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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3

의천도룡기 3

: 접곡의 선

[ 개정판 ]
김용 저 / 임홍빈 | 김영사 | 202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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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658g | 148*210*30mm
ISBN13 9788934920731
ISBN10 89349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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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그렇게 둘러댄다고 내가 믿어줄 듯싶으냐? 저놈의 눈을 네 손으로 찔러라! 그러지 않으면 네 부끄러운 일을 모조리 까발리고 말 테다.”
정민군이 싸느랗게 소리쳤다. 얘기가 이쯤 되자 기효부도 딱 부러지게 항변하고 나섰다.
“내 개인적인 일과 이 사건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는 거죠? 언니, 왜 자꾸 결부시키려는 거예요?”
“생각해보렴. 우리 모두 다 아는 일 아니냐? 여기 남들이 보는 앞에서 어떤 사람의 흠집을 들춰낼 것까지는 없겠지. 네 몸은 아미파에 있지만 마음은 마교에 가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기효부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난 줄곧 언니를 사저로 존경해왔어요. 언니한테 털끝만치도 잘못한 일이 없는데 어째서 오늘따라 이렇듯 모욕을 주는 거죠?”
“그럼 좋다! 만약 네 마음이 마교에 쏠려 있지 않다면 그 칼로 저 땡추중의 왼쪽 눈을 찔러서 증명해 보여라!”
---「11. 모진 여인의 독설은 창끝보다 더 날카로운데」중에서

“이크, 저런!”
여기까지 듣던 장무기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그 노파가 바로 황금 매화꽃의 주인이었단 말입니까?”
기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때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녀는 품속에서 황금으로 주조한 매화꽃 한 송이를 꺼냈다. 자그만 황금 매화 꽃송이. 그것은 바로 장무기가 호청우에게 보여주었던 것과 똑같았다. 장무기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며칠 동안 줄곧 상상해온 ‘황금꽃의 주인’은 분명 흉악하고 사납게 생긴 인물이었다. 그것도 뭇사람들에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지독스럽기 짝이 없는 고문을 가한 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한낱 중병 들린 가난뱅이 노파라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효부의 얘기가 계속되었다.
---「12. 금침과 약초로 고황에 든 불치병을 고쳐준다네」중에서

“무기야, 이쪽으로 와. 어서!”
장무기가 막 그쪽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아리라고 불린 소녀가 잽싸게 손바닥을 뒤집더니 그의 아래 팔뚝 삼양락(三陽絡) 혈도를 덥석 움켜잡았다.
“거기 서! 너 무기라고 했지? 성은 장씨고. 그러니까 장무기로구나! 안 그래?”
느닷없이 팔뚝 삼양락을 잡히는 바람에 장무기는 그 즉시 상반신이 찌르르하고 마비되더니 맥이 쭉 빠져 꼼짝달싹도 못 했다. 그는 놀라움보다 어린것에게 혈도를 제압당한 것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손 놓지 못해? 어서 날 놓아달란 말이야! 에잇, 참!”
이때 어디선가 느닷없이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효부야, 못난 것! 저쪽에서 오라는데 왜 안 가는 거냐?”
맑고도 카랑카랑한 목소리. 기효부는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당장 놀라움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13. 그대가 내 담장을 넘었어도 후회하지 않으리니」중에서

장무기의 말을 들으면서 양소는 처연한 기색으로 쓰디쓰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기효부에게는 훌륭한 지기지우였구나. 스승이 그렇듯 독한 손찌검으로 제자의 목숨을 빼앗을 줄이야……!”
“전 아주머님께 약속했습니다. 불회 동생을 반드시 아저씨한테 보내주겠다고.”
뒷마디 말에 양소의 몸뚱이가 흠칫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그것을 되뇌었다.
“불회 동생?”
후딱 고개를 돌린 그가 제 딸에게 물었다.
“얘야, 요 귀여운 것. 네 성이 뭐지? 그리고 이름은?”
“내 성은 양씨예요. 이름은 불회고.”
야무지게 대답하는 양불회. 그 말을 듣자, 양소는 갑자기 하늘을 우러르며 목청이 터져라 길게 부르짖었다. 비통에 잠겨 울부짖는 소리인지 기쁨에 겨워 터뜨리는 환호성인지 모를 야수 같은 울부짖음이 사면팔방에 쩌렁쩌렁 울리면서 나뭇잎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14. 길에 오르니 가는 곳마다 배은망덕한 이리 떼뿐일세」중에서

“여보게, 자네 지금 빙화도에 돌아가고 싶은 거지? 안 그런가?”
그러나 장무기는 즉각 대답하지 않고 망설였다. 이제 자기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물며 빙화도까지 가는 바닷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어 과연 그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망망대해 물결은 비정하기 짝이 없어 조금이라도 예측 못 할 재난이 닥치는 날이면 큰 파도 깊은 물속에 꼼짝 못 하고 장사 지내야 할 판인데, 주씨 댁 일가족에게 그런 위험을 무릅쓰게 한대서야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주장령이 그의 양손을 덥석 부여잡고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보게, 우리는 이제 남남이 아닐세. 소원이 있거든 탁 터놓고 솔직히 얘기해주게. 자네, 빙화도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
묻는 말투가 성실할 뿐 아니라 간절하기 그지없었다.
---「15. 기막힌 모략, 감쪽같은 비책도 일장춘몽이려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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