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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여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2부. 가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3부. 겨울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4부. 봄의 바다와 12개의 문장 5부. 다시, 여름의 바다와 4개의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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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만 싶을 때, 가만히 나를 품어주며 괜찮다고 다독이고 잠시 그대로 멈춰도 된다고 말하는, 세상의 거센 비바람 위에서도 중심 잡게 해주는 닻. 아무래도 그 닻 역시 어머니겠지.
--- p.11 여름 바닷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얇은 눈꺼풀을 투과해 들어오는 햇빛의 일렁임이 마치 미디어아트 작품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곤 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세계의 모습 사이로 어떤 나른한 감정이 찾아들곤 하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심정 비슷한 기분 좋은 자포자기의 감정이랄까. --- p.12 식당 이름이 왜 태풍이냐고 물었더니 풍채 좋고 인상은 더 좋았던 사장님이 말했지. “내 이름이 태풍이란 뜻이에요.”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어. “인생이 태풍이죠.” --- p.19 우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영화 속 창대의 말처럼 “홍어 다니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다니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는 걸 깨달은 사람과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다시 말하면 저마다 잘난 다 큰 어른들 사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어렵다는 얘기겠네. --- p.23 여름이잖아. 밥 말리를 안 들을 수 없지. ‘하나의 사랑’을 노래하고,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라고 다정하게 위로했던 레게음악의 전설, 자메이카의 상징 말이야. --- p.26 뱃사람들의 문화가 물씬 느껴지는 이 허름한 술집을 꼭 보여주고 싶었대. 이후로 여긴 나의 시모노세키 아지트가 되었지. 낑깡, 낮술, 시모노세키라는 도시, 노동자들, 이방인들, 그 모든 변방의 이미지로 가득했던 그 여름의 기억. 늦여름 땀 냄새 가득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다 나와 멀리 까치놀을 바라보며 취기를 느꼈던 그때, 이제는 내 인생의 여름도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 p.33 그러고 보니 마음 쓰지 말라는 말, 그 숨은 뜻을 이제야 조금 알아들을 수 있겠어. 나는 이제 마음을 쓰지 않고 대신 몸을 쓰며 살아가 보려고. --- p.41 지금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 어떤 허전함, 그 구멍들이 어쩌면 우리가 제정신으로 살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자랑스러운 증거인지도 모르겠어. --- p.49 세계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그처럼 눈을 감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어. 보기 위해 눈을 감아야 한다던 고갱의 역설적인 말처럼 꼭 그렇게. --- p.57 어떤 고민은 다른 사람에겐 하찮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사력을 다해 돌파해야 하는, 오직 세계와 자신만의 피투성이 싸움이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 p.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