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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헤는 밤

: 앞서가는 세월을 지켜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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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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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44g | 110*178*13mm
ISBN13 9791198502506
ISBN10 119850250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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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산책을 나가거나, 개고양이를 기른다고 말하면 으레 듣는 질문에 나는 항상 대답을 머뭇거렸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나이를 세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고 싶지 않았다. 남은 세월을 계산하면서 마음 졸이고 싶지 않은 내 욕심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웹 드라이브를 보다가 무무의 첫 사진을 찍은 날짜가 2012년이라는 걸 알게 됐다. 3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무무는 늘 7살이었다. 아이의 세월을 애써 외면하며 도망치다 단단히 붙잡힌 나는, 다시 아이들의 나이를 세기 시작했다.

“강아지, 고양이는 몇 살이에요?”
“강아지는 13살이고, 고양이는 10살이에요.”

세월을 인정하니, 나를 지나쳐 저만치 훅 앞서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래도 이제는 마주해야 한다. 너희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세월을 보는 일」중에서

아이들에게 딱 하나,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신중하게 고민하고 답해야 할지어다. 팔과 다리가 무지하게 많은 전지전능한 신이 번뜩이는 눈을 치켜뜨며 나에게 명하오니, 나는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그에게 대답한다. 신이시여,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언니 나 아파’ 이 한마디면 됩니다. 아이들은 사소한 행복은 여과 없이 티 내면서, 아픔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아픔이 쌓이고, 또 쌓이고 나서야 “나 아파”라는 말 대신 차가운 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몸을 한껏 웅크리는 존재의 미련함을 보았는가. 나는 그걸 아이들을 통해 보게 됐다.

아주 작은 아픔도 팍팍 티가 났으면 좋겠다. 산책에 눈이 동그래지고, 간식에 환호하는 것처럼, 아프냐는 말에도 어느 형태로든 대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밥을 안 먹기 전에, 산책을 거부하기 전에, 침대에 숨어서 나오지 않기 전에 ‘언니 나 아파’라고 말해줄 수는 없을까. 아픈 와중에도 내 얼굴을 보면 골골송을 부르고, 꼬리를 흔드는 불필요한 낙천성 덕에 아이들 아픔은 늘 가늠하기가 어렵다.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날 보는 무언의 눈동자에 전능하지 못한 인간임이 무력하고, 원망스럽다.
---「참을성 많은 존재의 미련함」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공이는 현재를 보드랍게 포착하는 남다른 능력을 가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이 특별한 재주를 자신의 반려동물들, 도리와 무무에게서 배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칫 그냥 떠내려보낼 작은 순간들을 들여다보고 찬찬히 쓰다듬는 작가의 감각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곁에 있는, 혹은 있었던 존재들의 소중한 촉감을 좀 더 또렷하게 각인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하다가 중얼거렸다. 응, 그러네. 바람 속에서 풋코 냄새가 나네.
- 정우열 (웹툰작가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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