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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나의 체험적 미술 교육 이야기: 실기와 이론, 창작과 감상의 조화 / 유홍준 · 이것은 ‘미술’일까요? / 목수현 · 공대생이 미술관에서 이성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비주얼 리터러시 / 우정아 · 풍경 속에서 미술하기 / 이성원 · 미술관에서 자라는 아이들 / 김이삭 · 마음을 그려 줄게 / 주리애 · 모두를 위한 미술 / 송혜승 · 그려 보니 솔찬히 좋구먼 / 김중석 · 긍정적 상상의 힘 / 이재경 · 미술이 설마 우리를 구원할지도 / 노길상 |
저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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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표현, 깊이 있는 감상
학교 안에서 펼쳐진 색다른 미술 수업들 표현과 감상. 미술에서 우위를 가릴 수 없이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 책에는 중고등학교부터 대학 강단까지, 제도 교육 안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장을 열거나 작품을 감상하며 느끼는 막연함을 해소하려 노력한 수업들을 담았다. 미술 평론가 유홍준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자신의 작품을 창작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하던 학생들이 창작욕을 펼칠 수 있게끔 허수아비를 만들어 오라고 했던 일, 우리 미술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펼쳤던 강연 등을 이야기하며 이상적인 미술 수업은 실기와 이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것은 ‘미술’일까요?” 미술사학자 목수현이 주먹도끼, 빗살무늬 토기같은 유물 사진을 보여 주며 학생들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현대에 들어 난해해지는 바람에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미술이 사실은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예술임을 알려 준다. ‘이성 친구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공대생들이 미술 수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다. 미술사학자 우정아는 일찍이 진로를 이공계로 정한 까닭에 미술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그러나 알고 싶어 하는) 공대생들에게 이미지를 읽고 깊이 있게 감상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자연미술’로 명망을 얻은 교사 이성원은 자연물을 이용해 연출하고 싶은 장면을 만든 후 사진을 찍어 제목을 붙인 수업 활동기를 들려준다. 자기 머리에 꽃을 꽂는 등 솔선수범하여 망가지고, 하릴없이 쉬는 아이들에게도 다가가 격려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이우학교 교사인 노길상은 마음껏 그리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잘’ 그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표현 욕구에 주목해 진행한 수업을 소개한다. 화선지를 접어 먹을 흘리는 간단한 활동을 통해 동양화를 탄생시키거나, OHP 필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점을 찍어 점묘화를 완성하는 수업은 간단한 작업으로 멋진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도 시도해 봄 직하다.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학생을 찾아 나선 미술 수업들 수업에는 교사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려는 이가 있어야 한다. 이 책에는 미술의 효용을 모르던 이들과 수업을 하고, 이들이 점차 미술을 즐기는 모습을 확인하며 보람을 느낀 필자들의 사례들을 담았다.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을 운영하는 김이삭은 미술관이 학교 밖 미술 수업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좋은 작품을 관람하고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미술 수업이며, 미술관이 이런 수업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임을 말한다. 미술치료를 연구하는 주리애는 청소년과 함께한 미술치료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음을 닫은 채 방문한 청소년의 모습에서 ‘돌멩이’를 떠올리고는 이를 그려서 보여 주는 것으로 미술치료는 시작된다. 좀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를 이미지로 나타내며 마침내 마음을 열어 내는 치료 과정은 미술이 지닌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송혜승은 시각 장애아들과 함께한 미술 수업을 소개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어 가며 인형으로 표현하게 하고, 공간 감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블록으로 사람·나무·건물·집을 만들며 상대적인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 글은 앞을 보기가 어려우니 미술 수업 역시 쉽지 않으리라 생각할 법한 독자들에게 미술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신선하게 환기시킨다. 화가 김중석은 문해 교실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렸던 경험을 들려준다. 처음에는 못 그린다고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들이 꾸준한 수업을 거쳐 마침내 자신의 그림책을 만들고 순천과 서울, 미국에서 전시까지 열게 된 과정을 썼다. 글자를 몰라 세상과 단절되고 위축되어 있던 할머니들이 그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대표 이재경은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경험을 소개한다.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범죄에 쉽게 노출됐던 아이들을 필자는 편견 없이 대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에 미술 수업은 위기 청소년에게 더욱 필요함을 강조한다. 미술 수업을 하려는 독자, 미술 수업을 만나려는 독자를 위한 책 이 책은 미술이 학창 시절 잠깐 배우고 마는 교과목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창작·연구·비평·전시·사회사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글을 모으며 우리 삶 곳곳에 미술은 포진해 있고, 이와 만난 수업은 우리를 미술의 세계로 이끌어 줄 도슨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편의 글을 통해 필자들은 미술의, 미술 수업의 여려 효용을 알차게 짚어 낸다. 미술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보는 감각을 길러 주고, 머리를 식히며 여유를 갖게 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교육 현장에서 미술 수업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의 삶을 행복하게 이끄는 실마리는 물론, 미술 수업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미술에 정답은 없으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해도 좋다는 점도 강조한다. 아울러 미술을 즐기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머뭇거리는 독자들에게 미술에 다가가기 위해 가져야 하는 것은 자유롭고 열린 마음임을 강조한다. 이 또한 정답이 없기에 자신의 능동적 해석을 믿어 보라고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