괴한에 의해 납치, 살해되었는데, 나중에 소이사의 어머니가 납치범 두 명이 경찰의 고위 간부라고 주장했으나 사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설 초반에 남자 두 명이 호수에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는 소이사가 실제로 어떻게 죽었는지를 묘사한 것 같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는 스리랑카의 실제 역사에 기반한 소설이지만, 판타지를 가미해 몽환적이면서도 코믹하고 드라마 또한 풍부하다. 말리는 전쟁 사진작가인 동시에 못 말리는 도박꾼이자, '여사친'과 커플인 척 하면서 같이 살고 있지만 사실은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완벽하지 않아도 나름 즐겁게 살고 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깊은 공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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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말리의 일곱 개의 달" 티저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책*레 | 2023.08.29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사후 세게에서 깨어난 말리. 죽은 이유도 기억나지 않고, 지금이 꿈이길 바랄뿐이다. 그저 귀 검사를 받고 빛을 향해 가라고 할 뿐 질문을 귀찮아하고 일방적인 안내와 설명뿐이다. 귀 검사를 받아야할 곳은 퇴근을 했는지 문을 닫고 호기심인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는지 검은 비닐봉지를 따라가고 일곱번의 달 중 하나를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곳을 떠돌며 보내게 된다.낯선 단어들과;
리뷰제목
사후 세게에서 깨어난 말리. 죽은 이유도 기억나지 않고, 지금이 꿈이길 바랄뿐이다. 그저 귀 검사를 받고 빛을 향해 가라고 할 뿐 질문을 귀찮아하고 일방적인 안내와 설명뿐이다. 귀 검사를 받아야할 곳은 퇴근을 했는지 문을 닫고 호기심인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는지 검은 비닐봉지를 따라가고 일곱번의 달 중 하나를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곳을 떠돌며 보내게 된다.
낯선 단어들과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정리가 되는 듯 하지만 스리랑카 내전과 학살 등 복잡한 스리랑카의 정세처럼 시작은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 오기도 한다.
복잡한 나라의 상황이나 비리, 학살의 공개등을 주인공이 추적하고 공개하는 스토리 구조가 익숙한데 처음부터 영혼으로 등장시켜서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죽음을 따라가며 드러내는 스리랑카의끔찍한 현실과 학살을 드러내는 것이 특이하다. 스리랑카 내전과 학살을 알리고 말리가 죽은 이유와 범인을 밝히고 위험에 처한 친구들까지 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표지의 여섯개의 보름달과 하나의 달에 숨은 초승달, 타밀족, 싱할러족,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 반군등을 나타내며 복잡한 스리랑카 내부의 모습을 표현한게 아닐까 싶다.


"귀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귀에는 지문처럼 개인의 고유한 무늬가 있어요. 접힌 부분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볼 부분은 과거에 지은 죄를 드러내며, 연골은 죄책감을 숨깁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빛'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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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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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첫 챕터는 약간 혼란스러웠는데, 그다음부터는 정말 책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로얄 d**7 | 2023.09.14
평점5점
생각보다 더 거대한 이야기들을 잘 녹여낸 소설. 왠지 모르게 계속 씁쓸하고 여운이 남는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플래티넘 v*****1 | 2023.09.13
구매 평점5점
스리랑카 내전이라는 낯선 역사가 배경이지만, 우리나라 역사로 이입돼요. 결말이 애잔합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d*******t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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