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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2 세트

도둑 신부 1~2 세트

[ 전2권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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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928쪽 | 132*225*6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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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토니는 지니아가 언제나 그들 옆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녀를 붙잡고 있어. 그녀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있어. 놓을 수가 없는 거야.
--- p.61

지니아가 그녀의 뒤에 서 있다. 담배 연기 속에, 거울 속에, 이 식당 안에. 지니아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아니다. 지니아다. 환영도 아니다. 호피 무늬 스타킹을 신은 웨이트리스도 그녀를 보고 묵례하며 다가가 뒤쪽 테이블을 가리킨다. 토니의 심장이 움켜쥔 주먹처럼 단단히 뭉쳐져 철렁 내려앉는다.
--- p.67

지니아는 예전처럼 아름답다.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옷은 목둘레가 깊게 파여 가슴 윗부분이 훤히 보인다. 그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사진 같다. 뜨거운 조명으로 주근깨와 주름살은 하얗게 지워지고 이목구비만 남은 하이패션 사진 같다. 거만하고 슬퍼 보이는 도톰하고 불그스름한 자주색 입술, 크고 깊은 눈동자, 정교한 아치 모양을 자랑하는 눈썹, 적갈색으로 물든 볼록한 광대뼈. 그녀가 어딜 가든 따라오는 숱 많은 머리는 옷을 몸에 딱 붙게 만드는 그 미세한 바람결에 흩날려 변덕스럽게 움직이며 이마에 검은 덩굴을 드리우고, 그녀의 주변을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채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조각상처럼 꼼짝않고 앉아 있다. 그녀의 몸에서 악의가 방사선처럼 뿜어져 나온다.
--- p.71

셋 중에서 지니아와 제일 먼저 친구가 된 사람은 토니였다. 아니, 지니아를 맨 처음 들인 사람이 토니라고 해야겠다. 지니아 같은 사람들은 이쪽에서 초대하지 않는 한 문지방을 넘어오거나 남의 인생으로 들어가 얽히지 못한다. 이쪽에서 먼저 알아보고 호의를 베풀고 인사를 건네야 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렇다는 것을 토니는 안다. 현재 그녀가 궁금해하는 부분은 간단하다.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다. 그녀의 어떤 면, 아니 지니아의 어떤 면 때문에 지니아를 초대할 수밖에 없었을까?
--- p.222

지니아는 평범하고 펑퍼짐한 여자들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상형이다. 그런 여자들은 겉이 훌륭하면 안도 훌륭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머리도 좋고 학점도 잘 받는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도 안 하고 수업도 거의 안 듣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똑똑하고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납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 p.256~257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너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면 좋겠어? 사랑스러운 사람, 존경하는 사람, 무서운 사람, 셋 중에서.”
“존경하는 사람. 아니, 사랑스러운 사람.”
“나는 아니야. 나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어.”
“왜?”
“그래야 훨씬 효과적이니까. 사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만한 건 그것 하나뿐이야.”
--- p.359

“남자들은 다 속이 시커먼 족속이야. 캐런, 왜 그렇게 순진하니? 내 말 믿어. 이 세상에 남자가 여자한테 원하는 건 단 하나, 섹스뿐이야. 중요한 건 섹스의 대가로 남자들한테 얼마를 받아 내느냐지.”
--- p.431

「2권」

뭐니 뭐니 해도 여자들의 경우에는 자아를 버려야 올바른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마룻바닥을 닦듯 자아를 닦아야 한다고. 무릎을 꿇고 뻣뻣한 철 수세미를 들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그래야 한다고.
--- p.30

그는 지금까지 다른 여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심지어 로즈에게도 주지 않고 단단히 쥐고 있던 것을 지니아에게 빼앗겼다. 영혼이라고 할까. 지니아는 그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가슴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그것을 땅 짚고 헤엄치듯 간단하게 꺼내 들여다보고, 진짜가 맞는지 한번 깨물어 보고, 정말 작다고 비웃고는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갖지 못한 것을 원하고,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 그런 다음 손에 넣은 것을 경멸하는 그런 여자다.
--- p.177

여자들의 머릿속에는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가 들어 있다. 여자들은 자기가 자기를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다. 이 세상의 지니아들은 이런 현상을 연구해 자기네 입맛에 맞게 비틀었다. 남자들의 환상에 자기들을 맞추지 않고 스스로 틀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꿈속으로 들어갔다.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의 꿈속으로도. 여자들을 보며 남자들만 환상을 품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환상을 품기 때문이다.
--- p.199

아무튼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무나 되고 싶지는 않다. 가끔은 단 하루만이라도, 단 한 시간만이라도, 어쩔 수 없다면 단 오 분만이라도 지니아가 되어 보고 싶다.
--- p.201

지니아는 우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을까? 토니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니면 반대로 우리는 지니아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을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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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짜릿함과 함께 재치와 통찰력이 곳곳에서 번뜩인다. 인간을 매료하는 욕망을 이야기하는 기발하고 기지 넘치는 작품이다.
- 더 타임스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철두철미하게 사악한 지니아는 여자로 환생한 리처드 3세다.
- 뉴욕 타임스
마거릿 애트우드 특유의 서술 기법과 관심사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최고작이 아닐까 싶다.
-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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