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순한 먼지들의 책방

순한 먼지들의 책방

창비시선-498이동
정우영 | 창비 | 2024년 02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684
베스트
시/희곡 top100 2주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64g | 125*200*7mm
ISBN13 9788936424985
ISBN10 89364249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이는 어찌 저리 환할까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비결을 찾았어요. 날마다 맑은 햇살 푸지게 담아 드시더군요. 설거지한 그릇 널어 바짝 말리고는, 마당 그득히 쏟아지는 햇살 듬뿍듬뿍 받는 거예요.

햅쌀보다 맛나고 다디단 햇살들을요.

봄에는 봄 햇살, 여름에는 여름 햇살, 가을 겨울에는 갈겨울 햇살, 그릇에 넘치겠지요. 구름 그림자 놀다 가고 바람은 자고 가고 꽃 냄새, 두엄 냄새는 쉬었다 가겠지요.

이보다 영양가 높은 곡식 달리 더 있을까요. 아무리 비우고 비워도 또 고봉으로 쌓이지요. 위봉산 넘어온 저 햇살들, 자연의 찬란한 햅쌀들.

함께 사는 소양이하고만 먹기 아까워서 여기저기 기별합니다. 냥이야 제비야 집 나간 모란아, 밥 먹으러 와. 내가 맛있는 햇살밥을 지었단다
--- 「햇살밥」 중에서

세상에 좀 부딪치셨나 봐요.
담적도 쌓였구요.
신간은 아주 너덜너덜하네요.
옆구리도 새는군요.
깊게 헐어서 때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잘 버티셨습니다만 수선비가 만만찮겠어요.
감당하실 수 있을까요.
눈과 귀는 견적이 안 나옵니다.
무엇을 보느라 그랬을까요.
각막을 갈아 끼워야겠는데요.
맞는 게 있을까 싶습니다.
귀는 거의 삭았군요.
새것으로 바꾸는 게 나을 듯합니다.
비싸긴 해도 선명히 들릴 거예요.
늙어서는 귀가 순해야지요.
거스르면 외톨이로 거꾸러지기 쉽습니다.
--- 「늙은 감나무의 새끼발가락」 중에서

여기저기 떠다니던 후배가 책방을 열었어.
가지 못한 나는 먼지를 보냈지.
먼지는 가서 거기 오래 묵을 거야.

머물면서 사람들 남기고 가는 숨결과 손때와 놀람과 같은 것들 섞어서 책장에 쌓고는, 돈이나 설움이나 차별이나 이런 것들은 걷어내겠지. 대신에, 너와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지구와 함께 오늘 여기를 느끼면서, 나누는 세상 모든 것과의 대화는 얼마나 좋아, 이런 속엣말들 끌어모아 바닥이든 모서리든 책으로 펼쳐놓겠지.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하잖아.
지상 어디에도 없을,
순한 먼지들의 책방.
--- 「순한 먼지들의 책방」 중에서

환멸을 견디느라 물든 심장들 어루만진다. 붉게 젖은 슬픔이 손바닥 타고 올라 퍼진다. 떨리는 입 들어 하늘에 고하려다 접는다. 찬찬히 둘러보니 다들 묵언참선 중. 꼿꼿이 말라가며 심은 발원들 환히 맺히소서. 한걸음 물러나 읍하고 들어오는데 시큰한 향이 방 안까지 따라와 고물거린다.

본래 없던 향기마저 터뜨려 경각 들추는
꽃들, 저 꽃들에게 나는 무엇일까
--- 「동백이 쿵,」 중에서

온몸의 진기를 다 내어주고 살랑살랑
땅 위에 내리는 나뭇잎 보자기들.

잘 자고 깨어나 설레거라,
땅속 것들 다독이며 숨 가쁘게 헐거워져요.

오늘 아침에는 바스러지며 막 발바닥을 간지럽히던데요.
모레쯤에는 스며들어 텅 비지 않을까요.

태초의 고요를 지나면 다시 활활,
혼돈으로 끓어넘칠 테지만요.
--- 「나뭇잎 보자기」 중에서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들이 호소합니다.
내 사람을 찾아달라고.
어떤 운동화는 급히 가야 하는 사람처럼
뒤꿈치를 연신 꼼지락거립니다.
보내달라. 가야 한다.
저기에 내 사람이 있다.
혀를 빼어물고 흐느낍니다.

(…)

앞으로 나란히 나란히 놓아도
눈들은 뒤로 뒤로 달려가
쓰러진 내 사람을 좇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을.
가슴이 으스러져 황망히 져버린 눈망울을.
돌아올 수 없는 허공을 맨발로 넘어선 청년을.

발 잃은 내 사람이 언제 올지 몰라.
마치 죄인처럼 축 늘어져
운동화들이 신발 끈 추스르고 있습니다.
덜컥거리는 심장 간신히 움켜쥔 채.
--- 「저기에 내 사람이 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에게 시는 아름답고 쓸모없는 참견
돈의 논리만 유용하다 떠드는 세상에 자꾸 끼어드는
‘망초꽃’과 ‘동백’과 ‘햇살밥’의 환한 고요

시는 고장난 ‘뻐꾸기시계’
세상 떠난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라고
아무 때나 울어대는 시계

시는 벗겨진 운동화 한짝
맨발로 뛰어가다 쓰러진 청년을 가리키며
“저기에 내 사람이 있다” 흐느끼는,
아무 데도 못 가는 기다림

그에게 시인은
해진 삶의 옷을 걸치고 가는 모든 이를 쫓아가서
그 옷들을 대신 걸치고 갓 지은 시의 옷을 벗어주는 사람

그러니까 시는 ‘먼지’의 사랑이다
어떤 견고한 고통도 먼지가 될 때까지 돌보겠다는 맹세
그 영원하고 순한 사랑을 믿는 이가 정우영 시인이다
- 진은영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