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영이를 좋아한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 속에서 하영이만 보인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눈길이 간다. 숙제를 하려고 교과서를 펼쳐도,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하영이의 얼굴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내 소원은 하영이와 사귀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 p.9
엄마 때문에 우리 반 예쁜이, 하영이와의 달콤한 시간도 망쳐 버렸다. 배에 물이 가득 차서 매콤달콤 떡볶이도 몇 개 못 먹었다. 엄마 때문에 창피해서 떡볶이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도 없고,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 엄마 때문에 이번 생은 완전히 망했다! --- p.19
“윽!” 귓불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하는데 갑자기 하영이가 코를 감싸 쥐면서 떨어져 나갔다. 아차, 음식물 쓰레기!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온다는 것을 깜빡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봉지를 만진 손으로 눈물, 콧물을 닦았으니……. 얼굴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 p.37
한참을 걸었을 때 안개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불빛과 가까워질수록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눈앞에 작은 오두막집이 짠! 하고 나타났다. 초인종이 고장 났으니, 그냥 들어오시오. --- p.52
‘일기장에 소원을 쓰면 이루어진다고?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정말 일어날까?’ 책상 위에 일기장을 내려놓으면서 요정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법은 믿는 사람한테만 효험이 있어.” 머릿속 어딘가에서 요정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p.65
배부르게 족발을 먹고 난 나는 일기장에 내일 아침에 먹을 반찬과 저녁에 먹을 반찬을 꼼꼼하게 적었다. 생각 같아서는 매일매일 배달 음식을 실컷 시켜 먹고 싶었다. 그동안 전단지를 보면서 꼴깍꼴깍 침만 삼키던 음식을 돌아가면서 전부 다 맛보고 싶었다. --- p.73
나와 하영이 이야기로 우리 반 단톡방이 소란스러웠다. 모두 나를 욕했다.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빈털터리가 된 것 같았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베개가 축축해질 때까지 울었다. --- p.81
“컹! 컹! 컹!”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이 커다란 개가 나무 위를 쳐다보면서 짖어댔다. 나는 혀를 쏙 내밀었다. 개는 잔뜩 약이 올라 나무 기둥을 몇 번 할퀴더니 돌아섰다. 그러더니 벤치 밑에 떨어진 소원 일기장에 관심을 보였다. “앗, 안 돼!” 커다란 개는 소원 일기장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우적우적 씹어 먹다가 일기장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 p.84
깨지고, 으깨지고, 흙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소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채소를 사면서 값을 깎기 위해 실랑이를 했을 엄마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네가 안 다쳤으니까 그걸로 됐어.” “돈 아깝잖아. 엄마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그래도 건우 너보다 중요하지는 않아!” --- p.89
아라가 물었다. 내가 뭘 좋아하느냐고? “나는 조아라 좋아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이 툭! 튀어 나와 버렸다. “지금 나한테 고백한 거야?” 아라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 p.97
이렇게 해서 두 개를 합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너의 편이야’라는 하트가 완성되었다. 이제 나에게도 ‘내 편’이 생겼다. 영원한 사랑도 좋지만, 내 편이 더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