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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 나의 해방일지와 미투 운동의 탄생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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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44g | 140*200*30mm
ISBN13 9791198278272
ISBN10 119827827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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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당혹감에 휩싸여 충전기에 꽂혀 있던 핸드폰을 와락 집어 들었다. 게시글을 올린 친구가 전후 사정을 빠짐없이 썼기를 바라며, 보다 꼼꼼하게 한 번 더 글을 읽어 내려갔다. 친구가 나와 먼저 의논하지 않고 글을 올린 것 때문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성폭력’이라고 언어화된 일에 맞서 투쟁을 벌여왔다. 더불어 그 투쟁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활동도 이어왔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를 태그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웹사이트를 새롭게 선보이고 ‘미투’를 중심으로 열심히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이 활동을 최근 보도된 기사에 분노하여 단순히 해시태그를 다는 행위로 한정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프롤로그」중에서

“지난주 내내 하비 와인스타인을 지탄하고 고소인을 지지하는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보면서 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소셜미디어에서 여성들이 #미투라는 해시태그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공감을 통한 권익 강화’를 위해 ‘미투’라고 명명한 이 단어를 사용해 성폭력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다른 생존자들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가 미투 운동으로 일구어낸 성과에서 핵심은 여성들이, 그 누구보다 피부색이 짙은 젊은 여성들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한 일입니다. 다 같이 행동해야 합니다. 해시태그를 다는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더욱 폭넓게 대화를 나누고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합시다.”
---「프롤로그」중에서

불친절은 연쇄살인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독성이 퍼지는 듯한 비열한 말과 잔인한 행동에 굴종해야 하는 것이 사지가 찢기는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때때로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저 옛 동요를 도저히 참고 듣지 못하나 보다. ‘막대기와 돌멩이는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어도 말은 내게 손끝 하나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네.’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거짓말이야. 돌멩이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은 듣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도를 품은 말로 상처 입은 마음과 몸과 영혼은 말짱하게 아물지 않는다. 특히 ‘못생겼다’ 같은 말이 그렇다.
---「알리바이가 없다」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옳지 않은 일임은 알았다. 그 때문에 징그럽고 더럽고 잘못했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큰 오빠’가 잘못을 저질렀고 ‘큰 오빠’가 범죄자라고는 깨닫지 못했다. ‘우리’가 잘못을 범했다고 생각했다. 큰 오빠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건물로 이어지는 거리까지 나를 데리고 나왔다. 내게 몇 마디 말을 건넸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몇 년 동안 나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빈칸을 채우려고 애썼다. 상상 속 큰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못생긴 여자아이한테나 일어나는 일이야.’ 내 머릿속에서 이 모든 일을 이해하려면 그 말이 필요했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 그때는 우리 비밀을 지키려고 나를 입막음할 만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게 으름장을 놓았을까. 나를 살살 구슬렸는지도 모른다.
---「나도 당했어」중에서

데이비스 아주머니와 함께 서 있던 몇 분 남짓한 시간은 내가 짧은 삶을 살아오는 동안 가장 친밀한 감정을 느꼈다고 여기던 순간이었다. 내 생각에 데이비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데이비스 아주머니가 마지막 말을 할 때까지 나는 확신하지 못했다. 데이비스 아주머니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데이비스 아주머니는 알지 못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웨스 아저씨가 철창에 갇힐 경우 어떤 파탄이 우리 가족에게 닥칠지 짐작하고 그 파탄으로부터 웨스 아저씨를 보호하려고 겨우 일곱 살인 내가 이 짐을 짊어지기로 이미 선택했다는 점을. 그리고 아마 알지 못했으리라. 아주머니가 우리 사이 이 침묵의 서약을 말없이 꺼내놓았을 때, 모든 비밀들을 간직하려고 내 마음속에 파놓은 무덤이 그득하게 차기 시작했다는 점을. 또 아주머니는 알지 못했다. 내가 정말 절박하게 구명 밧줄을 찾고 있었다는 점을. 그렇게 나는 데이비스 아주머니가 건넨 충고를 받아들이고 다시 내 영혼에 파놓은 저 거대한 무덤에서 이 비밀을 묻을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당했어」중에서

내 안에는 수치심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여느 아이들이 맞닥뜨릴 양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아픔이나 괴로움처럼, 나이가 적다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끝이나 시작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수치심은 하루 종일 머물며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자유 의지로는 그럴 의향이 없어 보였다. 운이 좋은 날이면 수치심은 내 영혼에 얇은 먼지 막처럼 앉아 있었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보고 느낄 수는 있었지만, 방해할 수는 없었다. 운이 나쁜 날이면 진흙투성이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는 기분이었다.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구덩이 저 아래로 콱 처박히는 것 같았다.
---「참회의 기도」중에서

