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하얀 사슴 연못

창비시선-493이동
황유원 | 창비 | 2023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792
베스트
시/희곡 top100 1주
정가
11,000
판매가
10,45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22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4930
ISBN10 89364249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삼청동 카페 이층 창밖 빈 나뭇가지에
텅 빈 말벌집 하나 매달려 있었다
벌써 다 그친 줄 알았던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고 있었고
말벌집은 그것이 매달린 가지의 흔들림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카페에선 늘 음악이 들려오고 있고
음악이 들리면 뭔가 진행되는 것 같다
침묵이 침묵을 깨뜨리며 잠시
활동하는 것도 같다
(…)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새하얀 벌떼 같았지만
말벌집이 벌들이 들어가 쉬어야 할 집 같았지만
눈은 말벌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말벌집은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따라
흔들리고만 있었다
여름에 왔었다면 저게 저기 있는 줄 알 수
없었겠지 헐벗은 말벌집
안에 든 저 어두컴컴한 것은 또 대체 무엇일까
---「낮눈」중에서

눈사람에서 사람을 빼고 남은 눈이
녹고 있는 놀이터
사람이 없어질 거란 생각보다
사람이 없으면 눈사람도 없을 거란 생각이
놀이터를 더욱 적막하게 만들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눈사람은 아무 미련 없다는 거
눈사람은 녹아가면서도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의 기억을 품고 있고
이번 생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쩌면 그런 생각만이 영영 무구하다는 거
사람이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눈과 사람의 합산
오직 사람이 만들어낸 눈사람만이
천국에 간다는 거
---「천국행 눈사람」중에서

한밤중에 뜨거운 물 끼얹으면
좋은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사실 그건 생각이 아니라 기분인데
기분이 꼭 생각인 것만 같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분이 꼭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생각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눈사람이 제 몸에 뜨거운 물 끼얹어
아래로 평등하게 고이게 된 물이
잘 정리된 생각인 것만 같다
오늘 밤 사라진 육체야말로
지상 최대의 생각인 것만 같아
생각은 육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은 애초에 육체의 몫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주가 느끼는 기분
생각을 잘 정리해놓고 죽어야지
---「눈사람 신비」중에서

초겨울 추위 속에 교회 종이 한번 뎅그렁,
내면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오늘 나의 존재는 종소리 울려 퍼지다 희미해지는 데까지

한겨울 추위 속에 교회 종이 한번 뎅그렁,
내면에 몰아치는 눈보라 소리를 들으며
내일 나의 존재는 도자기잔 속으로부터 대기 중에 울려 퍼지다
대기와 뒤섞여 더는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지점까지

뜨거운 물과 오렌지 향이 나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와
나의 전신에 퍼져나가는 이 겨울

지금 차가운 창밖으로 고개 내밀어
네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데까지가 나의 내면
추위로 얼굴 온통 얼어붙고
너의 흰 뼛속에 스민 추위가 스미고 스미다
희미해지는 데까지가 나의 전신
희미해지다 마는 곳 너머까지가 너의 영혼
---「틴티나불리」중에서

참 좋다
주위를 둘러보면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 천지이지만
돌아갈 곳 아무 데도 없어도
집도 절도 없어도
돌아가고 나면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한다는 거

누구나 결국 돌아가고
누구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
어디로 돌아갔는진 모르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처럼 그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년 사이에만 해도 정말 다들
돌아가셨다는 거
말은 가끔 씨가 되고
돌아가시다,라는 말이 있어
우리 모두
돌아갈 곳 생긴다는 거
---「돌아가셨다는 말」중에서

백록담이라는 말에는 하얀
사슴이 살고 있다

이곳의 사슴 다 잡아들여도 매해 연말이면 하늘에서 사슴이
눈처럼 내려와 이듬해 다시
번성하곤 했다는데

이제 하얀 사슴은 백록담이라는 말
속에만 살고
벌써 백년째 이곳은 지용의 『백록담』 표지에서
사슴 모두 뛰쳐나가고 남은
빈자리 같아

(…)

어인 일일까
백록담,이라고 발음할 때마다
살이 오른 사슴들이
빈 표지 같은 내 가슴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와
마실 물을 찾는다

놀랍게도 물은 늘
그곳에 있다
---「하얀 사슴 연못」중에서

오늘 아침
가슴에 한쪽 손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사슴 뛰는 소리 들려온다면
그건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삶을 향해 마구 돌진하고 싶다는 뜻이고
삶의 푸른 풀을 마구 뜯어대고 싶다는 뜻인데

그렇게 사슴 다 뛰쳐나가버리고 나면

마침내 홀로 남겨진
텅 빈 가슴속
고요

그 고요의 한복판에서
오늘은 문득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사슴 머리 여인숙에서」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깜짝 놀랐다. 갑자기 내 앞에 소리 극장이 펼쳐진 것이다.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소리들이 시인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적어도 음악가인 나에겐 그랬다.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시인은 소리의 아주 섬세한 차원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시라는 게 ‘시’라는 이름을 갖기 전엔 이런 게 아니었을까? 세상의 많은 시를 읽어봤지만, 이토록 소리로 충만한 시가 있었을까 싶다. 심지어 시인이 ‘향’, 즉 냄새와 ‘맛’을 말할 때도 소리는 들린다. 또한 시인이 들려주는 소리를 통해 시인과 나의 옛 시간이 겹치고 서로 대화한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지만 무척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이런 경험이 이 순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이른바 ‘예술’이라 하는 인간 활동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 최우정 (작곡가)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45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