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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시간

창비시선-494이동
김해자 | 창비 | 2023년 11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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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98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4947
ISBN10 893642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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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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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곱다 고와,
봉고차 장수가 부려놓은 몸뻬와 꽃무늬 스웨터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말

먹어봐 괜찮아,
복지에서 갖다주었다는 두부 두모
꼬옥 쥐여주는 구부러진 열 손가락처럼
뉘엿뉘엿 노을 지는 묵정밭 같은 말

고놈 참 야물기도 하지,
도리깨 밑에서 튀어 올라오는 알콩 같은 말
좋아 그럭하면 좋아,
익어가는 청국장 속 짚풀처럼 진득한 말

(…)

벼 벤 논바닥 위로 쌓여가는 눈 위에 눈
학교도 회사도 모르는
마늘에서 막 돋아나는 뿌리처럼
늘 희푸른 말
---「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중에서

등기권리증이 통하지 않는 거주지
이 공화국엔 형형색색 깃발들이 나부낀다
기지개 켠다 벌과 나비도
추위와 배고픔을 증명하지 않아도 기초수급은 된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지만 법은 지켜진다
찌르지 않는다 화살나무 가지마다 화살 빽빽해도
상사화 잎과 긴병풀꽃은 무사하다

(…)

연푸른 혀들이 공중을 소요한다
붉고 노란 꽃 무더기들이 산비얄을 내려온다
싸리 순과 다래 순과 산고추나물이 텃밭에 부려진다

제 이름으로 땅 한뙈기 소유하지 않아서
사시사철 산은 보살들 것이다
텃밭 공화국이다
---「연푸른 혀들」중에서

꽃이 졌습니다
붓끝이 뭉개져버린 자리마다 폐허,
시들어버린 노래

(…)

내겐 수용소에서 죽어간 어머니와 아버지
재가 된 금빛 머리카락
어린 누이가 없지만
파울 첼란, 나는 당신을 따라 기도합니다
나를 위해 아무도 아닌 자들을 위해
저 거짓의 말들을 꺾어주소서
솎아내주소서 이 사람의 말을
---「파울 첼란에게」중에서

때가 되었다 가자,
흰 털은 희게 검은 털은 검게 단장하고
곱게 그들을 맞이하러 가자
가는 털마다 방울방울 떨리는 목소리
하나뿐인 심장을 알아들으려면 귀 달린 입술이 필요하고
거슬러가기 위해선 오래 걸어야 한다 미래를 낳기 위해선

(…)

벽은 뚫으라고 있는 것이다 뚫기 시작하면 이미 벽이 아니다
우리들 머리 위에서 내리누르는
거대한 벽에 빛이 새어들게
구멍을 뚫자 참을성 있게
하나뿐인 부리로
곧 새로운 새벽이 깨어나리라 한 세계가
솜털 보송보송한 너와 나의 미래

차고 넘치는 결여여,
우리는 한밤중에도 들을 것이다
번갈아 언 발 떼며 알 데우는 소리
지난한 희망이여,
우리는 한낮에도 얼음장 밟는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바위뛰기펭귄」중에서

2023년 8월 24일,
인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
엘니뇨, 미래의 소년들이여,
너희 선조들은 핵물질을 열배 희석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넣기 시작했다
삼십만년 동안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

너희가 살아갈 바다를 서서히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른들끼리
훔쳤다 너희들이 먹고 살 미래의 시간을
권력은 결정했다 집단자살의 길을

(…)

여기에 있는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십년 삼십년 육십년 백년 후에 올 너희의 목숨이지
미래의 너희 부모가 지금 우리의 자식들인 것처럼
바다와 땅과 공기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땅과 바다와 사람은 한 몸으로 이어져 있기에

오, 엘니뇨, 따듯한 바닷물 같은 소년이여,
너희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모래집을 지을 수 있을까
내가 만나지 못할 삼십년 후 소녀들이여, 미안하다
우리는 아직 이 죽음의 길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중에서

묵은눈이 밤새 마술처럼 사라진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어제오늘 내린 눈도 아니고 도둑눈 가랑눈 떡눈 진눈
눈이란 눈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쇠눈 숫눈 생눈 사태눈
겨우내 쌓이고 얼어 돌탑이 된 얼음덩이가
한순간에 녹아버린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두부 속으로 들어간 혀처럼 눈 속으로 슬며시 잠입한
뜨거운 입김들의 깊숙한 혁명을
(…)
꽝꽝 얼어붙은 눈은 속에서부터 스러진다
층층이 쌓여온 눈은 밑에서부터 삭아내린다
어느 날 갑자기 폭삭 주저앉는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상복 벗어 던지는 소리
들판이 새파랗게 술렁인다
봄이 일어선다
---「상복(喪服)」중에서

다시 삶으로 복귀하겠다는 농담이란 신음의 뒷면
고통을 잠시 웃겨서라도 살아야겠다는,
그 한방울의 젖은 웃음 위에
나는 돛단배를 띄웠다
말라붙은 바다 위에서 돛이 펄럭거리고
희디흰 한필의 옥양목에서 한없이 풀려 나오는 노래

몇조각 남은 갑판에 올라서서 나는 가까스로 노래 부른다
오늘 노래는 액체로 흐르고 아직 부를 노래가 남아
농담처럼 살아남은 나는 신의 음식
신음을 들이켠다 웃으며
---「농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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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의 시는 아프다. 그는 한 손에는 현미경을, 다른 한 손에는 망원경을 들고 세상의 병든 부위만 골라 보겠노라 작정한 사람 같다. 때론 미시적으로 때론 거시적으로 삶과 세계의 비극을 증언하려는 시인의 두 눈은 조용하지만 맹렬히 타오르는 촛불을 닮았다. 시집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숨통을 조여오는 현실이, 가혹한 매질을 견디는 존재가 보인다. 그러나 그 있음이 무력하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비루하더라도 비천하다고는 끝내 말하지 않는 자존(自尊)이 그의 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수차례 ‘시간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내 것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단정해왔던 세상을 “육독(肉讀)”하는 법을 배웠다. 온몸 온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 있어 이곳의 내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이 투쟁의 언어들은 화살처럼 나아간다. 시여, 무엇을 뚫으려는가. “늘 희푸른 말”(「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을 향한 시인의 염원이 형형한 사랑으로 빛난다.
- 안희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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