이 책을 어린 내가 읽을까봐 엄마가 왜 우려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마야 안젤루는 겨우 여덟 살 때 엄마의 남자친구 프리먼한테 성추행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했던 일에 대해 썼다. 우리 엄마는 내 삶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운 나쁘게 이미 겪은 추악한 현실에서 나를 지키려고 그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 않고서도 내 삶을 영원히 바꿀 어떤 진실과 맞닥뜨리고 있었다. 열두 살밖에 안 된 내 머리로는 아무 죄 없는 다른 여자아이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은 바로 나한테나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적어도 나 같은 여자아이한테나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쁜 일이 닥치는 그런 부류의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야 안젤루한테 일어난 일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에게 허용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시 말해 아무 죄 없는 존재로 어린 마야 안젤루를 바라볼 수 있었다. 마야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였다. 하느님이 그런 아이한테 그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었다니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마야 안젤루 같은 어린 여자아이도 내가 겪은 그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햇살과 비」중에서

당시 나는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엄연한 현실도 아직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지만 그 부작용을 다루는 데는 적극 나섰다. 흑인의 몸을 폄하하고 파괴하는 일에 맞서 싸우면서 내 검은 몸을 폄하하고 파괴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소속감과 연대감, 보고 들으면서 살아나는 감정들 덕분에 분노를 돌리고 수치를 감출 만한 공간이 생겼다. 나로서는 오히려 반가웠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중에서

어떤 성폭력을 당했든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가장 끔찍한 고통은 일정 시간 동안에 자신의 몸과 관련하여 결정을 내릴 힘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다른 누군가가 통제권을 휘두른다. 그들은 몸싸움을 하든 우격다짐을 하든 통제권을 앗아간다. 그러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성이 짓밟히는 느낌이 든다. 그런 까닭으로 이후 내가 내린 결정 하나하나가 내게는 더없이 중요했다. 한없이 소중했다.

그러나 그날 산부인과에 가는 일은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엄마가 결정했고 나는 따라야만 했다. 진찰대에 누워 있는 동안 두려움을 입 밖에 낼 수도, 질문을 던질 수도, 한 동작과 한 동작 사이에 잠시 쉬어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 나는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내 선택이었다. 그 점이 내게는 중요했다. 이런 일을 겪는 데에는 어떠한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엄마는 의사가 내 안에 이상한 물건을 집어넣으리라는, 그 과정이 채 2분도 걸리지 않으리라는 말을 건넬 배려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두렵고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인 채 진찰대에 누워 있었다. 의사가 나를 쿡쿡 찌를 때마다 진료 부위가 아팠고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견디어야 했다.
---「결코 잊지 못하는 날」중에서

나는 활활 타올랐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여러 가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지 못한 말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라타샤 할린스라는 이름입니다.” 내가 그 이름을 말하자마자 군중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 그 이름을 거듭 외쳤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파야와 교감했다. 과연 연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미리 적어놓은 서너 가지 요점은 동료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고 또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열렬한 탄원으로 바뀌면서 휙 날아가버렸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냈다. 군중을 하나의 기치 아래 결집하는 것.
---「즐거운 우리 집 앨라배마」중에서

종종 그러듯이 누군가 고백을 하면 곧 다른 이들도 따라서 고백했다. 이어 여기저기서 자신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그때 나는 아낌없이 그들을 지지했다. 이름들을 적어놓았고 눈물을 닦으라고 휴지를 건넸다. 확인하고 위로를 보냈다. 나 자신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채 그렇게 했다. 어느 순간 헤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눈으로 강당을 휙 훑어보며 헤븐을 찾았다. 헤븐은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헤븐의 몸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주변에서 온갖 소란과 법석을 떨어도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 얼굴과 모습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무언가를 알아낼 양으로 그 두 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었다. 헤븐은 나였다. 그 모습에 나는 곧바로 열다섯 살이나 열여섯 살의 나로 돌아갔다. 그때 내가 앉아 있던 강당에는 십 대 소녀들이 가득했다.

