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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공존의 교실

: 다 함께 꽃피는 미래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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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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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25*205*20mm
ISBN13 9791164251599
ISBN10 116425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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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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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다문화 학생 비율이 과반수인 학교에 근무하게 되었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매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실시했다. 나 또한 교원 대상 다문화 교육 연수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새로웠다. 낯선 세상에 내던져진 듯했다. 내가 알고 있던 다문화 교육은 무엇이었나. 내가 이제껏 만나본 다문화 학생은 ‘결혼 이민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으로 생겨난 가정’의 자녀 뿐이었다. 나는 나 자신의 경험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p.6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 반에 러시아 친구 이리나가 새로 왔다. 외모는 한국인과 차이가 없었지만,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리나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교생활에 차차 적응했다. 한국어 학급에서 수업도 받게 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단 하나, 2학기가 되어서도 내가 이리나를 위해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김’이다. 한국인과 외형적으로 똑같은 이리나는 김 챙김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 p.23

지현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돌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늦게 한국에 들어와 또래보다 2살 많고 한국어가 셋 중 가장 서툴렀다. 이 아이들과 첫 번째 야외활동으로 선택한 곳은 도서관과 서점이다. 소라, 현지, 지현이는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 p.39

우리 반 이반과 옆 반 친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같은 언어권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서 놀다가 말이나 행동이 과격해지면서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잘 놀다가도 다투는 게,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노는 게 아이들이다. 상황을 알려주고 도움을 요청한 친구는 우리 반 솔라다. 솔라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리 반 친구 중 한국어를 가장 능숙하게 구사한다. 교실 속 통역사뿐만 아니라 학습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 p.51

다른 국적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진화의 일상들은 같은 땅에서 태어나 자란 대부분의 한국 가족과 조금은 달라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같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진화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진화의 깊은 내면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모니터를 붙잡고 처리해야 할 일들에만 급급한 나는 그에 비교하면 얼마나 모자란 어른인가.
--- p.64

소수자로 살아가는 외국인, 그중에서도 소수자가 있다. 그들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 학교 6학년 시리아인 하미드는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이웃 주민이 하미드가 자전거를 훔쳤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실제 하미드는 버려진 자전거를 개량한 것뿐이었다. 다른 외형과 투박한 말투, 거친 행동을 하는 외국인은 ‘도덕적으로도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한다.
--- p.80

아랍계 친구들은 자신들만의 끈끈한 유대가 있다. 무함마드가 루이젠의 대변 실수를 알고 나에게 귀띔해 주었다. 그날, 교직 생애 처음으로 ‘1학년 담임 교사’의 진면목을 맛보았다. 아이들에게 간단한 자율 활동을 안내한 뒤 루이젠과 교실을 나왔다. 학교에 샤워실이 없어서 화장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정리를 시작했다. 키가 큰 편인 루이젠의 몸은 초등학교 3학년은 족히 되었다.
--- p.95

유화는 중국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7살 때 한국으로 왔다. 정규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실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다. 부모님 모두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한국말을 잘하셨다. 부모는 모국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 지낸 자녀는 그렇지 않다. 훈육 방식에 대한 생각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 p.98

영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영지의 마음이 보인다. 영지는 러시아어 특유의 강세에 익숙하지 않아 러시아어를 소음으로 느낀다. 학교 수업 시간에 러시아어를 주고받으며 떠드는 외국인 학생들이 싫다. 영지의 불편함을 이해한다. 다만 나는 억지로라도 외국인 학생들을 떼어 놓는게 맞는 것인지 고민한다. 한국인 친구들도 친한 친구들과 모여서 놀고 모국어로 대화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 p.105

우리나라는 결국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학교 교실은 미래의 교육 현장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학교에서 몇 년 동안이나 생활했으면서도 외국인 친구들을 타자화시키는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아이들도, 교사인 나도 이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 p.105

