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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비어 있기, 또는 비우기
2부. 벌어진 틈 또는 혼돈 3부. 흐르거나 당기는 힘 4부. 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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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본다는 것은
보이는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차라리 나로부터 떠나는 먼 여로를 여는 것이 아닐까요? 나를 떠나는 시선의 먼 순례길 아득히, 멀리,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에 이르는 황홀. ---「멀리 본다는 것」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어디론가 건너가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왜 저곳으로 가냐고요? 왜냐하면 저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죠. 저곳에 무엇이 있냐고요? 글쎄요, 서류더미의 책상과 우울한 밤들과 쓰레기와 붉은 장미 한 송이와 아침 햇살의 뜨락과 저 숱한 사랑과 욕망들. 그 모든 것이 환영일 뿐이라고요? 인화지에 뜨는 음영 같은 것, 유리를 반쯤 통과하는 풍경의 그림자 같은 것들. 그렇다면 환영 아닌 것이 어디 있나요? 지금 여기? ---「횡단보도에서」중에서 그때 우리는 무엇을 붙였던가요, 차가운 벽에? 열두 발 상무같이 어지러운 바람의 말들을 붙잡아 풀을 붙이고 청테이프로 사지를 묶고 있었던가요?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 할 말들이 많았던가요? 그 벽에 붙었던 벽보들의 말들은 이제 다 어디로들 갔을까요? 흐린 기억의 바다 어디쯤에 난파되어 있을까요? 차가운 회색의 벽에 수없이 햇살이 비췄다가 지고 숱한 계절이 스쳐가고 온갖 풍문의 그림자가 어룽대고 그리고 주름 같은 벽의 균열만이 끝내 우리가 발설하지 못한 말처럼 남았네요. ---「벽보를 붙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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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포토그래퍼가 표현하고자 했던 이미지를 미학자이자 시인인 작가의 언어로 여음을 만들었다. 여음을 만들었다는 말은 포토그래퍼의 이미지 작업들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는 덧붙임을 대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 덧붙임은 미학자의 겸손한 말일뿐 그 자체로 새로운 지평과 관조를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풍성한 상상력으로 채비한 시인의 언어로, 때로는 적절하게 추적하는 미학자의 언어로 이미지에 내재된 콘텍스트를 드러내 보이며 독자가 이미지에 다가서는데 별 어려움이 없도록 안내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사진과 글이 서로 상호 보완으로 또는 독립적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낯선 관조를 만들어 내는 지점이 이 책의 지향 점이자 장점이다. 이미지 언어와 글 언어의 컬래버가 만들어 내는 묘한 경지랄까. 그야말로 글의 여음과 사진의 여운이 있는 세계,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는 황홀'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