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가 이 책에 우리에 대해 쓴 내용은 딱히 종교적인 게 아니라 훨씬 더 자유로운 무엇이군요. 영혼이 어떻게 날 수 있는지를 쓴 거예요.”
--- p.225,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1996년 9월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미완에 그치고 말았지만, 헨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저서는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과의 조우에 기초한 논픽션 창작물이었다. 헨리의 갈망과 내적 고통을 잘 알던 그의 많은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고, 그의 내면이 드러나 있는 신앙 서적을 해를 거듭하며 읽어 온 많은 독자들도 똑같이 놀랐을 것이다.
--- p.11, 「머리말」 중에서
부상에서 회복되는 동안 그가 깨달은 게 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는 모두 방해물 때문이었다.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혼자 보낸 오랜 시간은 분주한 교단(敎壇) 생활을 방해했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직면한 빈곤은 북미의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방해했고, 정신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소명은 학자의 길을 방해했다.
--- p.61, 「낙하」 중에서
평소에 그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기도란 단 한순간이라도 지금 여기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의지적으로 다른 생각일랑 다 떨치고 온전히 현존하려 한다. 비행 중인 공중그네 곡예사처럼 말이다.
--- p.61, 「낙하」 중에서
평화를 이루려는 저항은 용감무쌍한 개인들의 노력이라기보다 신앙 공동체가 할 일이다. 헨리는 신부이다 보니 사람들에게서 그들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고백을 자주 들었다. 그도 똑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기에 그 심정을 이해했지만, 그래도 애써 설명하곤 했다. 당연히 당신은 부족하다고, 우리 중 누구도 혼자로는 모자랄 수밖에 없다고, 사실 우리 각자는 공동체라는 더 큰 몸의 지체라고 말이다.
--- p.99, 「낙하」 중에서
공중그네에 대한 집필로 다시 돌아올 때마다 헨리는 소명감을 느꼈다. 나는 왜 공중그네 곡예에 대해 써야 할까? 답은 나도 모른다. 1983년에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이 내게 ‘주어진’ 것처럼 공중그네 곡예도 지난해에 내게 그냥 ‘주어졌다.’ 이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묘한 ‘당위성’이 느껴진다.
--- p.198,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나는사람은 위로 솟아오를 때 잡는사람이 자신을 잡아서 추진력을 더해 준 뒤 다른 잡는사람에게로 힘차게 보내 줄 것을 믿었다. 계속 함께 움직이는 그 속에 신뢰와 모험이 있었다.
--- p.205쪽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내면의 가장 깊은 열망이 그들을 통해 표현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바로 완전히 안전하면서도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이지요.
--- p.207,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내 물음에 로드레이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잡는사람이 다해야 합니다. 그게 비결입니다. 조에게 날아갈 때 나는 그냥 두 팔과 손을 뻗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그가 나를 잡아서 안전하게 반대편 그네 뒤쪽의 가림막 위로 끌어올려 주지요.”
--- p.224,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잊지 마세요. 당신이 멀리 날아가면 그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을 잡으려 하지 마세요. 그분이 당신을 잡아 주십니다. 그냥 두 팔과 손을 뻗고 믿으세요. 믿으시면 됩니다.”
--- p.225,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다 날아간 뒤에는 잡는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내 손을 뻗어야 합니다. 내가 범할 수 있는 최악의 과오는 상대를 내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그 말 속에 이웃을 믿고, 하나님을 믿고, 사랑을 믿고, 우리의 궁극적인 안전을 믿어야 한다는 인간의 숙제가 담겨 있더군요.
--- p.238,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존재가 행위보다 중요하다고, 마음이 머리보다 중요하다고, 공동체가 혼자 일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줍니다. 이 모든 위대하고 값진 진리를 장애인들이 제게 말없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 p.244,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그래도 때로는 그냥 놓아야 한다고 헨리는 생각한다. 잡는사람이 누구인지 그 순간 확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는 법과 떨어지는 법을 배우려면 어쩌면 한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 p.249, 「잡는사람을 믿어야 한다」 중에서
로드레이 곡예단이 보여 준 모험과 신뢰의 포물선이라는 은유는 헨리의 생각에 모든 인생의 모양이기도 하다. 결국 각 개인은 하나님께 속해 있어 그분께로 돌아가지만, 비행은 인간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 내는 일이다.
--- p.263, 「비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