울며불며 끔찍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진실과 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없어 단 한 번도 내 입에는 담아내지 않던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꼭꼭 숨어 들어갈 장소를 찾았다. 사람들이 나를 확인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들키지 않을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그 장소를 찾아냈다. 쥐 죽은 듯 숨을 죽인 채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 헤븐이 그러고 있었다. 자신만의 안전한 세상으로 사라져버렸다. 늘 입 안 가득 할 말을 물고 있던 여자아이가, 누구든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기꺼이 그 방패막이가 되고자 하던 여자아이가 스스로를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헤븐」중에서

나는 성폭행을 당했다. 나는 성추행을 당했다. 나는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싫었다.정말 마음 아픈 일이었다.

이것이 내가 느꼈던 마음이다. 이것이 내가 그 오랜 시간을 들여 굽히고 비키고 비틀고 뒤틀며 피해왔던 상처다. 이 말이다. 이 진실이다. 엄마가 한 번도 묻지 않던 진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몰랐던 진실. 아무도 인정하려 들지 않던 진실.오랫동안 외면하던 진실.

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듯이 내가 풀어야만 하는 진실이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나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다른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앞으로 만날 헤븐 같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마 아주 많을 테니까. 진실이 처음으로 내 몸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숨 쉬며 살아 있다. 아직 두 다리로 서 있다. 몸 밖으로 나온 진실과 더불어.
---「헤븐」중에서

“이 집에서 누가 널 괴롭히니?” (…) 다이아몬드가 화들짝 놀라더니 몹시 분을 내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그 대답은 내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모두 말해주고 있었다.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우리는 서로 노려보았다. 다이아몬드의 눈동자가 위로 아래로, 오른」중에서으로 왼」중에서으로 눈길을 둘 곳을 찾아 헤맸다.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다이아몬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누가 널 괴롭혀?” 다시 물었다. 다이아몬드가 이번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선생님.” “그럼, 됐어. 흠, 이렇게 물어볼게. 이 집에 있고 싶어?” “아니요, 선생님.” 다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승합차에 타렴.”

가슴이 요동쳤다.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타라나?’ 지금 나는 책에 나온 청소년 활동가 제1 규칙을 깨고 있었다. ‘부모나 보호자의 명시된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 것.’ 그런데 부모도 보호자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일은 화급을 다투었다. 다이아몬드가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고 승합차에 올라타자 나도 곧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안전띠를 매고 출발했다. 우리 집에 다다라 내가 내렸다. 다이아몬드는 바로 내리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야” 하고 이름을 불렀다. 승합차 뒤쪽으로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다이아몬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서로 부딪혔다. 미처 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정신없이 사과하는데 다이아몬드가 팔을 내밀어 나를 안았다. 두 팔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온몸을 들썩이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나는 깨달았다. 위험을 무릅쓸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음을. 그리고 또 깨달았다. 내 활동이 지금 막 변곡점에 서 있음을.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중에서

헤븐이 생각날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내게 헤븐이 지녔던 용기 가운데 한 조각만이라도 있었더라면 헤븐의 인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베벨 목사며 샌더스 가족이며 이 여자아이들이며, 이 모든 일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런데 용기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면 무슨 수로 찾을 수 있을까? 헤븐은 나를 만났기 때문에 용기를 냈는지 모른다. 공동체가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용기가 공동체를 일으켜 세운다면 어떨까? 스스로에게 공감할 수 없으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공감과 용기가 치유의 핵심일까? 이제 질문들이 기억보다 빠르게 솟아났다. 대답도 그랬다.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곧 봇물처럼 터질 기세로. 난생처음으로 내 이야기가 내 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야기를 꼭 들어야 할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에게 들려주었다.

두리번거리며 빈 종잇조각을 찾았다.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동안 꽉 붙잡고 싶었다. 아직 쓰지 않은 수첩을 찾아냈다. 연필을 집어 들었다. 수첩을 폈다. 첫 」중에서 맨 위에 두 단어를 썼다. “나도 당했어(Me, too).”
---「해방」중에서

미투 연수회에서는 성폭력을 겪은 유명한 여성 이야기를 항상 들려주었다. 이름을 먼저 밝히지 않고 인터뷰에 나온 내용을 전했다. 이야기를 다 한 다음, 범주를 나눠 정리했다. 이를테면, 이렇게 표현한 내용은 미성년자 강간, 이렇게 당한 일은 성폭행, 이렇게 겪은 경험은 성적 학대라고 분류했다. 이야기를 구분하고 각 범주를 설명하고 나서야 이름을 밝혔다. 가브리엘 유니언이나 판타지아 같은 이름이 나오면 언제나 파문이 일었다. 오프라 윈프리나 마야 안젤루를 언급하면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흠모하고 존경하는 흑인 여성이 똑같은 일을 겪고도 중요하고 유명한 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을 믿지 못했다.

