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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선 | 창비 | 2023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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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98g | 140*210*12mm
ISBN13 9788936457242
ISBN10 893645724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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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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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기다려』에는 나의 바람이 담긴 문장이 숨어 있다.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전하는 나의 마음이. 그 문장을 발견해 줄 모든 분들께, 미리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큰 사거리에 있는 라이프비욘드 건물은 외벽에 건조한 시멘트가 발려 있었다. 채원은 건물 아래에 꾸며진 정원을 지나쳐 자동 회전문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화사한 천장 조명으로 실내 전체에 빛이 환했다. 눈길이 전광판에 닿았다. 마침 사후 가상 현실을 보여 주는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마세요. 여기서라면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 엄마, 사랑해.
배우 A가 어머니의 어깨를 부여안은 채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역시 살아 있는 사람처럼 A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 p.10

그때 알았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곁에 있던 존재가 한순간에 예고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 p.49

채원은 메시지를 보낸 계정인 @weightless를 검색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계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너도 거기서 편안하니?
채원은 마지막 질문이 자신을 향한 물음인 듯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아니, 난 절대 편안하지 않아.’
채원은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 p.82

“어째서 아름다운 것들은 금세 사라지는 걸까.”
채원은 우주를 돌아보았다.
“너에게 아름다운 건 뭔데?”
“고양이 공기, 저녁이 되면 편의점 뒤 나무에 걸치는 노을, 풍경 소리, 바람, 그리고…….”
“다 잡히지 않는 것들이네. 잡을 수 없는 것…….”
--- p.117

현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주는 현조의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냥 기다려 주고 싶었다. 현조가 충분히 슬픔을 쏟아 낼 수 있도록.
--- p.163

채원은 마이월드에서 로그아웃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마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바다 물결 위에 빛이 반짝였다. 사람들은 저 빛을 윤슬이라 불렀다. 채원은 팔을 뻗었다. 자신을 감싸는 바람과 냄새를 잡으려는 듯이. 채원은 가상 현실에 있을 윤슬을 생각했다.
‘윤슬아, 거기서 넌 어떤 모습이니. 보고 싶어. 널 만나고 싶어.’
채원은 이제 안다. 마이월드 안에 바람과 파도를 만들어 윤슬을 불러온 건, 자신이었다는 걸.
--- p.174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우주가 물었다.
“돌아오기 위해서.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는 거 아닐까.”
“네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우주의 질문에 채원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나. 진짜 나.”
--- p.196

“만약, 만약에 말이야. 언니보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혹시라도 내가 그리워서 라이프비욘드에 있는 날 보러 오게 된다면, 언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무슨 말?”
“나를 언니 가슴에 간직해 줘. 그리고 언니는 언니 인생을 살아. 언니는…… 언니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멋지고 행복하게. 그렇게 될 수 있게 내가 빌어 줄 거야. 세상 어디에 있든 난 언니를 응원할 거야.”
--- p.204

채원은 분수대 가운데 서서 눈을 감았다. 깊은 어둠 속에 있었을 윤슬과 우주를 떠올렸다. 몸에 가느다란 바람이 닿았다. 바람은 지구를 벗어나지 않는다. 잠잠해졌다 거세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여행자들처럼 세상을 돌고 돌 뿐이다. 지난날 윤슬과 함께했던 바람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슬과 나눈 시간과 바람은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채원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p.214

채원 아바타는 냉동실 문을 열고 투명한 얼음에 감싸인 하얀 꽃을 꺼냈다. 채원과 우주의 아바타는 그 꽃을 들고 섬을 둘러싼 물가에 다가섰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따서 흐르는 물에 띄웠다. 꽃잎은 빛처럼 반짝이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흘러내렸다.
--- p.22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채원은 사후 가상 현실 회사 ‘라이프비욘드’로 기록을 하러 간다. 이곳에 올 때마다 채원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윤슬을 생각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 채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주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다. 윤슬이 좋아하던 커피우유부터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 길고양이에게 붙인 ‘공기’라는 이름까지, 우주에게서는 왠지 윤슬과 관련이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우주와 윤슬은 어떤 사이인 걸까? 우주는 채원과 윤슬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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