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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리뷰 총점10.0 리뷰 63건 | 판매지수 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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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88쪽 | 280*190*15mm
ISBN13 9788970417875
ISBN10 8970417877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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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몇 달간 세심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연구했습니다. 내 끈질긴 노력은 이 뿌리 안쪽 면에 새겨진 미세한 지도를 발견함으로써 보상을 받았습니다. 지도는 이상한 형상들이 뒤얽혀 있어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의 흐름과 산맥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지역만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내 서가의 아주 오래된 책에 묘사된 바에 의하면 그것은 ‘검은 강’의 원천에 있는 ‘거인족의 나라’가 틀림없었습니다.
--- p. 8

어느 날 밤, 피를 다 얼어붙게 하는 외침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내 잠자리를 가려 주었던 거대한 고사리 덤불 사이로 나는 무참하게 살육되는 원정대원들의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와족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게 살그머니 야영지를 에워싸고는 코브라처럼 신속하게 후려쳤던 것입니다. 무기를 맡겨 두었던 보초는 경계 신호를 보낼 겨를도 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 p. 24

거인들은 남자 다섯에 여자 넷, 모두 아홉 명이었습니다. 그들의 몸에는 혀와 이를 포함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불구불한 선, 소용돌이 선, 뒤얽힌 선, 나선, 극도로 복잡한 점선들로 이루어진 정신없이 혼란한 금박 문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잘 들여다보면 이 환상적인 미로에 언뜻 드러나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들을 구별해 낼 수 있었지요. 그것은 나무, 식물, 동물, 꽃, 강, 대양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려진 각각의 악보는, 한밤중에 그들이 하늘에 대고 부르던 기도의 음악에 대지가 화답하여 부른 진정한 노래였던 것입니다.
--- p. 42

이 모든 비난과 끝없는 논쟁은 내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따름이었습니다. 불순하고 소소한 지식에 젖어 있는 소인배들의 눈을 뜨게 해 주는 것이 진리의 의무요, 학문의 도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오지의 골짜기에 사는 거인족의 발견자이자 대변자인 나,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 p. 66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섯 마리의 소가 끄는 마차에 실려 다가오는, 아름답고 고귀한 거인 안탈라의 머리가 보였습니다.
나는 갑자기 온갖 소란 속에서 분노와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혀 침묵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깊이를 모를 슬픔의 심연,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 p.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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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 속에서 ‘거인들’은 여러 차례 쓰러졌다. 하지만 ‘작은 거인들’은 결코 쓰러진 적이 없다. 희망을 잃은 적도 없다. 거인들이 체험을 몸에 새기듯, 오늘도 상처와 흉터를 몸에 새기면서 대담하게 나아간다. 그들에게 이르는 길은 이미 온오프라인에 쫙 깔려 있다. 아치볼드가 개척하고, 사업가들이 넓혀 놓은 길 때문에, 당신이 가고자 한다면 현재 지구상에서 다다르지 못할 곳은 없다. 당신은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의 선택이 중요하다. 가서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가지고 가서 나눌 것인가? 희망을 짓밟을 것인가? 희망과 연대할 것인가?
- 오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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