이어 나는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반드시 나눌 필요가 없다고 아이들한테 말했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에서 자신을 보았다면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종이 옆에 ‘나도 당했어’라고 쓸 수 있다고, 그러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때때로 자신에게서 아주 좁쌀만 한 내용을 꺼내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전부를 꺼낸 것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다음을 기약하며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기까지는 적어도 두 시간이 걸렸다.
---「길이 끝나는 곳」중에서

불친절이 정말 연쇄살인마였다면, 나를 죽인 살인자는 바로 나였다. 내가 나한테 먼저 불친절하게 굴면서 무릎을 꿇으라고 가르쳤다. 다른 이들이 던진 불친절을 견뎌내기 위해서였다. 이제 더 이상 무릎을 굽히지 않겠다.

미투 운동이나 흑인 공동체에 대한 공감을 확산하는 일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는 계단 우물에 앉아 있던 그 어린 여자아이, 약국에 줄 서 있던 그 못생긴 여자아이, 스스로를 저 더럽고 낡아빠진 행주 같다고 여기던 그 여자아이였지만, 동시에 열심히 책을 읽던 여자아이, 다른 여자아이들과 싸우는 아이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아이로 성장한 여자아이, 한 여성으로 당당히 서며 지도자로서 강한 목소리를 내게 된 여자아이였기도 하다. 조직하고 투쟁하고 교육하는 여성이며, 온갖 역경에 부딪히고 내면의 상처와 맞닥뜨려도 우리가 치유하는 법과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때까지 이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여성이다.

나는 당신이다. 당신은 나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다.
---「피부색이 짙은 여자아이들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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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출발선을 만든 타라나 버크의 『해방』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책 역시 누군가의 지도가 되어줄 것임을 강하게 예감했다. 특히 『해방』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싸워야 할 때 가볼 수 있는 길이 어디인지 안내한다.

(…)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고약한 희망 사항이다. 그 말은 누구의 편인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의 편이다. 폭력과 차별의 시대를 용인하는 말이다. 세상이 더디 바뀌는 것 같아도 변했고, 변한다. 적어도 나는 변했다. 나는 변화의 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편에 서서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렵다면 따라 걸으면 된다. 타라나 버크 같은 사람이 만들고 있는 길을.

무언가를 ‘안다’는 건 대부분 ‘알아버렸다’에 가깝다. 기쁨보다는 피곤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이것이 ‘알아버린 사람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타라나의 이야기를 안다. 헤븐과 다이아몬드와 카이아의 이야기를 안다. 그것이 나와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음 역시,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늘 곤두선 채로 살 수는 없다. 내 안의 모순이 있고, 세상의 모순을 견디면서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단순히 이념일 수 없다. 삶의 태도여야 한다. 완성형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다. 각자 다른 속도와 불화하고 경합하면서도 협력해야 하고, 할 수 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곤 같은 상황 앞에서 성폭력 문제”가 가볍게 치부되지 않도록. 타라나의 자유가 당신과 내가 속박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되고, 뒤에 올 모든 여자아이들의 자유가 될 수 있도록.
- 장일호 (『슬픔의 방문』 저자)
불타는, 강력한, 절실한 책이다! 미투 운동의 창시자가 성적 학대, 수치심, 그리고 사랑하고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찾는 것에 대해 털어놓는다. 타라나는 자신에게 가장 큰 불안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일을 힘의 근원으로 바꾸어놓았다.
- 오프라 윈프리
미투 운동의 용기 있는 창시자가 정의, 공평, 공감을 위해 싸우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회고록을 출간했다.
- 애덤 그랜트 (심리학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 『히든 포텐셜』 저자)
때로는 하나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해방』이 그렇다. 이 책은 해방과 사랑에 대한 증거다.
- 브레네 브라운 (심리학자, 휴스턴대학교 연구교수, 『마음 가면』 저자)
『해방』은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컬러 퍼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시에 가슴 아프고 기발하고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라나 버크는 행동주의와 리더십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부터 그는 비범한 작가로도 알려질 것이다.
- 이마니 페리 (작가,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강렬한 감동과 거침없는 솔직함. 타라나의 두려움 없는 회고록은 다음 세대의 생존자, 변호인, 진실을 말하는 이들에 활기를 불어넣고 영감을 줄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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