TV나 다문화 관련 서적들을 접할 때면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매체에 등장하는 다문화 아이들은 대체로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묘사된다. 학교에서도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고 늘 주눅 들어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매체가 그렇게 다루는 이유는 대부분 공동체 구성원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전교생 과반수가 다문화 학생인 우리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다문화’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거나 소외되지 않는다. ‘다문화’라는 배경이 전혀 특이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 p. 139

국적이 달라도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인 아이들은 러시아어를 함께 쓰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4명의 아이는 이미 한국어 학급에서 2년간 공부를 한 뒤 환급했다. 다만 아이마다 한국어 해득 수준은 다르다. 한국인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각각 다르듯 외국인 아이들도 언어 습득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p.147

우리 학교에는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기 민망할 정도로 외국인 아이들이 많다. 다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외국인 아이라도 같은 모국어를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언어를 넘어 자신들만의 단단한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 p.156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국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는 마르시니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렸다. 마르시니는 낯선 한국 땅에 와서 한국 학교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느라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한국어 학급에서 일반 학급으로 돌아올 만큼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한국에 적응한 교실 속 외국인 친구들을 보며 소외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번역기나 학생들의 통역으로는 한계가 있다.
--- p.162

다문화 학생은 친구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그나마 접할 수 있는 다문화 학생은 어머니가 동남아 계통의 외국인인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경제적인 상황 또한 열악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아이의 가정 또한 그랬다. 친구들과 외형적인 차이는 없었다. 다만 자신감 없는 태도, 주눅 든 표정, 어눌한 말투 등으로 아이들에게 소외되었다.
--- p.179

우리 학교 학군은 외국인들의 주 생활 근거지로 다문화 배경의 학생들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다문화 학생은 자신이 ‘소수자’라서 의기소침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 학생들끼리 뭉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특별히 행색이 초라하다거나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한국인만 있는 교실에서도 가정 배경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편차 정도라고 생각한다.
--- p.180

다문화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 사회는, 교육 현장은 그 속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학교와 같은 특별한 학교의 상황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대다수의 학교 현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학교와 같은 상황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 p.182

현재 학교 근무 첫해는 교직 생애 ‘첫 경험’을 가장 많이 했던 해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으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해 왔지만, 실제 삶 속에서 쌓인 경험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다문화 교육서들은 교실 속 1~2명의 소수자인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라 우리 학교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내가 모르던 세상이었고, 그렇기에 늘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을 통해 다문화와 다문화 가족의 범위, 다문화 교육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 p.187

낯설게 느껴졌던 학교의 풍경과 수업들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교실 속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특별한 반감이나 낯섦이 없다. 다른 문화의 친구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하고 즐겁게 생활한다. 외국인들과 다문화 가정을 많이 접해본 경험 덕분일 것이다. 낯선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다문화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 p.188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가정에선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가 많았고 이혼 가정도 많았다. 우리 학교에서는 외국인인 어머니가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 어머니에게 한국인 아버지는 언어적, 문화적으로 한국 사회로의 가교 구실을 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에 직면한 후 외국인 어머니는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다.
--- p.195

한국어 능력은 학습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한국어 능력이 좋으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언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서 친구들과 원만하게 상호작용한다. 모국어와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교사를 대신해 통역사 역할을 맡기도 한다. 학업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친구들을 도와준다. 한국인 교사와 외국인 학생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해 주니 나로선 고맙다.
--- p.199

외국인에게도 등급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외국인이 많아져서 그 마을을 떠난다. 어떤 사람은 외국인을 찾아가 돈을 주고서라도 그 언어를 배운다.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에 마을이 슬럼화되었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 그 말은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프레임 안에 그들을 가두어 바라본다는 표현과 같다. ‘보이지 않는 폭력’ 같다.
--- p.206

교육 현장에 계시는 모든 교사가 아이들의 의미 있는 성장을 위해 열정을 쏟는다. 교사의 권위가 사라진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동료 교사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싶다. 근사하고 쓸만한 이야기만 담아낸 것 같다. 책에는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걸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힘든 마음 가운데 있는 동료 교사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교사가 되길 주저하거나 교사가 되길 꿈꾸는 많은 예비교사의 마음에 작은 꽃이라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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